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난독증을 아시나요? [박상미의 고민사전]

[스포츠경향]

저희 팀장님은 말이 별로 없으셔서 마음을 읽기가 힘들어요. 무표정으로 주로 듣고 계시다가 버럭 화를 냅니다. 심장이 나빠질 정도예요. 모든 의사표현이 화를 내는 것으로 표출 되는데, 본인은 팀원들이 화를 내게 만드니까 화를 낼 수밖에 없다고 당당하게 말합니다. “당신이 나를 자꾸 화나게 만들잖아!” 이런 식이죠. 사실 이분이 화내는 패턴과 방식이 우리 아버지랑 똑같아요. 그래서 제가 더 주눅 들고, 깜짝 놀라는 것 같기도 해요. 얼굴 마주 보고 대화를 나누는 것 자체가 공포입니다.

저는 이런 상태를 ‘감정 난독증’이라고 표현하는데요. 불편한 감정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어떻게 해야 자기 마음이 진정될지 잘 해독하지 못하는 거죠. ‘당신이 나를 화나게 만든다’는 말 자체가 자기 자신이 너무나 미성숙하다는 것을 공표하는 거죠. 감정의 주체는 자신이고, 타인이 자극을 줬다 하더라도 어떻게 반응할 것인지는 본인이 선택하는 문제니까요. 동물적 자동 반응을 한다는 걸 본인만 모르는 겁니다.

분노하고 화를 내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자신의 다혈질은 타고난 성격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사실은 다른 이유가 더 커요. 같이 사는 가족, 함께 일하는 동료 중에 툭하면 화내는 사람이 있다면 너무 힘들죠. 화를 못 참는 사람들의 유형은 다음과 같습니다.

①강해져야 한다는 고정관념 때문에 마음이 약해질 때마다 화로 자기감정을 덮어버리는 경우

②불안하고, 우울해지면 화로 표현하는 경우

③미성숙한 방어기제가 폭발하는 것이 습관이 된 경우

④양육자의 감정 처리 방식을 학습한 경우

⑤분노로 타인을 지배하려는 경우

⑥자존감이 낮아서, 상대가 자기를 무시한다고 판단하는 경우

가장 비겁한 유형은, 분노로 타인을 지배하기 위해 화를 내는 유형입니다. 자신보다 힘이 강한 사람 앞에서는 찍소리 못하고 참기만 하면서 심한 무력감을 느낍니다. 이 감정을 자기보다 힘이 약하거나 마음이 여려서 받아주는 사람만 골라서 폭발시키는 겁니다. 버럭 화를 내면서 ‘나는 무력하지 않다’라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상대를 지배하려는 거지요.

양육자가 이런 식으로 화를 표출하면서 자녀를 키운 경우, 자녀에게 끼치는 영향은 매우 큽니다. 만일 아버지가 이런 유형이었다면 아들은 아버지의 감정 처리 방식을 습득하는 확률이 높고, 딸은 남자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갖게 됩니다.

상사가 자신의 아버지와 같은 감정 처리 방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적대적인 감정을 갖게 되거나, 별것 아닌 상황에서도 미리 불안에 떨게 됩니다. 어머니가 화를 많이 낸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양육자의 감정 쓰레기통이 되어서 정서 학대를 겪은 사람이 성인이 되면, 타인의 작은 비판에도 크게 다치고 예민하게 반응하게 됩니다. 분노 조절에 문제가 생겨서 ‘간헐성 폭발 장애’로 발전할 가능성도 있고요.

화를 품는 것은 다른 사람에게 던지려고 뜨거운 석탄을 손에 쥐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화상을 입는 것은 결국 자기 자신이다.

부처님이 한 말씀입니다. 화를 못 참는 사람들은 누구를 향할지 모를 뜨거운 석탄을 손에 쥐고 다니는 삶을 살고 있는 셈입니다. 자신의 뜨거운 감정에 이미 화상을 입은 사람들이지요.

■‘마음치유 안내자’ 박상미는?

더공감 마음학교 소장, 한양대학교 일반대학원 교수, 한국의미치료학회 부회장·수련감독.

공감, 소통, 치유, 회복을 주제로 글쓰고, 강의하고, 다큐를 찍는다. 교도소와 소년원에서는 ‘마음치유학교’를 연다. ‘관계에도 연습이 필요합니다’, ‘내 삶의 의미는 무엇인가’, ‘마음아, 넌 누구니’, ‘나를 믿어주는 한 사람의 힘’, ‘마지막에는 사랑이 온다’, ‘나를 믿어야 꿈을 이룬다-박상미의 고민사전’ 등을 썼다. 유튜브 ‘박상미라디오’ ,EBS 라디오 ‘박상미의 마음 마음’ 진행자이며,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강연자다. 출연중인 방송은 EBS ‘인생 파란만장’, SBS ‘언니한텐 말해도 돼’, EBS <박상미의 관계상담소>이다. 찍은 다큐 영화는 ‘내 인생 책 한 권을 낳았네’, ‘마더 마이 마더’ 등이 있다.

마음치유 안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