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초유의 1년 연기.. 악조건 딛고 선수들은 선전했다

서필웅 2021. 8. 11.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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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도쿄올림픽은 '인류 최고의 스포츠제전'이라는 올림픽의 120여년 역사에서 가장 환영받지 못한 대회였다.

여전히 세계는 코로나19의 불안감에 휩싸인 터라 올림픽이 '호화로운 사치'로만 보였다.

주관 방송사인 미국 NBC 및 스폰서 기업들과의 엄청난 규모의 계약이 개최를 강행하는 실제 이유라는 보도가 줄지어 나오며 이번 대회 개최가 올림픽 정신을 구현하기 위한 것인가 하는 의문이 전 세계적으로 일었다.

바로 올림픽 출전을 꿈꾸며 매일 연습에 매진하던 선수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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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간의 열전 결산
(下) 우여곡절 많았던 올림픽
어수선한 준비과정 곳곳서 '삐걱'
수영 등 일부 종목 경기시간 조정
미국 방송 시청률 고려 배정 '눈살'
투혼의 명승부 '17일 대장정' 마무리
10일 프랑스 파리시청에 2020 도쿄올림픽 폐막 후 인계받은 오륜기가 게양돼 펄럭이고 있다. 코로나19 속 치러진 도쿄올림픽이 대회 상업화 등으로 큰 비판을 받아 향후 올림픽의 위상에 대한 고민이 이어질 수밖에 없게 됐다. 오른쪽 사진은 지난 8일 치러진 2020 도쿄올림픽 폐막식에서 오륜기를 인계받은 앤 이달고 파리시장(오른쪽 세 번째)이 10일 파리 샤를 드 골 공항을 통해 프랑스에 입국한 뒤 깃발을 흔들며 걸어나오는 모습. 파리=AFP연합뉴스
2020 도쿄올림픽은 ‘인류 최고의 스포츠제전’이라는 올림픽의 120여년 역사에서 가장 환영받지 못한 대회였다. 개막을 몇 달 앞두고 전 세계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한 탓이다. 결국, 초유의 개막 연기를 선택해 1년을 기다려야 했다. 이 1년 동안에도 수많은 논란이 이어졌다. 여전히 세계는 코로나19의 불안감에 휩싸인 터라 올림픽이 ‘호화로운 사치’로만 보였다. 심지어 개최지인 일본에서조차 대회를 치르지 말자는 여론이 대다수였을 정도다.

개최반대 여론에 대응하기 위해 일본은 방일한 선수, 관계자들을 자국민과 격리하는 ‘버블 방역’을 추진했지만 준비과정은 삐걱거릴 뿐이었다. 일본에 입국하기 위해 각국 선수단 실무진과 취재진은 복잡한 서류 작업 등에 힘을 쏟아야 했고, 선수들마저도 연습에 100% 집중할 수 없었다. 정작 도쿄에 도착해서는 우려되는 상황들이 이어졌다. 선수들이 이용하는 버스나 선수촌 내 식당이 사람들로 붐비며 감염 확산 우려가 수차례 제기됐다. 대회 개막 직전과 초반 선수단 사이에서 실제로 확진자가 나오며 우려가 현실이 되기도 했다.

그래도,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일본은 개최를 포기하지 않았고 결국 대회가 개막했다. 안타까운 것은 이 과정에서 현시대 올림픽의 현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는 점이다. 주관 방송사인 미국 NBC 및 스폰서 기업들과의 엄청난 규모의 계약이 개최를 강행하는 실제 이유라는 보도가 줄지어 나오며 이번 대회 개최가 올림픽 정신을 구현하기 위한 것인가 하는 의문이 전 세계적으로 일었다.
8일 도쿄 신주쿠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폐회식에서 전웅태 선수가 태극기를 들고 입장하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실제로 일부 종목의 경기 시간이 최고 경기력 발휘를 위해서가 아닌 미국의 방송 시청률을 고려해 배정되기도 했다. 대표적인 종목이 수영이다. 경영 예선이 현지 시각으로 저녁에 진행되고 준결승과 결승은 미국에서 저녁 시간에 방송될 수 있도록 이른 아침에 진행됐다. 이번 올림픽에서 남자 200m 예선에서 박태환이 보유한 한국신기록을 경신했던 황선우는 준결승에서 다소 부진한 레이스를 펼친 뒤 “아무래도 늘 경기를 하던 저녁이 아닌 오전에 레이스에 나서 어려운 점이 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2012년 런던올림픽 이후 또 한 번의 4강 신화를 이룬 여자배구는 또 다른 준결승인 미국과 세르비아전의 영향 속에 브라질과의 준결승 경기 시간이 오후 1시에서 밤 9시로 변경됐다. 물론, 이런 상업화는 과거 올림픽들에서도 꾸준히 문제로 제기됐던 것이지만 이번 대회는 코로나19 속에 관중이 함성까지 사라진 터라 유난히 도드라져 보였다.

그러나 이렇게 모두가 환영하지 않는 올림픽을 손꼽아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었다. 바로 올림픽 출전을 꿈꾸며 매일 연습에 매진하던 선수들이다. 팬데믹 속에 대다수 종목이 최근 1~2년간 국제대회를 제대로 치르지 않아 컨디션을 충분히 올리지 못한 상황에 도쿄의 무더위까지 겹치며 완벽한 경기력을 발휘하기 쉽지 않았다. 그렇지만 선수들은 이를 투혼으로 메웠고, 덕분에 거의 모든 종목에서 올림픽이라는 이름이 부끄럽지 않은 명승부가 펼쳐졌다.

경기 운영도 무난했다. 거의 모든 종목에서 비디오판독이 일반화되며 판정 시비가 확연히 사라졌다. 도핑 이슈도 브라질 여자배구 선수 중 일부가 적발되는 등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지만 대회 기간 내내 선수들끼리 설전이 오가기도 했던 리우 대회에 비하면 확연히 줄었다.

이런 선수들과 경기 관계자들의 노력 속에 올림픽은 17일간의 대장정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경기의 감동도 스포츠팬들의 가슴속에 고스란히 남았다. 다만, 대회 준비과정과 이 과정에서 불거진 상업화 논란 등으로 향후 올림픽이 가야 할 길에 대한 고민은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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