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 잘 될 거야.. 어쩜 이 노래는 내 맘을 이렇게 잘 알까 [스밍]

한현우 문화전문기자 2021. 8. 11. 07:0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스밍: 이번 주엔 이 노래] 이한철 '슈퍼스타'
*스밍(streaming): 온라인 음원 실시간 재생

⭐플레이 버튼을 누른 뒤, 읽어보세요.

이한철 노래 ‘슈퍼스타’가 자주 들리기에 찾아보니 인기 TV 드라마에서 연기자들이 이 노래를 불렀다고 한다. 이 노래 제목은 몰라도 “괜찮아 잘 될거야/ 너에겐 눈부신 미래가 있어” 하는 부분은 누구나 알고 있다. 설령 모른다 해도 들어본 듯한 착각이 든다. 그게 바로 싱어송라이터 이한철의 특장이며 매력이다. 원래 있었던 것 같은 노래, 따라 부르기 쉬운 노래, 시간이 지나도 좀처럼 낡지 않는 노래들이다.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

‘슈퍼스타’는 김해에서 고등학교 때까지 야구를 하다가 그만둔 청년이 서울에 올라와 방황하던 때, 아는 사람의 부탁을 받은 이한철이 그를 만나 응원하고 격려해 준 경험에서 나온 노래다. “모습은 까무잡잡한 스포츠맨/ 오직 그것만 해왔던”이란 가사에 그런 뜻이 담겨있다.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밴드 미도와 파라솔이 이한철의 슈퍼스타를 부르는 장면.

이한철은 데뷔 초기 브릿팝 류의 음악을 했고 밴드 ‘불독맨션’에서는 펑크(funk)와 라틴 리듬을 쓴 록 음악을 주로 했지만, 그의 뿌리는 포크에 있다. 자신이 겪은 일과 보고 들은 이야기가 음악 창작의 주요 저장고이며, 그 우물에 깊이 몸을 담가 끌어낸 결과물로 음악을 만든다. 그래서 그의 가사는 때로 좀 거칠거나 시간에 쫓겨 퇴고(推敲)된 느낌을 줄지언정 결코 공허하게 메워지지 않는다.

이를테면 ‘도은호의 사랑’은 그의 밴드 멤버와 일본 공연 스태프였던 사람 사이의 장거리 연애를 보면서 쓴 곡이다. 1절에서 “바람이 내 맘을 전하죠” 했던 노래는 2절에서 “바람이 그곳에 닿나요”로 바뀐다. 사랑에 빠지면 바람도 나를 위해 불어주는 것 같이 느끼는 마음에 감정이입이 된 가사다. 이 노래가 특출한 것은 감정의 변화를 코드로 표현한 점이다. 장조로 시작한 노래는 “내 맘을 아나요/ 그대도 같나요”에서 단조로 바뀌고 반음을 쓰는 세븐 코드로 진행된다. 상대방의 사랑에 확신이 없어 약간 풀이 죽은 화자(話者)의 감정이 음표에 드러난다. 그러나 이어지는 “언제라도 어디라도/ 난 그대 곁에 있어요”에서 바로 장조로 회복되며 그 고백에 어떤 회의(懷疑)가 없음을 보여준다. 비록 ‘슈퍼스타’ 만큼 알려지진 않았지만, 그런 점에서 매우 잘 만든 노래다. 연애 당사자의 이름을 제목에 쓴 걸 보면 약간 장난기가 느껴지는데, 그만큼 확신을 갖고 쓴 노래라는 생각이 든다. 사실 이 노래는 고유명사 몇 개만 바꾸면 모든 연인들의 애틋한 사랑 노래로 치환된다.

이한철 곡 중 최고의 사랑 노래는 박새별과 함께 부른 ‘바야흐로 사랑의 계절’이다. 보컬리스트로 출중하다고 할 수 없는 이한철 노래의 약점을 박새별이 적절히 메워주며 훌륭한 듀엣곡을 만들었다. 이 노래에도 이한철은 스토리를 담고 있다. 사랑을 예찬하던 노래는 끝 부분에서 조가 바뀌며 “어느/ 비오는 정류장” 하고 두 사람이 어떻게 만났는지 묘사하는데, 이 역시 겪었거나 들은 이야기에서 노래가 출발했음을 암시한다. 이한철 포크의 힘은 바로 이런 구체성에 있다.

‘슈퍼스타’ 만큼이나 하이라이트가 도드라지는 노래 중에 ‘인생’이 있다. 후렴구 멜로디를 먼저 떠올린 뒤 나머지를 작곡한 것으로 보이는 이 노래는 드라마에 쓰기 좋은 구조다. “인생 뭐 있겠어”라는 후렴 첫 부분은 ‘슈퍼스타’의 “괜찮아 잘 될 거야”와 정확히 같은 역할을 한다. 그렇기에 이 노래는 명곡의 반열에 오를 순 없어도 입에 오르내리기 좋은 대중음악의 한 포인트를 제대로 공략하고 있다. 왜 이 곡이 아직 드라마 음악감독들에게 선택받지 못하는지 궁금할 정도다.

이한철의 알려진 노래들은 대개 중간 템포 이상의 밝은 노래들이다. 그러나 그는 슬프거나 덤덤한 감정을 실은 노래들도 여럿 발표했다. 대표적인 노래가 이한철이 쓰고 이소라가 부른 ‘시시콜콜한 이야기’다. 이소라가 부르지 않았다면 그만큼 사랑받지 못했을 이 노래는 읊조리다가 잠깐 고조됐다가 다시 사그러드는 이한철 특유의 슬로우 포크다. 이 노래와 결을 같이 하는 곡으로 ‘흘러간다’가 있다. 인생을 관조하는 듯한 가사는 청년 로커였던 이한철이 나이 들어가며 그만큼 너그러워지고 있음을 말해준다. 1993년 유재하 음악경연대회에서 이름을 알렸을 때부터 그를 지켜봐 온 팬들 역시 속절없이 흘러간다. 우린 어느새 “헤엄치지 않고/ 둘러보지 않고/ 흘러”가고 있는 것이다.

[지난 스밍 List!] ☞조선닷컴(chosun.com/watching)에서 들으실 수 있습니다.

🎧장덕 ‘예정된 시간을 위해’

🎧카더가든 ‘명동콜링’

🎧메탈리카 ‘Enter Sandman’

🎧패닉 ‘UFO’

🎧김현철 ‘City Breeze & Love Song’

🎧FUN ‘We Are Young’

🎧혁오 ‘Love Ya’

🎧김민기 ‘아침이슬’

🎧조용필 ‘사랑해요’

🎧킹스 오브 컨비니언스 ‘Rocky Trail’

🎧Ssing Ssing ‘NPR 콘서트’

🎧한예리 ‘Rain Song’

🎧한영애 ‘봄날은 간다’

🎧들국화 ‘사랑한 후에’

🎧롤러코스터 ‘어느 하루’

🎧소히 ‘산책’

🎧윤석철 트리오 ‘즐겁게, 음악’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