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만 감독? 경쟁 싫어해"..류승완 밝힌 #모가디슈 흥행 #김윤석X조인성 #군함도 [MD인터뷰](종합)
[마이데일리 = 김나라 기자] 영화 '모가디슈'가 코로나19를 뚫고 올여름 극장가를 강타한 가운데, 연출자 류승완 감독이 남다른 소회를 밝혔다.
류승완 감독은 10일 오후 화상 온라인 인터뷰를 진행했다. 앞서 지난달 28일 영화 '모가디슈'로 관객들을 찾아간 바. 이는 '군함도'(2017) 이후 4년 만에 메가폰을 잡은 작품이다.
'모가디슈'는 실화를 바탕으로, 1991년 소말리아의 수도 모가디슈에서 내전으로 인해 고립된 사람들의 생사를 건 탈출을 그린 영화. 코로나19 발발 이전 아프리카 모로코 에사우이라 지역에서 약 4개월 동안 100% 로케이션을 진행, 이국적인 풍광을 담아냈다.
류승완 감독의 탁월한 연출력이 빛나는 '모가디슈'는 최고 오프닝 스코어, 최단 기간 50만에 이은 100만 돌파 등 올해 한국영화 흥행 기록을 연일 새롭게 쓰며 질주 중이다. 올해 한국영화 최초로 100만 스코어를 달성했을 뿐만 아니라 200만 고지까지 바라보고 있다.
더불어 제20회 뉴욕아시안영화제 개막작 초청 및 북미 개봉 이후 쏟아지는 호평으로 다시 한번 K-무비 신드롬을 예고했다. 로튼토마토는 무려 100% 신선도 지수를 기록 중이다.
이날 류승완 감독은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사회적 거리 두기 4단계에 도쿄 올림픽 기간까지 겹친 이런 상황에서 극장을 찾아주시고 좋은 관람평을 남겨주신 관객분들 한 분 한 분이 되게 감사하다. 그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라고 마음을 전했다.
이어 "제가 영화를 처음 시작할 때가 1990년대 초, 당시 한국영화가 그렇게 대중에게 인기 있는 아이템이 아니었을 때였다. 그런데 지금이 그 시절보다 더 힘든 느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가디슈'를 봐주시고 응원해 주시는 분들께 정말 너무 감사드린다. 다시 한번 느끼는 것이지만 '모가디슈' 흥행은 숫자를 넘어선 감동이 저한테는 있다. 기적이라는 생각이다"라고 특별한 의미를 강조했다.
또한 류승완 감독은 "거리두기 4단계에서 개봉하는 게 맞냐 고민이 많았지만, 영화계 전체가 어렵지 않나. 특히나 후반 작업 업체들이 너무나 어렵다. 난리도 아니다. 현재 개봉 못하고 있는 한국영화가 정말 많다"라며 "우리가 계속 미룬다고 해서 될 게 아니라고 봤다. 저는 경쟁 문화에 적응을 못해서 영화 만드는 일을 하는 사람인데 우리는 우리 길을 가는 게 맞겠다 싶었다. 저희가 대단한 사람들도 아니고 한국영화의 뭘 책임지고 그런 건 절대 아니었고, 개봉하는 게 맞겠다 싶어서 한 거였다"라고 밝혔다.
'군함도'에 이어 역사를 소재로 다룬 것에 대해서도 거창한 의의를 두지 않았다. 류승완 감독은 "제가 어떤 역사적 소명의식 이런 걸 가졌다기보다, '모가디슈'의 소재와 배경이 저를 이끌었다. 제가 그렇게 치밀한 사람도 아니고 제 인생도 계획 못하는데 뭘 계획하겠냐. 영화를 만드는 사람으로서 이 시점에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영화계 상황이 열악한 만큼, OTT 행을 택했을 법도 하지만 류승완 감독은 "저한테 극장은 특별하다. 제 꿈을 이뤄주는 곳이고, 지금도 꿈을 꾸게 하는 곳이며, 꿈을 가진 사람들과 만날 수 있도록 연결해 주는 곳이다. 직업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는 게 '극장'이다. 그래서 '모가디슈'는 꼭 극장용이어야 했다. 단순히 스펙터클 차원이 아니라, 클로즈업한 눈동자를 통해 반사되는 눈빛 하나, 아주 세세하게 들리는 소리들, 이 무더위 등의 체험을 관객분들에게 선사하기 위해선 꼭 극장에서 개봉해야 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윤석, 조인성, 허준호 등 함께한 배우들을 향해 극찬을 보내기도. 류승완 감독은 "강대진 참사관 역할은 조인성의 공이 크다. 조인성이 대본에 있는 것보다 훨씬 더 생생한 인물로 표현해 줬다"라면서 "조인성의 인성은 말할 것도 없다"라고 치켜세웠다.
주 소말리아 한국 대사 한신성 역의 김윤석에 대해선 "선배님의 강렬한 캐릭터 연기도 좋아하지만 '거북이 달린다' '완득이'에서 같은 서민적 모습에 매력을 많이 느꼈다"라며 "겁에 질려 있는 외교관 캐릭터를 그리고 싶었는데 제격이었다. 선배님도 저와 생각을 하고 계신 덕에, 긴장을 많이 하고 찾아뵙는데 아주 수월하게 캐스팅이 진행됐다"라고 얘기했다.
주 소말리아 북한 대사 림용수 역의 허준호 캐스팅 비화도 언급했다. 류승완 감독은 "허준호 선배님은 김지운 감독님의 '인랑'에서 등장하는 모습을 너무너무 인상 깊게 봤었다. 제가 이전에 봤던 선배님의 얼굴과 너무 다른 면모라서 김지운 감독님에게 정말 좋다고 얘기한 적도 있다. 그때부터 내 카메라 앞에 이 배우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래서 '모가디슈' 대본이 나오기도 전에 마음이 급해서 선배님을 만나 뵙고 출연 제안을 드린 거다. 선배님도 그 자리에서 '합시다'고 해주셔서 너무 신났었다"라고 깊은 신뢰를 표했다.
류승완 감독은 "한 분 한 분 모시다 보니 이분들이 모였고, 본인들이 앙상블을 만들어주셔서 아주 좋은 결과물로 완성됐다. 누구 하나 튀려 하지 않고 상대를 배려해 주고 저도 많은 배움의 시간이었다"라고 전했다.
더불어 류승완 감독은 "'모가디슈'는 전작 '군함도'가 없었다면 안 나왔을 것"이라며 "'군함도'를 해봤기에, '모가디슈'를 할 수 있는 체력이 길러진 거 같다"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그는 "'군함도'를 통해 소재가 좋을수록, 좋은 소재에 빠져버릴 수 있는 함정을 주의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 너무나 극적인 인물과 사건을 다룰 때 유지해야 하는 적정 거리라고나 할까, 그런 것들을 배웠다"라고 덧붙였다.
류승완 감독은 "제가 블록버스터만 지향해서 큰 영화를 만드는 건 아니다"라며 "'모가디슈'를 만드려고 하다 보니 예산이 커진 거다. 그건 정확하게 말씀드릴 수 있다. 저라고 손익분기점 높은 영화만 만들고 싶겠나. 알뜰살뜰하게 해도 규모가 커진 것이다. 하지만 규모 작은 영화를 만든다고 해서 고충이 작진 않을 거다. 작으면 작은 대로 또 고충이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저를 두고 블록버스터 감독이다, 천만 영화 감독이다 등 수식어가 붙는 것에 저는 거부감이 있는 사람이다"라며 "여전히 영화를 만드는 건 어렵다. 관객들의 마음을 훔치는 것만큼 힘든 일이 없는 거 같다. 다만 저는 앞으로 더 나아지기 위해 노력하고 조금 더 좋은 영화를 연출하려고 노력하는 것뿐이다"라고 겸손함을 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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