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공원의 축구 현장] 송민규의 이적 과정이 자꾸 아쉬운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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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민규가 전북 현대 유니폼을 입고 데뷔전까지 치렀으니 이젠 조금 시간이 흘러버린 이슈에 관한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
그래도 송민규의 이적은 이번 여름 이적 시장에서 최대 이슈였다는 점을 부인하긴 힘들 듯하다.
팬들의 반응이 이렇게나 뜨거웠던 이적 이슈가 있었나 싶기도 하고, 이번 이적이 포항뿐만 아니라 여러 K리그 클럽에 주는 시사점이 분명 있다고 생각해 다시금 되짚어보려 한다.
송민규의 이적이 가시화되고 실제로 진행되자 포항 팬들이 많이 화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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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일레븐)
박공원의 축구 현장
송민규가 전북 현대 유니폼을 입고 데뷔전까지 치렀으니 이젠 조금 시간이 흘러버린 이슈에 관한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 그래도 송민규의 이적은 이번 여름 이적 시장에서 최대 이슈였다는 점을 부인하긴 힘들 듯하다. 팬들의 반응이 이렇게나 뜨거웠던 이적 이슈가 있었나 싶기도 하고, 이번 이적이 포항뿐만 아니라 여러 K리그 클럽에 주는 시사점이 분명 있다고 생각해 다시금 되짚어보려 한다.
송민규의 이적이 가시화되고 실제로 진행되자 포항 팬들이 많이 화가 났다. 사실 포항 팬들은 구단의 선수 정책에 대해 많이 이해하고 인내하는 팬덤으로 유명했다. 재정적 측면에서 많이 어렵다는 걸 알고 있기에 팀에서 맹활약했던 선수들이 팀을 떠나도 참고 지켜봤다. 물론 K리그 최고 수준이라 할 수 있는 유소년 육성 능력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는 점도 팬들이 인내하는 데 적잖이 작용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송민규 이적 건과 관련해서는 강하게 반발했다. 이적이 확정된 직후 경기에서는 걸개 시위까지 벌이며 분노를 표출하기도 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면서 팬들의 마음을 개인적으로 조금은 이해했다. 구단 내 내밀한 사정은 모르겠지만, 포항의 결정은 조금은 아쉽다. 물론 전북으로부터 제시 받은 거액의 이적료는 분명 매력적이다. 또, 올해 말 계약이 끝난다면 지금 파는 것도 맞다. 하지만 그게 아니라 시즌 중 팀의 에이스를 단순히 금전적 문제 때문에 내보냈다면, 성적을 개의치 않겠다는 것인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왜 이적 시기가 지금인지 자꾸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계약 기간이 남았다면 송민규의 가치가 시즌 말이 되어서 떨어질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 현재 K리그에서 가장 '핫'한 유망주이기에 부르는 팀이 분명 있었을 것이다. 더욱이 선수의 이적에는 명분이라는 것도 상당히 중요한데, 조금은 적은 돈이라도 유럽으로 내보내는 결정이었다면 이처럼 후폭풍이 심하진 않았을 것이라 생각한다.
게다가 김기동 감독과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건 더 문제였다. 재정적 여유를 확보하는 것만큼이나, 감독과 신뢰를 계약 기간 내내 유지하는 건 정말 중요한 일이다. 이런 이슈가 있을 때 서로 머리를 맞대어 상호간 만족할 수 있는 결과를 내는 결정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
이를테면 20억 원에 선수를 이적시켰을 때 수익금을 분배해 선수단 재투자와 구단 예산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하지만 그런 과정 없이 핵심 선수가 나갔다는 건, 아무리 구단 사정이 좋지 못하더라도 감독 처지에서는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어찌 보면 20억 원과 송민규를 맞바꾼 게 아니라, 20억 원과 김기동 감독의 신뢰를 바꾼 일일 수 있다.
구단의 사정이 매우 급해 이런 결정을 내렸을 것이다. 하지만 결과론적 관점에서 늘 평가받을 수밖에 없는 점을 간과한 게 아닐가 싶다. 만에 하나 후반기 성적이 좋지 못해 파이널 라운드 그룹 B(하위 스플릿)으로 떨어지거나, 혹은 그 아래로 더 떨어지게 된다면 그 책임은 온전히 프런트가 짊어져야 하는 상황이다. 너무 극단적인 가정을 한 느낌도 들지만, FC 서울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 그렇게 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그리 되면 그때는 더 큰 후폭풍에 직면할 수 있다. 그래서 아쉽다. 매력적인 제안을 받은 건 분명하지만, 좀 더 심사숙고 했더라면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는 이유다.
글=박공원 칼럼니스트(現 대한축구협회 이사)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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