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오디션? 선발 이전에 육성이 답이다 [이기중의 복잡미묘 (2)]

2021. 8. 11.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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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경향]
예비정치인이 될 청년조직에 투자하고 권한과 기회를 부여해야 좋은 정치인을 많이 배출할 수 있다. 오디션은 언제나 잠깐의 화제였고, 우승자들은 대부분 반짝스타에 그쳤으며 정치발전에 별 도움이 안 됐다.

‘결과보다 참가에 의의를 두는 것’을 흔히 올림픽 정신이라 말한다. 그러나 스포츠는 경쟁이며 목표는 승리이고 금메달은 모든 선수의 꿈이다. 올림픽은 능력주의의 제전이라 할 만하다.

지난 6월 27일 제1회 국민의힘 대변인 선발 토론배틀 ‘나는 국대다’ 16강 오디션에서 심사위원단과 참가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 연합뉴스


대한민국 양궁은 금메달 4개를 차지하며 다시 한 번 세계 최강을 입증했다. 직전 대회의 메달리스트도 똑같은 출발선에서 시작해 1년간 4000발 이상의 화살을 쏴야 한다는 국가대표 선발전은 성공의 요인이자, 시대적 화두인 공정한 경쟁의 표상으로 읽힌다. 이러한 ‘공정’은 개인기록 경쟁이라는 종목의 특성에서 비롯된다. 예를 들면 야구 국가대표 선발은 늘 논란이 된다. 공격능력, 수비능력, 작전수행능력 중 무엇을 볼 것인가. 모든 것은 선수 선발권을 가진 감독의 결정이고, 책임은 감독이 지는 것이다.

정당의 정치인 선발 과정도 어찌보면 국가대표 선발전과 비슷하다. 본선은 유권자의 표로 결정되지만, 공천 과정을 어떻게 할 것인가는 늘 고민거리다. 엘리트 체육과 생활체육의 괴리가 커서 전업선수가 아니면 올림픽 대표가 되기 힘든 우리 체육계처럼, 당원 중심 모델이 아닌 정당들도 생활정치와 여의도정치의 괴리가 크다. 정당의 뿌리가 얕으니 당원투표만으로 후보를 결정할 경우 조직력이 강한 ‘고인물’이 공천을 받게 될 확률이 높고, 본선 경쟁력은 약해진다.

그래서 다른 선발방식의 필요성이 대두된다. 오디션 프로그램이 유행일 때 정치권에서도 오디션으로 청년비례후보를 선발했다. 최근에는 국민의힘이 토론배틀로 대변인을 뽑았다. 공정한 경쟁을 통해 능력 있는 예비정치인을 선발한다는 말은 그럴듯하게 들린다. 과연 오디션은 좋은 정치인을 선발하는 과정일 수 있을까.

정치는 의견을 조직하고 갈등을 다루는 기술이다. 유권자를 만나는 것부터 이슈를 제기하고 타협과 조정을 이끄는 것까지가 정치적 능력이다. 한두가지 면이나 단기간에 평가하기도 어렵다. 종목의 특성으로 비유하자면 양궁보다는 야구에 가깝다.

대변인은 말만 잘하면 되는 것일까. 정치인은 무엇을 말할지 만큼이나 어떻게 말할지 혹은 말하지 않을지를 판단해야 한다. 이른바 ‘정무적 감각’이다. 소시지 논란에 말을 얹었다 비판받은 이준석 대표는 안산 선수에 대한 부당한 사이버 공격에는 입을 닫으려 했다. 정작 공정한 토론배틀로 뽑혔다는 대변인이 ‘남혐 용어’라며 대표의 퇴로를 막았으니, 이야말로 정무감각의 부재다. 주어진 주제와 정해진 입장으로 말싸움에서 이기면 되는 토론배틀이 낳은 결과다.

한국 양궁의 성공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선발 과정뿐이 아니다. 양궁협회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체계적인 훈련 과정을 운영하며 육성에 투자하기에 좋은 선수들이 나온다. 정당들도 예비정치인이 될 청년조직에 투자하고 권한과 기회를 부여해야 정치적 능력을 가진 좋은 정치인을 많이 배출할 수 있다. 오디션은 언제나 잠깐의 화제였고, 우승자들은 대부분 반짝스타에 그쳤으며 정치발전에 별 도움이 안 됐다. 올림픽 끝나면 나오는 ‘체육 저변 확대 필요’라는 말처럼 공허할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강조한다. 선발 이전에 육성이 답이다.

이기중 서울 관악구 정의당 구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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