북한이 제기한 '안보 위기'는?..무력 도발 위협 증가
5개월만에 도발 국면 회기하나..대중국 밀착 행보도 주시
(서울=뉴스1) 배상은 기자 = 북한이 전날에 이어 한미 연합훈련 개시를 비난하는 담화를 내고 대가를 위협하면서 무력 시위 전개 가능성이 높아진 모양새다.
김영철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은 11일 오전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남조선 당국이 반전의 기회를 외면하고 10일부터 전쟁 연습을 또다시 벌여놓는 광기를 부리기 시작했다"며 "잘못된 선택으로 인해 스스로가 얼마나 엄청난 안보 위기에 다가가고 있는가를 시시각각으로 느끼게 해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 부장은 이에 앞서 한미 연합훈련 중단을 촉구했던 지난 1일 김여정 당 부부장의 담화가 '당 중앙위의 위임'에 따른 것이었다며 "남조선 당국에 분명한 선택의 기회를 주었던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북남(남북)관계 개선의 기회를 제손으로 날려보내고 우리의 선의에 적대행위로 대답한 대가에 대하여 똑바로 알게 해주어야 한다"면서 "남조선과 미국이 변함없이 우리 국가와의 대결을 선택한 이상 우리도 다른 선택이란 할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하다. 우리는 우리가 해야 할 일을 중단없이 진행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 부장의 담화는 전날 역시 한미 연합훈련 개시와 관련 "남조선 당국자들의 '배신적 처사'"를 지적하면서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될 자멸적인 행동"이라고 비난한 김여정 부부장의 담화와 연결되는 내용이다.
훈련 개시 한 달여 전부터 선전매체를 통해 '반대 여론전'을 벌여온 가운데 사전훈련격인 위기관리참모훈련(CMST) 개시 당일부터 이틀 연속 비난담화를 내며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모습이다.
특히 김 부부장이 "엄중한 안보위협"을 경고하며 '국가방위력과 선제타격력 강화'를 선언한 데 이어 김 부장이 재차 '안보위기'를 위협하면서 외교가에서는 북한의 무력시위 전개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 부부장이 전날 담화에서 미국을 향해 '강대강 선대선 원칙'을 재확인하고 "조성된 정세는 우리가 국가방위력을 줄기차게 키워온 것이 천만 번 정당하였다는 것을 다시금 입증해 주고 있다"며 군사 행보를 정당화한 것도 이와 궤를 같이 한다.
북한은 이후 남북 간 연락 채널을 다시 차단하고 정례통화에 응하지 않았다. 남북 간 통신연락선이 지난달 27일 전격 복원된 이후 14일 만에 다시 불통 상황을 맞은 것이다.
북한이 '강대강'으로 무력시위에 나설 경우, 현재 가장 유력시되는 것은 잠수함탄도미사일(SLBM) 시험 발사나 신형 잠수함 실전 배치 등이다. 향후 미국과의 협상을 의식해 '카드'가 될만한 한방을 노릴 것이라는 진단에 기반한 것이다.
북한은 작년 10월 노동당 창건 제75주년 기념 열병식과 올 1월 제8차 당 대회 기념 열병식 때 각각 '북극성-4ㅅ'과 '북극성-5ㅅ'으로 표기돼 있는 신형 SLBM 추정 미사일을 공개한 적이 있다.
일각에서는 김여정 부부장이 전날 담화에서 '절대력 억제력'을 언급하면서 선제타격력 강화를 선언한 것도 시 SLBM 카드를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된다. 외부세력의 군사행동에 신속 대응하는 능력과 선제타격 능력을 동시에 강화하겠다는 것은 신형 잠수함 및 SLBM을 활용한 전략과 연관성을 띨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수중에서 발사되는 SLBM은 지상에서 발사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보다 발사 징후를 포착하기 어려워 북한이 강조하는 억지력 강화에 결정적 역할을 할 수 있다는 평가다.
국정원도 앞서 3일 국회 정보위에 "한미훈련을 예정대로 실시하면 (북한이) 도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보고하면서 강행시 단거리 탄도미사일 및 SLBM 시험발사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다.
김여정 부부장이 전날 담화에서 주한미군 철수 주장을 언급하면서 중국에 밀착된 입장을 표출한 것과 식량난과 수해 등으로 혼란한 내부 상황 역시 무력 도발 행보가능성을 뒷받침하는 대목이다.
김동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이 중국쪽으로 경사가 심해졌다면 북의 신무기 시험 등 군사행동은 앞으로 중국의 정치적 일정과 베이징 올림픽, 유엔 일정 등을 고려할때 8, 9월에는 끝내야 할 것"이라며 "8차 당 대회에서 강조한 국가방위력 강화 차원에서 대내적 필요성을 위해서라도 (군사행동을) 한번은 하고 지나가야 한다"라고 말했다.
다만 미국을 과도하게 자극할 수 있는 SLBM 발사 등 보다는 일단 남측을 겨냥한 조치가 선행된 이후 점차 미국을 겨냥하며 공세 수위를 높여갈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 경우 김여정 부부장이 지난 3월 상반기 연합훈련 당시 경고했던 대남 대화기구 조국평화통일위원회나 금강산 국제관광국 등의 폐지와 함께 남북 군사분야 합의서 파기 가능성도 거론된다.
임을출 경남대 교수는 "북한의 입장에서는 악화된 민심 등을 고려하면 먹는 문제 해결, 자연재해 피해복구, 코로나 극복에 총력 집중하는 것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결국 미국이 첨단무기 등을 동원해 북한을 과도하게 연속적으로 자극하지 않는 한 강경 일변도로 대응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라고 전망했다.
baeba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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