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자영업 푸대접하는 재난지원금
재난지원금은 이름 그대로 재난으로 피해를 입은 사람을 지원하는 자금이다. 피해를 입은 계층이 전국민이면 전국민에게 지급하는 ‘보편지원’이 옳고 피해가 특정 부문에 집중되었으면 이 부문에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선별지원’이 옳다.
피해의 실상은 어떤가? 정부 공식 통계를 통해 확인해 보자. 통계청 통계에 의하면 코로나 팬데믹의 충격이 업종별로 크게 차별화돼 나타난다. 2020년 초 코로나 팬데믹이 시작된 이후 음식업, 숙박업, 스포츠·오락서비스업 등 특정 업종을 중심으로 큰 폭의 매출 감소가 지속되고 있다. 이들 모두 자영업 비중이 높은 생활서비스업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반면 금융업이나 정보통신업 등의 매출은 오히려 증가하는 등 업종별 양극화 현상이 심각하다.
소득 통계를 봐도 마찬가지다. 코로나 팬데믹의 충격으로 자영업자 가구의 사업소득은 큰 폭으로 감소한 반면 임금근로자 가구의 임금소득은 오히려 증가해 극적으로 대비되는 모습이다. 어느 통계를 봐도 코로나 팬데믹의 피해가 자영업 중심의 생활서비스업에 집중되었다는 것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왜 이들 부문에 피해가 집중되었을까?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영업제한 또는 금지 때문이다. 이들의 영업 피해라는 희생을 딛고 한국경제는 더 큰 충격을 피할 수 있었다. 한국경제의 나머지 부문들이 이들에게 빚을 진 셈이다. 이 빚을 민간 차원에서 직접 갚을 수 없으니 정부가 나서서 재난지원금 형태로 갚는 것이다. 국민 전체가 재난지원금을 받지 않는다고 ‘공정’하지 않은 것이 아니다. 오히려 ‘공정’의 잣대를 들이대면 재난지원금은 피해 부문에 집중되는 것이 옳다.
한마디로 ‘88%’ 기준은 재난지원금의 성격과 목적에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 이런 방식으로는 피해계층에 집중적인 지원을 할 수 없다. 지금까지 피해계층에 대한 지원이 부족했던 것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지금까지 집행된 한국과 미국 일본 3국의 1인당 소득 대비 자영업자 1인당 피해지원금 규모를 비교해 보면 한국이 가장 적다. 1차 재난지원금이 전국민 보편지원 형태로 이루어진데다 2~4차 재난지원금이 피해계층을 집중지원하는데 역부족이었기 때문이다.
그러고도 5차 재난지원금이 피해계층 집중지원이 아니라 실질적 전국민지원이 되고 말았으니 이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합리와 공정의 논리로는 설명할 길이 없다. 표심에 휘둘리는 정치논리가 득세한 결과다. 정치적 응집력이 약한 자영업은 정치적 소외 계층이다. 정치논리는 자영업보다 다른 계층을 더 중시한다. 자영업 피해지원보다 정치적 이해득실을 중시하는 데는 여와 야가 따로 없고 진보와 보수가 다르지 않다.
자영업이 이렇게 푸대접을 받는 것은 새삼스럽지도 않다. 지난 수십 년 동안 겪어온 일이다. 자영업을 소외시킨 정규직 임금근로자 중심의 노동시장과 수출주도형 성장을 위한 물가안정 정책은 부지불식간에 자영업을 곤궁한 처지로 내몰았다. 설상가상으로 지난 몇 년간의 최저임금 급등은 자영업에 치명타를 가했다. 역대정부는 겉으로는 자영업을 위하는 듯 했지만 실제로는 오히려 자영업을 철저히 소외시키는 정책으로 일관했다. 이런 역사를 돌이켜 보면 합리적이지도 공정하지도 않은 코로나19 재난지원금 정책이 이상할 바도 아니다.
입장 바꿔 만일 재난 피해가 정규직 임금근로자에게 집중되었는데 피해지원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아마도 노동계의 엄청난 반발과 노동쟁의에 부딪히지 않았을까? 하지만 그런 일은 현실에서는 일어나지 않는다. 정치적 부담 때문에 정부나 정치권은 미리미리 반발이 생기지 않게 충분한 재난지원금을 제공할 테니 말이다.
자영업계는 이제부터라도 정치적 소외를 당하지 않으려면 누가 진정으로 자영업을 위하는지 두 눈을 부릅뜨고 지켜볼 일이다. 그리고 자영업도 표심이 무섭다는 것을 표로써 보여줘야 한다.
최훈길 (choigiga@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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