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이틀 연속 한미훈련 맹비난.."대가 똑바로 알게 할 것"(종합)
"우리가 해야 할 일 중단없이 진행해나갈 것"..무력도발 가능성 시사
(서울=뉴스1) 김서연 기자 = 북한이 전날에 이어 한미 연합훈련 개시를 비난하는 담화를 냈다. 선의에 적대행위로 답한 남한 당국이 그 대가를 알도록 북한은 "해야 할 일을 중단 없이 진행해나갈 것"이라며 무력 도발 가능성을 시사했다.
김영철 북한 통일전선부장은 11일 오전 '대결'을 선택한 남한이 위험하고 잘못된 선택으로 "스스로가 얼마나 엄청난 안보위기에 다가가고 있는가를 시시각각으로 느끼게 해줄 것"이라고 선언했다. 전날부터 사전훈련을 시작한 하반기 한미 연합훈련을 정면으로 겨냥한 비난 담화를 통해서다.
그는 먼저 남한이 "힘들게 마련되었던 반전의 기회를 외면하고 8월10일부터 우리 국가를 적으로 간주하여 진행하는 전쟁연습을 또다시 벌여놓는 광기를 부리기 시작했다"면서 이달 1일 김여정 당 부부장이 발표한 담화를 상기했다.
김 부부장은 당 중앙위원회 위임을 받고 발표한 해당 담화에서 "남조선(남한)이 미국과 벌여 놓는 전쟁연습이 북남(남북)관계의 앞길을 더욱 암담하게 하는 재미없는 전주곡이 될 것"이라고 말했으며, "희망과 절망이라는 두 길 가운데서 선택은 전적으로 남조선 당국이 하게 될 것이라는 의미심장한 경고"를 했다는 설명이다.
그는 이에 대해 "남조선 당국에 분명한 선택의 기회를 주었던 것"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조선 당국은 이번에 변명할 여지 없이 자기들이 기회가 있을 때마다 입버릇처럼 외워온 평화와 신뢰라는 것이 한갖 말장난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스스로 드러내 보였다"라고 비난했다.
김 부장은 "(남한이) 우리의 권언을 무시하고 동족과의 화합이 아니라 외세와의 동맹을, 긴장완화가 아니라 긴장격화를, 관계개선이 아니라 대결이라는 길을 선택"했다며 "기회를 앞에 놓고도 남조선 당국이 명백한 자기들의 선택을 온 세상에 알린 이상 우리도 이제는 그에 맞는 더 명백한 결심을 내려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북남(남북)관계 개선의 기회를 제손으로 날려보내고 우리의 선의에 적대행위로 대답한 대가에 대하여 똑바로 알게 해주어야 한다"면서 "남조선과 미국이 변함없이 우리 국가와의 대결을 선택한 이상 우리도 다른 선택이란 할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하다. 우리는 우리가 해야 할 일을 중단없이 진행해나갈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날 한미 연합훈련 개시를 비난하는 김 부장의 담화는 전날 남조선 당국자들의 '배신적 처사'를 지적하고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될 자멸적인 행동"이라고 비난한 김여정 부부장의 담화와 연결되는 내용이다.
우리 군은 10일 한미 연합훈련의 '사전연습' 격인 위기관리참모훈련(CMST)을 시작했다. CMST는 국지도발·테러 등의 상황을 가정한 합동참모본부 주관 대응훈련으로, 통상 한미훈련 직전에 진행된다.
이러한 한미 연합훈련을 '북침 훈련'으로 규정하는 북한은 꾸준히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이번 하반기 훈련에도 개시 한달여 전부터 선전매체를 통해 '반대 여론전'을 벌였고, 사전훈련 개시 당일부터 이틀 연속 비난담화를 내며 긴장감을 고조시키는 모습이다.
김 부부장은 전날 담화에서 한미 연합훈련은 "조선반도(한반도)의 정세를 보다 위태롭게 만드는 결코 환영받을 수 없는,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될 자멸적인 행동"이라면서 "거듭되는 우리의 경고를 무시하고 강행하는 미국과 남조선측의 위험한 전쟁연습은 반드시 스스로를 더욱 엄중한 안보위협에 직면하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날로 가증되는 미국의 군사적 위협에 대처하기 위한 절대적인 억제력 즉 우리를 반대하는 그 어떤 군사적 행동에도 신속히 대응할 수 있는 국가방위력과 강력한 선제타격 능력을 보다 강화해나가는 데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두 담화 모두에서 남한에 대한 '대가'를 강조함에 따라 북한이 자신들의 '전력무기'를 실험하는 무력 도발에 나설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북한은 작년 10월 노동당 창건 제75주년 기념 열병식과 올 1월 제8차 당 대회 기념 열병식 때 각각 '북극성-4ㅅ'과 '북극성-5ㅅ'으로 표기돼 있는 신형 SLBM 추정 미사일을 공개했지만, 아직 이 미사일들을 시험발사했다는 보도는 나오지 않고 있다.
남북 관계는 작년 북한이 탈북민 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를 이유로 남북 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고 모든 통신연락선을 차단하면서 급격히 경색됐었다. 지난달 말, 그동안 여러 차례 정상 간 친서를 주고받아 온 남북이 '통신연락선 복원'을 합의하면서 관계 회복 기대감이 차올랐지만 다시 가라앉는 분위기다.
앞서 김 부부장은 1일자 담화에서 남북 통신연락선 복원으로 정상회담 가능성을 거론하는 등 남한의 '확대 해석'은 "때 이른 경솔한 판단"이라고 지적하며, 남북 관계는 한국 정부의 '큰 용단'에 따라 결정된다고 말했다.
통신연락선 복원은 물리적인 일일 뿐이며 남북 관계가 개선되려면 먼저 한미 연합훈련이 중단돼야 한다는 요구였다. 그는 전날 담화에선 한동안 언급하지 않았던 주한미군 및 전략무기 철수까지 요구했다.
북한은 김 부부장의 담화가 발표 직후였던 오전 9시쯤 정부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직통전화 및 군 통신선을 통한 통화 시도에 정상적으로 응답했다. 그러나 오후 4~5시쯤 군 통신선 및 연락사무소 직통 전화의 마감 통화는 받지 않았다.
s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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