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영철 "남조선 엄청난 안보위기 시시각각 느끼게 해줄 것"
[경향신문]
북한이 하반기 한·미연합훈련 사전연습 개시 이틀째인 11일에도 비난 담화를 내고 “얼마나 엄청난 안보 위기에 다가가고 있는가를 시시각각 느끼게 해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구체적 대응 조치까지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향후 실제 행동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북한은 이틀째 남북 통신연락선 정기통화에 응답하지 않았다.
김영철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은 11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담화를 내고 “남조선 당국이 반전의 기회를 외면하고 10일부터 우리 국가를 적으로 간주해 진행하는 전쟁 연습을 또다시 벌려놓는 광기를 부리기 시작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김 부장은 지난 1일 김여정 당 부부장이 한·미연합훈련 중단을 요구하는 담화를 발표했던 것을 언급하면서 “남조선 당국에 분명한 선택의 기회를 주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의 권언을 무시하고 동족과의 화합이 아니라 외세와의 동맹을, 긴장 완화가 아니라 긴장 격화를, 관계 개선이 아니라 대결이라는 길을 선택한 것”이라고 현 정세의 책임을 한국 탓으로 돌렸다.
이어 “북남관계 개선의 기회를 제 손으로 날려 보내고 우리의 선의에 적대행위로 대답한 대가에 대해 똑바로 알게 해줘야 한다”며 “우리는 우리가 해야 할 일을 중단없이 진행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미국을 겨냥해선 “남조선과 미국이 변함없이 우리 국가와의 대결을 선택한 이상 우리도 다른 선택이란 할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하다”고 덧붙였다.
앞서 북한은 한·미연합훈련 사전연습 개시일인 전날 김여정 부부장 명의의 ‘위임담화’를 발표하고 “남조선 당국자들의 배신적인 처사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면서 “국가방위력과 강력한 선제타격 능력을 보다 강화해나가는 데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은 전날 오후에 이어 이날도 군 통신선과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채널을 통한 정기통화에 응답하지 않았다.
북한이 연일 한·미연합훈련에 대한 비난 수위를 높이면서 향후 꺼내들 카드에 관심이 쏠린다.
김영철 부장이 ‘안보위기’를 거론한 점으로 볼 때 단거리 미사일이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 발사 등 무력 도발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경제난 타개에 한계를 느낀 북한이 군사력을 동원해 긴장을 고조시키는 ‘벼랑끝 전술’을 구사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위험이 큰 군사 행동보다는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나 금강산국제관광국 등 남북 교류 기구 폐지 카드를 꺼낼 것이라고 본다. 김여정 부부장은 앞서 3월 상반기 한·미연합훈련 당시 담화를 내고 조평통 정리, 금강산국제관광국 등 남북 협력·교류 기구 폐지, 9·19 남북 군사분야 합의서 파기 등을 거론했다.
정부는 전날에 이어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통일부 당국자는 “김영철 부장의 담화는 어제 김여정 부부장의 담화를 재확인하는 내용으로 본다”면서 “정부는 향후 상황을 예단하지 않고 북한의 태도 등을 면밀하게 주시할 것”이라고 했다.
박은경 기자 yam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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