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hat >음원다운로드+스트리밍 반영.. BTS, '디지털 전환' 빌보드에 최적화

김인구 기자 2021. 8. 11.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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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TS 열풍’으로 본 빌보드

‘버터→퍼미션 투 댄스→버터’ 10회연속 핫100 1위… SCMP “아미, BTS 1위로 만드는 법 알아”

저작권 없는 ‘유튜브 마케팅’으로 팬들과 접점 늘려… 빌리 아일리시·올리비아 로드리고 등 10대 뮤지션 파워 확대

방탄소년단(BTS)이 지난 7일 자 차트까지 무려 10주간 미국 빌보드 차트 ‘핫 100’ 1위 자리를 지켰다. 지난 5월 21일 발표된 영어곡 ‘버터(Butter)’가 7주 연속 1위를 했고, 8주째에 방탄소년단의 또 다른 곡인 ‘퍼미션 투 댄스(Permission To Dance)’에 잠시 1위 자리를 넘겼다가 다시 2주 연속 정상을 탈환했다. 7+1+2. ‘버터’로 총 9회, ‘퍼미션 투 댄스’로 1회, 합쳐서 총 10회 연속 ‘핫 100’ 1위라는 금자탑을 쌓았다. 이는 올해 들어 빌보드에서 가장 오랫동안 ‘핫 100’ 1위를 한 신기록이다. 앞서 ‘괴물 신인’으로 통하는 올리비아 로드리고가 ‘드라이버스 라이선스(Driver’s License)’로 통산 8주 1위를 한 것도 뛰어넘은 것이다.

방탄소년단 멤버들은 연속 기록이 늘어날 때마다 팬클럽 아미에 감사의 표시를 전했다. 리더 RM은 “늘 과분한 무언가를 씌워주셔서 참 황송하면서도, 우리 것이지만 사실 절대로 여러분 것이라고 마음 깊이 새기며 살고 있다”고 했고, 지민은 엎드려 절하며 “여러분의 큰 사랑과 응원에 다시 한 번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저희를 위해서라도 제발 행복해 달라”고 인사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빌보드 ‘핫 100’ 1위를 하는 게 평생의 소원이나 다름없었던 방탄소년단은 이제 신기록을 거듭하는 상황에서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도대체 이들은 어떻게 높디높은 빌보드를 점령할 수 있었을까.

◇높은 실물 음반 판매량…아미 팬덤의 든든한 지원

‘버터’로 통산 9주, 방탄소년단으로서 통산 10주의 대기록은 두 차례의 연속 1위 ‘배턴 터치’로 가능했다. 이건 빌보드에서도 유례가 없는 진기록이다. 지난 7월 27일이었다. 7주차에 ‘핫 100’ 1위를 ‘퍼미션 투 댄스’에 넘겼던 ‘버터’는 다시 1위를 ‘배턴 터치’했다.

‘핫 100’에서 자신의 곡으로 1위 ‘배턴 터치’를 한 가수는 방탄소년단이 14번째다. 하지만 이전 1위곡이 다시 정상에 복귀한 것은 전례가 없다. 빌보드는 “‘핫 100’ 1위곡이었던 ‘버터’가 ‘퍼미션 투 댄스’로 대체된 지 일주일 만에 새로운 1위로 자리를 옮긴 것은 방탄소년단이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방탄소년단이 ‘버터’와 ‘퍼미션 투 댄스’를 통해 통산 10주간 1위를 한 데는 무엇보다 높은 실물 음반 판매량이 한몫했다.

‘버터’ 발매 9주차인 7월 16∼22일에는 전주(4만9800건)보다 무려 132% 뛰어오른 총 11만5600건의 판매량을 보였다. ‘핫 100’ 2위인 올리비아 로드리고의 ‘굿 포 유’보다 16배나 많은 수치다. 발매 10주차인 7월 23∼29일 동안의 판매량은 전주보다 불과 2% 하락한 11만2900건에 달했다. 이는 ‘핫 100’ 2위에 새로 진입한 릴 나스 엑스의 ‘인더스트리 베이비’의 10배가 넘는 수준이었다.

이런 높은 판매량은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의 분석 기사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북미 음악시장에서 방탄소년단을 대리하는 레이블인 컬럼비아레코드는 ‘버터’ 첫 발매 이후 여러 가지 리믹스 버전 CD를 연속 출시해 아미들이 계속해서 새로운 CD를 사게 했다. 둘째 주에는 ‘하터(Hotter)’ 리믹스, 셋째 주엔 ‘쿨러(Cooler)’와 ‘스위터(Sweeter)’를 출시했다. 모든 CD 가격은 69센트. 최초 정상가 1달러29센트보다 할인된 금액이었다.

컬럼비아레코드는 심지어 아날로그 형태의 바이닐(Vinyl)과 카세트테이프까지 내놓았다. 이는 디지털 세대에겐 낯설어서 희소성이 있는 기념품이 됐다. 다섯째 주에는 다양한 커버의 디지털 싱글을 발표해 관심을 지속시켰다. 단순히 물리적인 커버만 다를 뿐 아니라 컴퓨터나 휴대전화 화면에 뜨는 디지털 이미지까지 다른 것이었다.

SCMP는 “방탄소년단은 어느 아티스트보다 강력한 팬덤을 지니고 있다. 아미들은 기꺼이 다양한 버전의 CD를 구매하고 콘서트 티켓이나 MD 상품보다 음반을 산다”며 “그들은 이제 무엇이 방탄소년단을 빌보드 1위로 만드는지 잘 알고 있다”고 분석했다.

현지 활동이 적은, 한국어 곡을 부르는 그룹으로서 상대적으로 치명적일 수밖에 없는 라디오 방송횟수도 극적으로 늘어났다.

저조한 라디오 방송횟수는 방탄소년단이 ‘핫 100’ 상위권으로 가는 데 늘 걸림돌이었다. 이건 아미들이 아무리 애를 써도 바꾸기 힘든 부분이었다. ‘다이너마이트’가 처음 1위를 할 때도 ‘라디오 송’ 차트 순위는 불과 10위에 그쳤다. 그러나 방탄소년단의 인지도가 쌓일수록 라디오 방송횟수도 증가했다. ‘버터’의 라디오 방송횟수는 최대 3070만 명으로 발매 이후 처음으로 3000만 명을 넘었다.

◇SNS 최적화

지난달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K-팝은 어떻게 세상을 정복했나’라는 매우 흥미로운 기사를 게재했다. 홈페이지에 다채로운 그래픽과 함께 K-팝의 성공은 강렬한 인상의 노래와 안무 그리고 뮤직비디오 등 SNS에 최적화한 팬들의 적극적 활동이 합쳐진 결과라고 분석했다.

K-팝의 솔직한 가사와 중독적인 멜로디, 화려한 군무는 이제 너무 잘 알려진 성공의 요인들이다. 2012년 싸이의 ‘강남스타일’ 이후 엑소, 방탄소년단, 블랙핑크, 세븐틴 등은 이런 장점들을 잘 계승하며 K-팝 이상의 글로벌한 스타일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여기서 더욱 주목해야 할 부분은 이런 것들이 팬에게 전달되는 과정에 있다. WP가 지적했듯 아티스트나 팬 할 것 없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소셜미디어 활동이 팬과의 접점을 보다 넓혔다.

그중에서도 뮤직비디오는 가장 큰 효과를 나타냈다. K-팝 뮤지션은 대부분 음원 또는 음반 발매와 동시에 뮤직비디오를 공개하는데 이 뮤직비디오의 품질이 다른 뮤지션의 그것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빼어나다.

WP는 국제 수어를 차용해 만든 안무가 특징인 방탄소년단의 ‘퍼미션 투 댄스’를 예로 들었다. 여기엔 알려져 있다시피 “즐겁다” “춤추다” “평화” 등을 뜻한 수어가 안무로 활용돼 있다. 처음엔 미처 알지 못했던 팬들이 나중에 그 의미를 발견해내면서 뮤직비디오는 더욱 화제를 모았다.

저작권을 내려놓고 노래와 앨범을 유튜브에 올리는 마케팅 전략도 빼놓을 수 없다. 지난달 중순을 기준으로 발매 24시간 이내에 가장 많은 조회 수를 기록한 뮤직비디오 10개 중 9개가 방탄소년단 및 블랙핑크의 노래였다.

◇빌보드 10대 돌풍

63년의 전통을 지닌 빌보드 차트는 디지털로의 전환을 꾸준히 모색해왔으며 음악 소비 형태의 변화와 함께 최근엔 10대 뮤지션의 파워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빌리 아일리시, 더 키드 라로이, 올리비아 로드리고 등 10대의 당돌한 팝스타들이 쟁쟁한 뮤지션들을 제치고 ‘빌보드 200’과 ‘핫 100’ 차트를 휩쓸고 있다. 빌리 아일리시의 정규 2집 ‘해피어 댄 에버(Happier Than Ever)’가 이번 주 ‘빌보드 200’ 정상을 차지했고, 호주 출신 래퍼 더 키드 라로이는 저스틴 비버와 부른 협업곡 ‘스테이(Stay)’로 10일 ‘버터’를 4위로 밀어내고 ‘핫 100’ 1위에 등극했다.

또한 빌보드는 2000년 이후에 출생한 사람 중 최근 ‘핫 100’에서 1위를 차지한 뮤지션으로 빌리 아일리시, 조시 685, 24k골든, 올리비아 로드리고 등을 꼽았다.

빌보드에 부는 10대 돌풍은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투모로우바이투게더는 ‘혼돈의 장: 프리즈’로 8주째 ‘빌보드 200’에 머물고 있고, 엔하이픈은 지난 5월 발표한 미니 2집 ‘보더: 카니발’로 빌보드 ‘월드 앨범’ 1위, ‘아티스트 100’ 18위 등에 올랐다.

김영대 음악평론가는 최근 저서 ‘지금 여기의 아이돌-아티스트’에서 “미국 팬들은 음악은 유사한데 한 번도 보지 못한 새로운 퍼포먼스의 형태를 K-팝을 통해 발견했다. 이는 K-팝이라는 새로운 혼종의 탄생이라고 할 만하며 새롭고 독특하다고 느낀다”고 평가했다.

■ 빌보드 차트

빌보드는 1894년 미국 뉴욕에서 창간된 대중음악지다. 음악 관련 비평, 아티스트 리뷰, 신곡 소개 등을 하다가 1950년대 중반부터 앨범 판매량과 라디오 방송횟수 등을 더해 대중음악의 순위를 집계해 발표했다. 음원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된 후에는 스트리밍 등도 점수에 반영하고 있다. 여러 부문이 있지만 메인은 싱글 차트인 ‘핫 100’과 앨범 차트인 ‘빌보드 200’이다. 팝, 라틴, 록&얼터너티브, 컨트리, R&B·힙합, 댄스일렉트로닉, 재즈, 클래식 등 장르별 차트도 존재한다.

■ ‘핫 100’과 ‘빌보드 200’

‘핫 100’은 쉽게 말해서 미주 지역에서 가장 인기 있는 곡을 뽑는 차트다. 음원 판매량(다운로드), 스트리밍 횟수, 라디오 방송횟수 등 크게 3가지를 지표로 해서 순위를 매긴다. 한국 뮤지션에게 가장 넘기 힘든 지표는 라디오 방송횟수다. 한국어 곡이 미국 라디오 방송에 나오려면 가수의 인지도가 상당해야 한다. 그래서 방탄소년단도 ‘핫 100’ 1위까지 하는 데 ‘빌보드 200’ 1위보다 시간이 더 걸렸다. ‘빌보드 200’은 앨범 판매량과 트랙별 판매량, 스트리밍 실적 등을 기반으로 순위를 매긴다.

■ 방탄소년단의 빌보드 기록

2017년 ‘DNA’(67위)로 ‘핫 100’ 차트에 처음 등장했다. 2018년 발표한 ‘페이크 러브’로 처음 ‘톱10’에 진입한 뒤 2019년 ‘작은 것들을 위한 시’로 8위까지 상승했다. 지난해 ‘온(ON)’으로 4위를 기록한 뒤 그해 8월 ‘다이너마이트’로 처음 ‘핫 100’ 정상을 밟았다. 이후 2018년 9월 ‘러브 유어셀프 결 앤서’, 2019년 4월 ‘맵 오브 더 솔: 페르소나’에 이어 2020년 2월 정규 앨범 ‘맵 오브 더 솔: 7’으로 ‘빌보드 200’ 정상에 올랐다. 그리고 같은 해 12월 ‘BE’로 다시 ‘빌보드 200’ 정상에 올랐다.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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