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승완 감독 "'군함도' 없었다면 '모가디슈'도 없었죠" [인터뷰]

이다원 기자 2021. 8. 11.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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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경향]

영화 ‘모가디슈’를 연출한 류승완 감독,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모가디슈’(감독 류승완)가 코로나19 시국을 뚫고 순항 중이다. 200만 고지를 눈앞에 둔 현재 올해 국내 개봉작 중 최고 스코어를 찍으며 분투하고 있다. “2017년 혹평을 받은 ‘군함도’ 이후 류승완 감독이 설욕했다”는 평가도 있었지만 류 감독은 단호하게 말했다.

“‘군함도’ 때 심도 있는 장면 연출을 해봤기 때문에 ‘모가디슈’도 가능했어요. ‘군함도’가 없었다면 ‘모가디슈’도 없었을 것 같아요.”

10일 ‘스포츠경향’이 만난 류승완 감독은 ‘모가디슈’ 흥행에 깊은 감사를 표현했다. 그러면서도 캐스팅, 로케이션 촬영 등 영화 뒤에 숨은 이야기들을 풀어놓았다.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에 지난주엔 올림픽까지 있어서 뜨거웠잖아요. 이런 상황에서도 극장을 찾아주고 영화에 좋은 관람평을 남겨주는 한 사람, 한 사람 정말 감사해요. 제가 영화를 처음 시작한 1990년대 초보다 지금이 더 힘든 것 같긴 한데요. 그 와중에도 이 영화를 봐주고 응원해주는 사람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숫자를 넘어선 감동이 있어요.”

‘모가디슈’ 한 장면.


■“실화? 현실이 더 영화 같아…자극 빼는 게 중요했어요”

이 작품은 실제 소말리아 모가디슈 내전 속에서 살아남은 강신성 대사의 이야기를 참고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하는 작업은 그 어느 때보다도 신중해야 했다.

“모가디슈 뿐만 아니라 아프리카로 파견 나간 한국 사라들의 많은 경험을 영화에 녹였어요. 채소를 재배해 내줘누는 장면도 다른 지역의 외교관의 경험담을 넣었죠. 깻잎을 먹지 않는 지역이라 서울 휴가 나가면 그 씨앗을 가지고 와서 재배해 먹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반영했어요.”

카체이싱 장면 역시 강신성 대사의 경험담이 투영됐다. 여기에 방탄 장치로 책을 쌓았다는 상상력을 더하면서 다이나믹한 장면을 연출하고자 했다.

“실제론 더 영화같은 상황이었어요. 그런 방탄 장치 하나 없이 탈출했는데, 정부군과 반군 양측에게 모두 사격을 받으면서도 단 한 사람만 희생당한 채 기적적으로 탈출했죠. 너무 드라마 같지 않나요? 이걸 영화로 옮길 땐 관객들에게 설득력을 줘야했고, 최소한의 장치로 당시 사용하던 AK 소총의 한계를 보여주고자 햇어요. 전화번호부 한권 정도 두께를 관통하지 못한다고 해서 책으로 방탄 장치를 삼는 아이디어를 더했죠.”

그가 수집한 실화들 중에는 차마 영화 안에 다 담지 못하는 사건들도 많았다.

“소재들은 더할 나위 없이 넘쳐나서 영화화할 땐 오히려 뺄셈이 중요했어요. 모든 걸 보여주려고 하다간 포커스가 뭉개질 것 같더라고요. ‘어떤 일이 벌어졌느냐’ 보다는 사람들의 심리상태를 보여주는 데에 더 노력했죠. 소재가 좋을 수록 소재가 주는 함정에 빠질 수 있다는 걸 배웠기에, 너무 극적인 사건이나 인물을 그릴 땐 적정거리를 유지하려고 했어요. 그렇게 고민하고 뒤집고 쌓아온 결과물이 지금의 ‘모가디슈’에요.”


■“꿈과 위로 준 ‘극장’, 제겐 특별해요”

많은 이가 동영상스트리밍서비스(OTT)로 눈을 돌리는 사이 류 감독은 과감하게 ‘극장 개봉’을 결정했다.

“전 극장용 영화를 만드는 사람이니까요.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건 단순히 관람하는 게 아니라 인생의 한 순간을 그곳에서 보낸다는 의미가 있어요. 인물의 눈동자에 반사되는 불빛 하나, 더운 여름에 날아다니는 모기들의 소리, 탈출할 때 그 비행기 안에 함께 탑승한 것같은 소리와 느낌들, 이런 건 휴대전화로 경험할 수 있는 것들이 아니거든요. 관객들에게 당연히 제공해야할 체험들이기도 하고요.”

또한 그에게도 ‘극장’은 아주 특별하다고 고백했다.

“힘들었던 시기에 날 지켜준 곳이고, 제가 꿈을 꾸게 한 곳이기도 하고요. 극장용 영화를 만든다는 것은 직업 이상의 의미에요. ‘극장 개봉’을 결정한 건 흥행 차원을 떠난 선택이었어요.”

김윤석, 허준호, 조인성과 함께한 시간도 좋은 기억이었다.

“허준호 선배는 ‘인랑’에서 본 뒤 ‘내 카메라 앞에도 그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대본이 나오기도 전에 마음이 급해져 일단 만났죠. 허 선배가 ‘합시다’라고 답할 땐 정말 신났어요. 해외 촬영 경험도 많아서 현장의 중심을 잘 잡아줬고요. 또한 김윤석 선배도 제가 힘들 때마다 가장 든든한 아군이 되어줬어요. 조인성의 인성은 말할 것도 없었고요. 구교환이 신선도를 올려주니 아주 좋았죠. 제가 의도한 건 아니지만, 이들이 모여 앙상블을 일구는 걸 보면서 저도 많이 배웠습니다.”

이다원 기자 eda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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