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전투가 재미있는 웰메이드 게임 '블레스 언리쉬드 PC'
네오위즈의 신작 PC MMORPG '블레스 언리쉬드(Bless Unleashed) PC'가 출시 초반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서비스 하루만에 스팀(Steam) 동시 접속자수 7만명을 돌파했으며, MMORPG 장르 판매 1위에 등극했다.
특히 국내보다는 북미, 유럽, 아시아 등 해외 유저들의 반응이 뜨겁다. 한국 게임 중에는 글로벌에서 폭발적으로 인기를 끈 게임들이 여럿 있는데, '블레스 언리쉬드' 또한 이들처럼 글로벌을 아우르는 인기 게임 반열에 오를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블레스 언리쉬드 PC'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블레스(Bless)'의 후속작이다. 하지만 세계관 등 일부를 제외하고 전작에서 이어받은 부분이 거의 없기 때문에 완전히 새로운 게임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블레스'로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던 네오위즈는 개발 인력들을 추가로 영입해 콘솔 MMORPG '블레스 언리쉬드'를 만들었고, 2020년 Xbox와 플레이스테이션4로 출시했다. 그리고 이 게임이 긍정적인 반응을 얻자 PC 버전도 내놨다. 이것이 바로 '블레스 언리쉬드 PC'다.
'블레스 언리쉬드 PC'는 근래 모바일 플랫폼에 우후죽순 쏟아지고 있는 한국산 MMORPG들과는 상당히 다른 방향성을 띤 게임이다. 그보다는 서양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콘솔 기반의 오픈월드 RPG들과 닮았다. 자동사냥에 익숙해진 일부 한국 유저들에게는 다소 생소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어찌 보면 한국보다 해외의 반응이 더 뜨거운 것도 당연한 일일지 모른다.
게임의 세계관은 중세 서양 판타지를 기반으로 삼았다. 베데스다의 오픈월드 RPG '엘더스크롤'과 비슷한 느낌이다. 심리스 방식의 맵은 방대한 규모를 자랑하면서도 현실적인 스케일을 보여주고, 곳곳에 배치된 수많은 NPC들은 제각기 다양한 상호작용을 제공한다. 다만 스토리는 선형적 구조로 진행되며 자유도가 높은 편은 아니다.
유저가 조작하는 아바타 캐릭터와 NPC들의 외모가 매우 현실적이라는 점이 인상 깊다. 캐릭터 커스터마이징에서도 다양한 인종과 외모를 구현했다. 마을에 돌아다니는 단역 NPC조차도 찍어낸 것 같은 미남 미녀로 등장하는 기존 한국산 게임들과는 다른 노선을 추구한다. 서양 RPG 감성이 물씬 묻어나는 아트가 매력적이다.
게임의 핵심 중 하나인 전투도 기존 게임들과 다른 모습을 띤다. 요새 MMORPG들은 화려한 이펙트의 스킬 난사를 통해 수십마리의 몬스터들을 한방에 쓰러트리는 볼거리에 집중한다. 하는 게임이 아닌 보는 게임이 트렌드이기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하지만 '블레스 언리쉬드 PC'는 세심한 콘트롤과 타격감으로 승부를 건 수동 조작 게임이다. 몬스터의 공격 모션을 보고 구르기로 회피하고, 공격이 다시 시작되기 전에 적절한 콤보 공격으로 맞받아친다. 마치 '몬스터헌터'나 '다크소울'과 비슷한 느낌이다. 그러면서도 초보자도 쉽게 콤보를 넣을 수 있을 정도로 직관적이다.
전투가 지루하지 않고 정말 재미있다는 것이 이 게임의 가장 큰 강점이다. 전투만 놓고 보면 근래 나온 게임들 중 최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만 파티원 전부가 맞지 않고 피해야 하는 게임인만큼, 힐러 클래스인 '프리스트'의 존재감이 미미해지는 경향은 있다. 개발진이 계륵과 같은 힐러 클래스를 앞으로 어떻게 발전시켜나갈지 궁금해진다.
이제 막 서비스를 시작한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콘텐츠 볼륨이 엄청나게 방대하다는 점도 좋은 평가를 받을만 하다. 스토리를 따라가며 진행되는 싱글 플레이 콘텐츠를 바탕으로, 다른 유저들과 협동해 공략하는 인스턴스 던전과 필드 보스 콘텐츠들이 풍부하게 구비됐다. 정통 MMOPRG라면 으레 갖추고 있는 채집 및 제작 콘텐츠는 물론이고 유저간 실력을 겨루는 PvP 콘텐츠도 갖췄다.
비즈니스 모델(BM)에서는 동서양이 혼합된 느낌을 준다. 가장 큰 줄기가 되는 BM은 서양식 프리미엄(freemium) 모델이다. 핵심 콘텐츠를 제한 없이 즐길 수 있게 하되 인벤토리 확장 아이템, 소모성 아이템, 치장용 아이템을 상점에서 판매한다. 여기에 최근 서양 게임의 핵심 BM으로 떠오르고 있는 '시즌 패스'를 도입했으며, 결제 비용이 많아질수록 추가 혜택을 주는 중국식 VIP 시스템도 결합시켰다. 또한 일종의 스킬인 '블레스'를 뽑는 확률형 아이템 BM도 있다.
확률형 아이템 BM이 있기 때문에 서양권에서 극도로 경계하는 페이투윈(pay to win) 게임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서비스 초반 일부 유저들이 이 부분을 지적하기도 했다. 하지만 막상 게임을 해보면 '블레스' 뽑기로 얻는 이득이 생각보다 매우 미미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기본 패키지만 구매하거나 무과금으로 플레이하는 사람들과 크게 차이나지 않는다. 확률형 아이템이 핵심 BM인 다른 게임들에 비하면 '착한 BM'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이 게임에서 거의 유일하게 아쉬운 부분은 인터페이스다. 콘솔용 게임으로 출발한만큼, 키보드 마우스로 조작하기에 다소 불편한 부분이 있다. 하지만 네오위즈측에서도 이 부분을 인지하고 있고, 실제로 베타테스트에 비해 점차 개선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또 키보드 마우스 뿐만 아니라 콘솔용 콘트롤러도 지원하니, 조작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은 콘트롤러를 써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요약하자면, '블레스 언리쉬드 PC'는 색다른 재미를 주면서도 탄탄한 콘텐츠를 갖춘 글로벌 타깃의 게임이다. 비록 자동사냥 모바일게임이 트렌드가 되어버린 한국 시장에서는 호불호가 갈릴 수 있겠지만, 이 게임이 웰메이드 게임이라는 점에서는 이견의 여지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콘솔 오픈월드 RPG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번쯤 플레이해볼만한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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