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뒤 무대 못설까봐 막막.. 이젠 '엄마'여서 할 수 있는 감정 찾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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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난 지 100일 된 아이를 집에 두고 처음 출근하는 날 펑펑 울었어요. 그런데 막상 연습실에 도착해 '바(bar)'를 잡으니 너무 행복하더라고요."
김리회(34)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는 최근 JTBC 예능 '해방타운'에 출연해 출산 후 발레단에 복귀하던 날의 심정을 이렇게 돌이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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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레리나 맘’ 4인이 말하는 워라밸
“처음엔 너무 살쪄 거울 못봐
‘몸’이 생명인 직업탓 절망도
아이 낳고나니 인생관 달라져
마인드 강해지고 연기 깊어져
외국선‘발레-육아 병행’흔해
국내의‘출산 = 은퇴’바뀌어야”
“태어난 지 100일 된 아이를 집에 두고 처음 출근하는 날 펑펑 울었어요. 그런데 막상 연습실에 도착해 ‘바(bar)’를 잡으니 너무 행복하더라고요.”
김리회(34)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는 최근 JTBC 예능 ‘해방타운’에 출연해 출산 후 발레단에 복귀하던 날의 심정을 이렇게 돌이켰다. 18세에 ‘최연소 정단원’으로 발탁되며 이름을 알린 그는 2019년 딸을 낳은 후 100일 만에 ‘백조의 호수’로 복귀하며 화제를 모았다. 요즘은 ‘유치원 등원→출근→퇴근→밥 먹이기→씻기고 재우기→유아식 제조’의 일과를 반복하며 정신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해방타운’의 고정 출연자이자 무용 선배인 윤혜진은 이런 후배가 안쓰럽기도 하고, 대견하기도 했다. 딱 하루만이라도 후배에게 ‘육아 해방’의 기쁨을 선물하고 싶은 마음에 ‘즉흥 여행’을 제안했다. 밤하늘에 쏟아지는 별을 보러 떠나자고, 자신이 힘들고 지치면 주변인 누구도 행복할 수 없다고.
“나는 ‘발레’ 대신 ‘육아’를 택했다. 두 가지를 다 해내는 넌 대단하다.” 윤혜진이 방송에서 여러 번 반복한 말에서 알 수 있듯, 한국에선 발레리나들이 출산 후 활동을 이어가기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결혼과 출산은 곧 은퇴’처럼 여겨진 과거보단 나아졌다고 해도 실제로 육아와 발레를 병행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국립발레단은 40여 명 가운데 3명, 유니버설발레단은 27명 가운데 2명뿐이다. ‘몸’이 생명인 직업적 특성, 여성을 바라보는 한국 사회의 시선 등이 복합적으로 맞물린 결과다. 김리회를 비롯해 박나리(37) 국립발레단 솔리스트, 손유희(36) 유니버설발레단 수석무용수, 한상이(36) 유니버설발레단 솔리스트로부터 ‘워킹맘 발레리나’의 고충을 들어봤다.
이들은 조언을 구할 선배가 많지 않은 탓에 임신·출산 전후로 두렵고 막막한 심정에 시달렸다고 한다. 김리회는 “365일 거울을 보며 춤추는 무용수들은 ‘몸’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며 “살찐 모습이 낯설어 한동안은 거울을 쳐다보지 못했다”고 회상했다. “아이를 낳고 나니 물병도 제대로 들기 힘들 정도로 손목과 관절 힘이 빠지더라고요. ‘이러다 복귀를 못 하겠구나’ 싶어 절망하기도 했어요.” 박나리 역시 “출산 직후엔 ‘윗몸 일으키기’도 안 되고, 왠지 ‘다른 사람’이 된 기분이었다”며 “오늘보단 내일이, 내일보단 다음 날이 조금씩 나아지는 걸 느끼며 차근차근 ‘희망’을 되찾았다”고 말했다. 그는 “모든 스케줄을 아이한테 맞춰야 하니 새벽에 혼자 일어나 근처 공원을 한 바퀴 돌고, 퇴근 후엔 남편한테 아이를 맡기고 필라테스를 하는 식으로 시간을 쪼개 살고 있다”고 덧붙였다.
‘엄마 발레리나’들은 해외에 비해 은퇴 시기가 빠른 관행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토로했다. 김리회는 “외국 발레리나들은 아이 셋을 낳고도 복귀하는 경우가 흔하고, 30대 후반 정도면 은퇴를 생각하는 한국과 달리 50대에도 활발하게 활동하는 무용수가 많다”며 “유럽 발레리나의 평균 신체 능력이 우수한 측면도 있으나 ‘워킹맘을 바라보는 사회의 편협한 시선’이 더 중요한 원인인 것 같다”고 지적했다. 손유희는 “아직도 많은 후배가 육아와 발레를 병행하는 것을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출산 후에도 무대에 남은 선례가 많아지면 어린 무용수에게도 ‘동기부여’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여러 고충이 있으나 이들이 결혼과 출산을 후회하는 건 아니다. 4명의 발레리나는 하나같이 아이를 통해 연기의 폭이 깊어지고, ‘마인드’는 강해졌다고 했다. “아이를 낳고 인생관이 바뀌었어요. 작은 것에 연연하지 않는 ‘대담함’이 생겼다고 할까요. 사랑해 본 사람만이 사랑 연기를 할 수 있듯, ‘엄마’만이 할 수 있는 몸짓과 감정 표현이 있을 거예요.”(손유희) “엄마 발레리나의 삶을 한마디로 정리한다면 ‘더할 나위 없는 축복’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아이를 낳고 난 뒤 무대 하나하나가 더 소중하고 절실해졌어요. 춤의 ‘집중력’이 전보다 좋아졌다면, 이런 마음가짐 덕분일 거예요.”(한상이)
나윤석 기자 nagij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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