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충신의 밀리터리 카페>세계 최초 디젤잠수함 수직발사관 6문 탑재 도산안창호함 시험평가 성공
국산1호 도산안창호함 세계 두 번째 개발 공기불요추진체계(AIP) 탑재
13년 만에 세계 12번째 잠수함 독자 설계 건조 해군에 인도 예정
남북 SLBM 수중 시험발사 성공…잠수함 탑재 시험발사만 남긴 상태
어뢰기만기 발사장치 성능미달로 8개월 납기 지연은 옥에 티
국내 기술로 설계해 건조한 명실상부한 국산 1호 3000t급 중(重)잠수함인 도산안창호함을 건조한 대우조선해양은 국내 최초로 육상 시험소인 LBTS(Land Based Test Site)를 이용해 지난해 함정에 장비를 탑재하기 전 완전할 때까지 성능시험을 실시해 성공했다. LBTS를 이용해 함정에 장비를 탑재하기 전 실제적인 장비성능과 연동에 문제가 없는지를 확인해 예상되는 문제점을 사전에 제거한 것으로 알려졌다.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육상 시험에 이어 지난해 말 수중발사시험을 성공했다. 이번 주말 해군에 인계된 뒤 연말쯤 최종적으로 잠수함에 실재 탑재해 시험발사하는 최종 단계만 남겨둔 상태다. 북한 역시 북극성-3형 SLBM 시험발사에 성공해 현재 건조 중인 3000t급 잠수함에서 실제 발사하는 단계만 남겨두고 있다.
도산안창호함은 세계 최초로 디젤 잠수함에 수직발사관(VLS) 6문을 설치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산 기술에 의해 독일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개발한 공기불요추진체계인 AIP(Air Independent Propulsion System)가 탑재됐다. 방위사업청 잠수함 사업팀장을 지낸 문근식 대한민국 잠수함 연맹부회장의 조언으로 세계 12번째 잠수함 독자 건조 후 최종 시험평가를 거쳐 곧 해군에 인도될 도산안창호함의 성능과 개발과정에 얽힌 비하인드 스토리를 살펴본다.
◆13년 만에 세계 12번째 잠수함 독자 건조 성공
최근 도산안창호함의 시험평가가 성공적으로 끝남에 따라 2008년 1월 대우조선해양-현대중공업 간 컨소시엄(공동수급체)이 기본설계 계약 후 13년 만에 세계 12번째 잠수함 독자 건조 기록을 수립하게 됐다. 방사청은 잠수함 독자 설계·건조라는 국가적 연구·개발(R&D)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가기술력을 총결집하기 위해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간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방사청은 양사에서 설계인력 50명씩을 파견받아 공동수급체라는 설계조직을 구성 후 부산의 모 지역에서 기본설계를 시작했다. 잠수함선진국인 미국·영국 등은 한 회사가 설계인력을 200~300명 정도 유지하는 게 관례인 데 비해 당시 양사 파견 설계인력은 고작 100명에 불과했다. 4년의 기본설계기간 중 설계인력과 경험 부족, 주요 핵심 탑재장비의 국산화 개발을 동시에 진행하는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기본설계 결과물을 내놓을 수 있었다. 국가기술력을 총결집하기 위해 양사가 힘을 합쳐 시작했지만 공동 건조 합의를 이끌어 내지 못해 한때 건조사업이 좌초되는 게 아닌가 하는 위기를 맞기도 했다. 우여곡절 끝에 주위 우려를 불식시키고 13년 만에 해군에 잠수함을 인도해 대한민국 잠수함 설계 및 건조의 저력을 과시했다.
◆잠수함 선진국들을 놀라게 한 치밀한 건조공정
도산안창호함은 지난해 12월 15일에 인도할 예정이었으나 8개월 정도 일정이 지연됐다. 근로기준법 개정에 따른 주52시간 근무, 코로나19 등으로 인력 투입이 원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주성능이 아닌 몇 가지 부수적인 성능 문제로 시험평가가 지연됐다. 코로나19가 진행되기 전까지 함 건조공정을 지켜보던 잠수함건조 경쟁국 기술자들은 대우조선해양의 치밀한 설계 및 공정관리에 혀를 내둘렀다고 전한다. 문근식 부회장은 “함 건조사업 성공 여부는 납기를 맞추고 성능을 충족하느냐에 달렸다. 주52시간 근무, 코로나19 등의 이유로 8개월 지연된 것을 두고 납기를 어겼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며 “다소 늦었지만 시험평가를 무사히 마치고 성능을 충족시킨 것은 평가할 만하다”고 설명했다.
잠수함 선진국에서도 여러 가지 이유로 납기가 지연되고 성능을 충족시키지 못해 천문학적인 추가비용이 발생한 사례가 빈번하다.
잠수함 건조의 베테랑 격인 영국도 업홀더급 디젤 잠수함 건조 시 핵심 장비의 기본성능 미달로 건조 공정이 7년이나 지연됐다. 아스튜트급 핵잠수함은 5년이나 인도가 지연됐고 사업비는 무려 2조 원(13억5000만 파운드)가량 증액됐다. 호주는 콜린즈급 잠수함을 독자 개발하면서 사업 주관 기관 간 불협화음과 장비성능 미달 등으로 인해 사업기간이 4년 지연돼 사업비가 8000억 원(10억 달러) 이상 늘었다. 스페인이 건조 중인 S-80 잠수함은 1998년에 건조를 시작해 2013년에 해군에 인도예정이었으나 아직도 중대한 결함사항을 수정하지 못한 채 23년간 표류해 사업비가 2조3000억 원 추가됐다. 미국·영국 등 잠수함 독자 개발 경험 보유국도 새로운 모델 개발 시는 사업기간이 원 계획 대비 평균적으로 26개월 연장되고, 사업비도 엄청나게 증가됐다. 잠수함 전문가들은 처음 독자 개발한 도산안창호함의 8개월 인도 지연은 모범적인 개발 사례로 평가하고 있다.
◆지옥의 문 시험평가 무사히 통과, 어뢰기만기 발사장치 성능 미달은 옥에 티
2019년 문재인 대통령이 참가한 가운데 진수식을 거행할 당시 과연 1년 남은 시점에서 시험평가라는 지옥의 문을 잘 통과할지에 관심이 집중됐다. 한국 해군의 작전요구성능(ROC) 기준이 당시 세계 최고 수준인 독일의 214급 잠수함 이상으로 정해졌기 때문이다. 여하튼 시험평가를 무난히 마친 것은 한국 조선기술의 큰 발전이고 자랑스러운 성과로 평가된다. 잠수함 시험평가에는 속도성능시험, 함의 은밀성과 적군 동태 파악을 확인하는 소음 및 음탐시험, 긴급잠항 및 긴급부상, 장비의 작동 상태와 심해수밀 상태를 확인하는 심해잠항시험, 함내 무장 장비에 대한 성능시험 등이 포함된다. 처음 독자 건조하는 조선소 입장에서는 지옥문이나 다름없었다. 호주는 콜린즈급 잠수함 시험평가단계에서 승조원들과 조선소 간 불협화음이 발생, 전투체계 등 주요장비 성능이 미달돼 함 인도가 4년이나 지연됐다.
세계 각국에 디젤 잠수함 140여 척을 수출한 잠수함 수출 왕국 독일도 2007년 한국에 214급 수출 시 시험평가 단계에서 소음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해 거액의 벌과금을 물었다. 수주경쟁에 이기기 위해 경쟁 함정인 프랑스 스콜피온급 잠수함보다 훨씬 낮고 이론적으로만 가능한 수치의 소음 기준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힘든 시험평가를 도산안창호함이 무사히 통과했다는 사실만으로 대단한 성과라 아니 할 수 없다. 하지만 아쉽게도 부수성능이라 할 수 있는 어뢰기만기를 시험평가하는 과정에서 일부 기능에 문제가 발생해 시험평가가 지연된 것은 옥에 티로 남게 됐다.
◆국내 최초 음향 무반향코팅적용, LBTS 운용으로 건조공정도 무난히 지켜
도산안창호함은 우수한 잠수함의 상징인 ‘더 깊이 더 조용히 더 강력하게’로 일컫는 성능을 제대로 구현했을까. 먼저 더 깊이 잠항하기 위해 ‘포항제철’은 압력선체 제작에 크롬과 몰리브덴을 첨가하고 HY80강보다 니켈을 0.25% 더 함유한 합금강인 HY100강을 사용했다. HY100강은 214급 잠수함의 압력선체 건조에도 사용된 400m 이상 잠항 가능한 선체로 디젤잠수함에서는 세계 최고수준이다. 더 조용한 성능을 위해 ‘화승RNA사’는 국내 최초로 음향 무반향코팅제를 개발해 선체에 적용, 흡음과 동시에 방사소음의 크기를 크게 줄였다. 문 부회장은 “이러한 과정을 통해 수중 방사소음 수준을 세계 최고수준인 독일의 214급 잠수함 수준에 도달했다”며 “이는 잠수함을 독자 개발하는 입장에서 기적에 가까운 성과”라고 평가했다.
◆세계 최초 디젤 잠수함에 수직발사관 6문 설치, 세계 두 번째 AIP 개발
더 강력한 공격능력 향상을 위해 대우조선해양에서 직접 수직발사관을 개발해 탑재함으로써 토마호크나 대형 탄도미사일 등 여러 발을 동시에 발사할 수 있게 됐다. 애초 어뢰를 쏘는 수평발사관으로 잠수함발사순항미사일(SLCM)을 발사할 예정이었으나, 북한의 SLBM 위협에 대항하기 위해 SLBM을 수직으로 발사하는 형상으로 설계를 변경했다. 또 주식회사 범한 퓨얼셀은 독일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AIP(Air Independent Propulsion System)를 개발, 탑재함으로써 적진에서 3주 이상 스노클 없이 기동할 수 있도록 수중작전지속능력을 대폭 향상시켰다. 이로 인해 적을 먼저 보고 먼저 쏠 수 있는 전투능력도 향상됐는데, 이는 국방과학연구소(ADD), LIG넥스원, 한화시스템이 공동으로 소나체계와 전투체계를 개발해 탑재함으로써 가능했다. 도산안창호함의 전투능력은 기존의 독일제 장비를 탑재한 209급, 214급 잠수함에 비해 탐지 및 추적능력이 더 향상된 것으로 시험평가 단계에서 확인됐다.
도산안창호함에 탑재된 독자 개발 장비는 더 있다. 수중에서 정확한 위치를 산출하고 오차 없이 항해를 가능하게 하는 기점판(대양전기)과 관성항법장비(한화탈레스)는 기존 독일의 209 및 214급 잠수함 장비와 대등한 성능을 갖췄다. 잠수함에서 소음유발 원인 중 하나인 추진전동기(효성)와 충전발전기(현대중공업)를 국내 개발함으로써 기존 잠수함의 추진전동기, 발전기 고장 시 독일로부터 기술종속을 벗어나게 됐다. 수중에서 3차원 기동을 안전하게 보장하는 통합플랫폼관리체계(KTE) 개발도 자랑거리다. 또 잠수함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잠망경을 오르내리게 하는 통합 양강마스트(금하네이벌텍)도 중소기업의 노력으로 개발에 성공했다.
◆국산화율 76% 달성, 해외 수출에 청신호
북한 잠수함은 한국에 비해 크기와 성능은 많이 떨어지나, 수적으로는 우리보다 월등히 많은 90여 척을 보유하고 있다. 우리 해군보다 30년 먼저인 1963년부터 비대칭 전력으로서의 잠수함 확보를 시작한 덕분이다. 하지만 북한 잠수함은 소음이 심해 은밀성이 떨어지고 속도가 느려 신속한 기동을 필요로 하는 원양작전은 불가능하다. 북한의 로미오급 잠수함은 한번 잠항 시 물속에서 최대 10시간 남짓 작전이 가능하지만 도산안창호함은 3주 이상 수중작전이 가능하다. 우리가 3~5배 먼저 탐지하고 2~3척씩 동시에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이 돋보인다. 이는 우리가 수적 열세를 극복하고 성능으로 압도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음을 의미한다. 전시에 해외로부터 부품을 조달할 수밖에 없는 난제도 해결된 셈이다. 장비, 부품 국산화는 실질적인 자주국방 실현의 출발점이다. 잠수함 수출의 문도 활짝 열었다. 잠수함 독자 설계 건조 성공은 세계 최고 조선기술 강국으로 인정받는 것을 의미하며, 잠수함 이외의 선박 수주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문 부회장은 “우리가 개발한 장비가 아니면 수출해도 돈이 안 된다는 한계가 있었다”며 “이번에 처음으로 잠수함을 독자 개발하면서 국산화율 76%를 달성한 것은 기적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정충신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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