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사망자, 혈소판 수 이미 기준 이하였는데..궁색한 질병청 검사 거부 이유
질병관리청이 모더나 백신 접종 후 혈전증 증상을 보인 20대에 대한 혈소판감소성혈전증(TTS) 검사를 거부한 이유로 '혈소판 수가 기준에 부합하지 않았다'는 점을 꼽았으나, 대상자의 혈소판 수는 검사 의뢰 전 이미 기준 이하였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오늘(11일) 방역당국과 제주도 등에 따르면 제주에서 모더나 백신을 맞은 20대 여성 A 씨가 혈전증 증상을 보여 제주도 당국이 질병청에 TTS 검사를 의뢰했을 때 이미 A 씨의 혈소판 수치가 기준 이하로 떨어진 사실이 전달됐습니다.
A 씨는 병원에 내원한 지난달 31일 처음 검사했을 때는 혈소판 수가 TTS 검사의뢰 기준(15만/㎕ 미만) 이상이었지만, 이후 다시 검사했을 때는 기준 이하로 떨어졌습니다.
질병청 지침을 보면 ▲ 아데노바이러스 벡터 백신(아스트라제네카·얀센) 접종 후 4∼28일 이내에 TTS 의심 증상 발생 ▲ 혈소판 수 15만/㎕ 미만 ▲ 혈전 여부를 알아볼 수 있는 디-다이머(D-dimer) 수치 상승 ▲ 영상검사 등으로 혈전이나 출혈이 확인된 경우 TTS 진단검사(PF4)를 의뢰하도록 규정돼있습니다.
제주도 당국은 A 씨가 백신 종류를 제외한 나머지 기준에 모두 부합하는 것을 확인, 소속 역학조사관(의료인) 의견 등을 바탕으로 검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지난 4∼6일 세 차례에 걸쳐 검사를 의뢰했습니다.
질병청이 모더나 접종자는 접수가 안 된다고 하자 제주도 당국은 모더나 백신 접종 후 TTS가 발생한 해외사례 등을 언급하며 검사를 받아볼 수 있도록 해달라고 재차 요청했습니다.
질병청은 첫 번째와 두 번째 요청에는 지침에 따라 '모더나 접종자라서 검체 접수가 불가하다'고 답했고, 3번째 요청 때는 '혈액응고자문단 의견을 들어봤는데 검사가 필요 없다고 했다'고 회신했습니다.
이 사안에 대해 질병청은 어제 정례브리핑에서 지침에 따라 대응했다는 입장을 밝히며 "처음 의뢰 때는 혈소판 수치가 정상이었다"고 했고, 보도설명자료에서도 "응급실 내원 시점의 혈소판 수 검사 결과가 기준에 부합하지 않았다"고 하면서도 A 씨의 혈소판 수치가 기준 이하로 떨어진 사실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면서도 "백신 접종 후 TTS가 의심될 경우 적극적으로 항체 검사를 시행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대해 의료계 한 관계자는 "백신 종류 외 나머지 기준에 부합한 사례이니 일단 검사는 해볼 수 있었던 것 아닌가"라며 "지침만을 내세워 검체 접수조차 해주지 않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A 씨는 병원에서 수술을 받은 뒤 치료를 받다가 지난 7일 숨져서 인과성을 확인하기 더 어렵게 됐습니다.
이번 사안에 대해 제주 코로나방역대응추진단은 "도민 입장에서 대응하고 있다. 시일이 소요될 것 같지만 예의주시하며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추진단은 현재 역학조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도내 전문가 의견 청취 절차를 거칠 예정입니다.
어제 제주도 코로나19 브리핑에서 안성배 역학조사관은 "모더나 백신 접종 후 혈소판감소성혈전증이 발생하는 것은 현재까지는 매우 드문 사례며, 진단 과정조차도 뚜렷하게 정립돼 있지 않다"며 "추후 모더나나 화이자 백신 접종 후 발생 가능한 부작용에 대해 충분한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다양한 고민을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질병청에 따르면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신고된 TTS 항체검사 의뢰·실시 사례는 총 103건입니다.
이 중 AZ·얀센 등 아데노바이러스 벡터 백신 관련이 100건, mRNA(메신저 리보핵산) 계열인 화이자 관련이 3건입니다.
질병청은 A 씨의 사례에 대한 심층 역학조사가 완료되는 즉시 혈전 이상반응과 백신의 인과성 여부 검토를 위해 마련된 코로나19 혈액응고전문가 자문단의 의견을 구하고, 예방접종 피해조사반에서 인과성 평가를 할 예정입니다.
질병청은 "국민이 안심하고 백신을 접종할 수 있도록 과학적 근거에 기반을 두어 지속적으로 백신 접종 후 이상반응에 대한 조사·감시체계를 수정, 보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유영규 기자sbsnewmedi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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