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장실질심사 하루 전까지.. 민노총 위원장 "이석기 석방"
내란 선동 혐의로 복역 중인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에 대한 광복절 특별 사면이 무산된 가운데, 좌파 성향 시민사회계 인사들이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다시는 정의를 입에 담지 말라” “잔인함에 몸서리 치고 비겁함에 치를 떤다”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이 자리에는 경찰에 의해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돼 법원 영장실질심사를 하루 앞두고 있는 양경수(45) 민노총 위원장도 참석했다.
◇ 양 위원장 “촛불 최대 수혜자 文, 적폐 부활 용인”
‘이석기 의원 내란음모 사건 피해자 한국구명위원회’는 10일 서울 중구 민노총 건물에서 문재인 정권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가석방은 허용된 반면, 이들이 ‘피해자’라 주장하는 이 전 의원에 대한 사면은 좌절된 것이 도화선이 됐다. 이 전 의원은 내란 선동 혐의로 징역 9년을 선고 받고 복역 중이다.
이날 가장 눈길을 끈 참석자는 지난달 서울 도심에서 전국노동자대회를 주도한 혐의(집회시위법·감염병예방법 위반 등)로 최근 구속영장이 청구된 민노총 양경수 위원장이었다. 그는 ‘이석기 의원 즉각 석방’이라 적힌 문구를 손에 들고 회견장 정중앙에 앉았다. 법원은 11일 양 위원장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연다.
양 위원장은 “이재용에 대한 가석방이 결정되고 이석기 의원은 감옥에 있게 되는 이 상황이 문재인 정부 정체성을 고스란히 드러낸다”며 “촛불의 최대 수혜자인데 민주당과 문재인 정권은 4년 3개월 동안 무엇을 개혁했나”라고 했다. 이어 “재벌에는 관대했고 노동자엔 가혹했다” “적폐 부활을 용인했다” “구치소가 비좁아 이재용 석방한다는 구차한 논리는 두고두고 조롱거리가 될 것”이라고 했다.
양 위원장은 이 전 의원이 졸업한 한국외대 용인캠퍼스(현 글로컬캠퍼스) 학생회장 출신으로 최근까지 이 전 의원의 석방을 요구하는 경기공동행동 대표로 있었다. 지난해 민노총 위원장 선거에서 이 같은 이력을 두고 조합원들 사이에 논란이 일기도 했다.
민노총 전신인 전노협 사무차장 출신으로 민노총 출범에 산파 역할을 한 김준용 국민노조 사무총장은 최근 본지 인터뷰에서 “양 위원장이 이 전 의원과 같은 경기동부연합 일원이라는 사실은 누구나 다 알고 있다”며 “민노총이 매우 체계적이고 조직적으로 ‘대한민국 뒤집기 한판’을 준비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 “文에 치가 떨려… 불행한 대통령 될 것”
한편 위원회는 성명을 내고 “문재인 대통령은 다시는 정의를 입에 담지 말라” “대통령에게 일말의 양심이 있으리라는 기대는 무참히 짓밟혔다”고 했다. 또 “문 대통령은 털끝만큼도 움직이지 않고 끝내 외면했다”며 “한 마디 응답도 하지 않은 채 장관을 앞세우는 비겁함에 우리는 치를 떤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구 통진당계 인사와 좌파 성향 시민사회계 인사들은 그동안 광복절, 성탄절 때마다 이 전 의원의 특별 사면을 요구해왔다.
위원회는 또 “이제 영영 돌아오기 힘든 강을 건넜다” “문 대통령은 임기 마지막 날까지 민심의 외면을 받는 불행한 대통령이 될 것이다” “정의를 외면한 댓가를 치르는 날은 그리 멀리 있지 않다”고 했다.
이 전 의원을 ‘양심수’라 부르며 후원해온 권오헌 양심수후원회 명예회장은 “정부가 재벌에게 굴복하는, 양심수를 외면하고 인권 감수성을 상실한 상태다” “우리는 가장 구차하고 곤혹스러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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