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올림픽 결산] 아쉬움 남긴 구기종목, 유일하게 웃은 배구

김도곤 2021. 8. 11. 07: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배구 대표팀

[MHN스포츠 김도곤 기자] 도쿄올림픽이 막을 내렸다.

2020 도쿄올림픽이 8일 폐막식을 끝으로 마쳤다. 코로나19로 1년 연기돼 치렀고, 연기됐지만 치르면서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대회였다. 일부 유관중 경기가 있었지만 역사상 첫 무관중으로 시작해 무관중으로 끝난 대회였다.

한국에 다소 아쉬운 대회였다. 한국의 목표는 TOP 10, 하지만 16위에 그쳤다. 금메달은 6개가 나왔고, 양궁 4개, 펜싱 1개, 체조 1개로 모두 구기 종목 외에서 나왔다.

이번 대회는 구기 종목에서 특히 눈에 띄지 않는 성적이 나왔다. 한국에서 가장 큰 인기를 자랑하는 4대 스포츠(야구, 축구, 배구, 농구)에서도 메달은 없었다. 

단 똑같이 메달 없는 결과는 같았지만 과정은 사뭇 달랐다. 배구와 농구가 박수받았다면 야구와 축구는 고개를 숙였다.

여자 배구는 메달만 없었을 뿐 매 순간이 드라마였다. 조별리그에서 브라질, 세르비아에 패했지만 목표로 잡았던 도미니카 공화국, 케냐, 일본에 모두 승리하며 조 3위로 8강에 진출했다.

특히 한일전은 백미였다. 개최국 일본을 상대로 풀세트까지 가는 접전 끝에 승리했다. 끝날 것 같았던 5세트에서 기적을 만들었다. 12-14 매치포인트에 몰린 상황에서 박정아의 득점으로 따라잡았다.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은 교체로 승부수를 던졌다. 하지만 안혜진 교체 투입은 됐지만 나머지 1명 교체 투입은 승인받지 못해 코트에 졸지에 염혜선, 안혜진 세터 2명이 들어간 기이한 포메이션이 구성됐다. 하지만 한국은 그 상황에서도 다시 박정아의 득점으로 동점을 만들었고, 상대 범실과 '클러치 박'이라는 별명에 걸맞게 박정아가 경기를 끝내는 득점을 올려 극적인 승리를 거뒀다.

녹아웃 스테이지에 돌입해서도 드라마를 썼다. 8강에서 여자 배구 강자 터키를 세트스코어 3-2로 꺾고 4강에 진출했다. 터키는 누구나 인정하는 배구 강자이자 한국이 역대 전적에서 2승 7패로 크게 열세인 상황이었다. 하지만 중요한 순간에 터키를 잡으면서 4강에 진출했다.

4강과 동메달 결정전에서는 브라질, 세르비아에 한 세트도 따지 못하고 패했지만 아무도 배구 대표팀을 나무라는 사람은 없었다. 4강 자체만으로 기적이었고 박수받기 충분했다. 

메달은 없었다.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 동메달 이후 45년 만에 메달 도전, 2012 런던 올림픽 4위의 아쉬움을 달랠 수 있었으나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하지만 배구는 한국 4대 프로 스포츠에서 가장 눈부신 결과물을 만들었다. 선수들이 보여주는 투지와 끈끈한 조직력, 대표팀 은퇴를 선언한 김연경의 마지막 불꽃까지 볼 수 있었다.

사진=연합뉴스, 농구 대표팀

여자 농구는 참가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이미 성공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동양과 서양의 실력 차이가 크고 출전한 12개국 중 한국의 세계 랭킹이 가장 낮았다. 농구 특성상 험난한 예선을 뚫고 올림픽에 나선다는 것으로 충분히 제 몫을 했다는 평가다.

큰 기대를 받지 못했고 결과도 3전 전패 조별리그 탈락이었지만 내용은 매우 훌륭했다. 한국의 상대는 스페인, 캐나타, 세르비아로 모두 여자 농구 강호로 평가받는 팀들이다. 특히 스페인은 우승도 노려볼 수 있는 전력이었다.

한국의 첫 상대는 스페인으로 어느 누구도 큰 기대를 하지 않았지만 첫 경기부터 선전했다. 1쿼터에 대등한 경기를 펼쳤고 2쿼터를 역전하며 마쳤다. 3쿼터에도 대등한 경기를 펼쳤으나 막판에 역전을 허용했고, 4쿼터 막판 추격에 나섰지만 아쉽게 73-69, 4점차로 패했다. 비록 패배였으나 우승 후보 스페인을 상대로 접전을 넘어 잠깐이었지만 리드를 잡는 모습까지 보여줬다. '졌지만 잘 싸웠다'라는 말은 이 경기를 두고 하는 말이었다.

캐나다와 경기에서는 큰 실력 차이를 느끼며 패했지만 마지막 세르비아전에서 선전했다. 2쿼터에 10점 차이 넘게 벌어지며 이대로 끝나는 듯 했으나 4쿼터에 기어이 역전에 성공하며 첫 승 직전까지 갔다. 비록 막판 뒷심 부족과 공격 리바운드를 지속적으로 내줘 패했으나 매 경기 보여준 경기력은 기대 이상이라는 표현이 부족할 정도로 훌륭했다.

무엇보다 세대교체에 성공했다는 것도 고무적이다. 센터에서 박지수가 중심을 잡고 막내 박지현이 외곽에서 활약했다. 선수 풀이 깊지 않은 여자 농구 특성상 세대교체는 머리 아픈 과제였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 경기 내용은 물론 세대교차라는 과제도 해결하면서 충분한 성과를 남겼다.

여자 배구, 여자 농구와 달리 남자 축구와 야구는 초라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 올림픽 축구 대표팀

축구는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이어 김학범 감독이 U-23 대표팀을 그대로 맡으면서 기대를 모았다. 3년 전 아시안게임 금메달의 영광을 이어줄 것으로 보였다.

조별리그 뉴질랜드와 첫 경기를 0-1로 패해 불안한 시작을 보였으나 루마니아, 온두라스를 각각 4-0, 6-0으로 대파하면서 녹아웃 스테이지에 진출했다.

대승에 취해서였을까? 한국은 녹아웃 스테이지 돌입과 동시에 무너졌다. 상대는 중남미 강호 멕시코였다. 한국과 비교해 개인 기량, 스피드에서 앞섰다. 하지만 한국은 기량과 스피드가 뛰어난 멕시코를 상대로 맞불 작전을 선택했고, 결과는 3-6 대패였다.

공격에서는 이동경이 멀티골을 넣는 등 나름 제 몫을 했지만 수비에서 완전히 무너졌다. 기량과 스피드가 좋은 멕시코 선수들을 상대로 측면 풀백을 높이 올려 맞불을 놨고, 그 결과는 측면 붕괴와 수비 붕괴로 이어졌다. 전술적 패배였다.

이번 올림픽 대표팀은 대회 전부터 선수 선발로 논란이 많았다. 선수 구성에 있어서는 와일드카드 실패 등 약간의 논란이 있었지만 큰 문제는 소집이었다.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를 치르는 팀들의 의사를 누른 채 선수들을 소집했고 훈련을 실시했다. K리그에 대한 존중이 없다는 비판이 일었다. 결과가 좋았다면 괜찮았겠지만 결과조차 나오지 않아 비판의 목소리는 하늘을 뚫고 올라갈 지경이 됐다. 

야구는 더 한 비판을 받고 있다. 6개국이 참가하는 대회에서 4위에 그쳤다. 

사진=연합뉴스, 김경문 감독

한국 야구 대표팀은 조별리그 1승 1패로 녹아웃 스테이지에 돌입했다. 이번 대회는 더블 엘리미네이션 방식으로 지더라도 기회가 있었다. 특히 한국은 메달까지 가는 기회를 3번 받았으나 3번 모두 패하는 모습을 보였다.

준결승에서 일본에 2-5패, 패자 준결승에서 미국에 2-7 패, 동메달 결정전에서 도미니카 공화국에 6-10으로 패했다. 3경기 중 1경기만 이겼어도 어떤 색의 메달이라도 받을 수 있었지만 빈손으로 돌아오는 시나리오상 최악의 결과가 나왔다.

경기 중 보여준 모습도 논란이 됐다. 강백호는 동메달 결정전 패색이 짙은 상황에서 추격을 포기한 듯 내려놓은 표정으로 껌을 씹어 투지가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하지만 궁극적인 문제는 투지도 부족했지만 실력 차이도 컸다. 한국은 대회 전부터 선수 선발로 논란이 많았다. 부상에서 회복한 지 얼마 안 된 차우찬을 왼손 투수가 없다는 이유로 선발했고, 리그에서 철벽 계투로 활약하는 강재민을 제외했다. 여기에 코로나19 방역 수칙으로 2루수 박민우가 하차하자 투수 김진욱을 대체 선수로 선발했다. 결과적으로 한국은 대회에서 3루수 황재균이 2루를 보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메달권 후보 중 한국의 전력이 가장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는데 정작 선수 구성도 제대로 되지 않았다. 반면 일본은 자국에서 열리는 대회인만큼 금메달을 획득하겠다는 의지가 확실했다. 오릭스 에이스 야마모토 요시노부를 비롯해 일본프로야구에서 활약하는 선수 중 최고의 선수들을 뽑아 라인업을 구성했고 결국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미국은 미국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40인 로스터에 오른 선수들은 차출을 불허하기 때문에 과거 WBC 같은 선수 구성을 기대할 순 없었다. 하지만 스캇 카즈미어, 토드 프레이저 등 메이저리그 경력이 풍부한 선수와 메이저리그 바로 밑 단계인 트리플A의 괴물 유망주들로 팀을 꾸렸다. 여기에 감독은 메이저리그 최고의 명장으로 꼽히는 마이크 소시아였다. 

한국은 금메달을 노리기 위해 꼭 꺾어야 하는 일본, 미국을 상대로 모두 졌다. 일본과 1경기, 미국과 2경기를 치렀지만 1경기도 이기지 못했고, 더블 엘리미네이션 방식 덕분에 동메달 결정전을 치를 수 있었지만 한 수 아래로 여겨졌던 도미니카 공화국에도 패하며 빈손으로 대회를 마쳤다. 

Copyright © MHN스포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