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컷 리뷰]'프리 가이' 진짜 자유 꿈꾸는 평범한 영웅들에게

CBS노컷뉴스 최영주 기자 2021. 8. 11.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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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화 '프리 가이'(감독 숀 레비)
외화 '프리 가이' 스틸컷.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 스포일러 주의

0과 1로 이뤄진 프로그램 속 가상의 존재를 통해 존재 의미와 세상의 진위를 묻는 것, 가상의 존재를 통해 되짚어 보는 인간성은 SF영화의 큰 화두 중 하나다. 여기에 비디오 게임의 상상력을 더한 '프리 가이'는 관객들에게 가볍고 유쾌하게 오래된 물음을 던진다.

가이(라이언 레놀즈)는 총격전과 살인이 난무하는 '프리시티'에서 평화로운 일상을 살아가는 평범한 은행원이다. 매일 아침 단정한 블루 셔츠와 면바지를 입고, 똑같은 시리얼로 아침을 먹고, 크림 하나와 설탕 둘이 들어간 미디엄 커피 한 잔과 함께 업무를 시작하고, 퇴근 후 해변에서 절친 버디(릴렐 호워리)와 맥주 한잔하며 하루를 마무리하는 게 가이의 일상이다.

그러던 어느 날, 꿈에 그리던 완벽한 이상형 몰로토프걸(조디 코머)을 우연히 마주치게 된 가이의 삶은 조금씩 변화하게 된다. 가이는 우여곡절 끝에 다시 만난 몰로토프걸을 통해 자신이 알던 프리시티가 곧 파괴될 것임을 알게 되고, 이를 막기 위해 히어로가 되기로 한다.

'포트나이트'와 같은 슈팅 게임을 떠오르게 하는 '프리 가이'(감독 숀 레비)는 인간이 아닌 Non Player Character, 온라인 게임 속에서 서비스 공급업체가 직접 조종하는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하는 비디오 게임 형식의 엔터테이닝 무비이자 많은 SF 영화가 질문을 던져온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는 질문을 던지는 영화이기도 하다.

외화 '프리 가이' 스틸컷.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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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 가이' 주인공 가이는 0과 1로 이뤄진 세상 속 프로그래밍 된 움직임에 따라 존재하는 NPC로, 꿈에 그리던 이상형을 만나며 일종의 '에러'가 발생하면서 단순한 NPC를 벗어나 자유 의지를 갖게 되는 존재다.

마치 영화 '13층'이나 HBO 드라마 '웨스트월드'를 떠올리게 하는 '프리 가이'는 '내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이 진짜가 아니라 '가짜'라면?', 그리고 '나라는 존재 역시 누군가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가짜'라면?'이라는 물음을 통해 존재의 의미와 정체성, 우리가 발 디디고 살아가는 세계의 진실성에 관해 묻는다.

이는 다시 말해 나를 나로 존재하게 하는 것은 무엇인지, 세상이 가짜라면 '나'라는 존재 역시 가짜인지, 무엇이 우리를 하나의 존재로서 존재하게 만드는지에 관한 질문으로 이어진다. 이는 '블레이드 러너' '공각기동대' '매트릭스' '13층' 등 다양한 SF에서 던진 질문이기도 하다. 인간이 인간으로서, '나'라는 존재가 '나'로서 존재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프리 가이' 역시 영화 내내 가이라는 인물을 통해 묻는다.

영화 속 가이의 친구 버디의 말처럼 우리는 지금 존재하고, 또 서로를 인지하고 서로에게 건네는 말은 적어도 '진실'하기에 세상과 나의 존재가 진짜인지 가짜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결국 세상을 살아가는 '나'는 세계의 주인공이고, 나를 이루는 나의 생각과 질문 그리고 나와 관계를 맺은 사람들을 통해 '나'라는 존재가 진실로 존재한다.

외화 '프리 가이' 스틸컷.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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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는 단지 존재 의미와 세계에 관해 묻는 데 그치지 않는다. NPC라는 컴퓨터 프로그램이 만든 가상의 존재를 통해 현실 인간들에게 '인간'이란 무엇인지, 무엇이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지, 인간성이란 무엇인가 되묻는다.

가이와 친구들이 살아가는 프리시티는 무법이 판치는 사이버 공간이다. 현실의 존재가 자신의 이름과 얼굴을 감춘 채 도덕성과 인간성을 잃고 마음대로 행동할 수 있다. '진짜' 생명이 아니라는 이유로 마음대로 살인하고 탈취하고 폭행하는데, 현실에서 '인간'이라는 외피를 입고 할 수 없는 내면의 욕망을 가상의 공간에서 실현하는 사람들을 보여준다. 그런 현실의 인간들이 가상의 세계에서 저지르는 범죄를 막는 건 다름 아닌 NPC 가이다.

지금도 현실에서는 익명성을 바탕으로 가상의 세계에서 남을 헐뜯고 저주에 가까운 말을 퍼뜨리는 사람들뿐 아니라 현실에서조차 약자를 상대로 폭력을 가하는 사람, 자본주의 시대 경제 권력을 손에 쥐고 사람들을 착취하는 사람 등 현실 속 수많은 빌런이 존재한다.

가이의 행동은 지금 현실에 필요한 존재가 어떤 모습을 지녀야 하는지 보여준다. 가이가 보여준 '히어로'란 특별한 사람, 특별한 능력이 만들어내는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 사람과 공동체를 위하는 마음 즉, 인간성과 도덕성을 지켜나가는 존재다. '가이'(Guy)라는 이름이 지닌 뜻처럼 일상에 존재하는 인간임을 잊지 않으려는 '사람들' 모두가 히어로다.

SF는 현실을 반추하고, 과학적 상상력과 아이디어로 현실 세계에 대한 풍자와 비판을 아끼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NPC 가이는 존재는 보통의 사람들의 대명사이자, 인간으로서의 진정한 자유를 꿈꾸는 모든 사람을 존재로서 현실의 인간들을 일깨운다.

외화 '프리 가이' 스틸컷.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가이의 여정과 물음을 뒤쫓는 과정은 비디오 게임 세상을 배경으로 한 엔터테이닝 무비답게 시종일관 다양한 오락적 요소와 액션으로 가득 차 있다. 게임을 모르는 관객이더라도 화려한 액션과 기발한 상상력으로 구현된 프리시티를 보는 재미가 있을 것이다.

'데드풀' '킬러의 보디가드' 등에서 재치 넘치고 유머 가득한 액션으로 하나의 장르이자 아이콘이 된 배우 라이언 레놀즈의 '순한맛 데드풀' 같은 연기가 이번 영화에서도 빛을 발한다. 여기에 '프리 가이'가 발견한 조디 코머는 라이언 레놀즈 이상으로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디즈니가 20세기 스튜디오('프리 가이' 제작사)를 인수해서 그런지, 영화 속 디즈니 대표 IP인 MCU(마블시네마틱유니버스)의 활용이 돋보인다.

115분 상영, 8월 11일 개봉, 12세 관람가.

외화 '프리 가이' 포스터.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CBS노컷뉴스 최영주 기자 zoo719@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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