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하명 논란.. 안보 주권 심각하게 흔들린 나쁜 선례" [세상을 보는 창]
한·미연합훈련 축소 파장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
"北 요구 따른 남북간 종속변수 될 우려
방위조약 기초한 동맹 기본정신 훼손"
김용현 전 합참작전본부장
"한·미연합훈련은 동맹 유지의 핵심 축
훈련 안 된 군대는 국민을 구할 수 없어"
임호영 전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정치적 의도 개입.. 軍 고유 영역 침해
통일부·국정원서 감 놔라 배 놔라 하나"
정부가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을 앞세워 훈련 규모를 최소화하는 선에서 진행키로 했지만 북한을 의식한 정치적 입김에 점차 설자리를 잃어가는 모습이다. 이미 한·미연합훈련은 2018년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이후 3년 넘게 야외 실기동훈련(FTX)은 뺀 채 컴퓨터 시뮬레이션(모의실험) 지휘소연습(CPX)만으로 채워지고 있다. 제대로 된 훈련 명칭조차 없다. 그러다 보니 ‘키보드·마우스 훈련’이란 조롱까지 듣는다. 16∼26일로 예정된 후반기 연합훈련도 우리는 훈련을 위한 증원 전력 없이 작전사령부급 부대 인원만 훈련에 참여한다. 사단급 이하 부대도 참가 수준을 최소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규모와 내용 면에서 지난 3월 훈련 때보다 더 쪼그라들었다.
부실급식 파문에다 공군 여중사 성추행 피해 사망사건, 코로나19 집단감염에 따른 청해부대 회군(回軍) 등으로 얼마 전까지 심각한 내상을 입은 군이다. 한·미연합훈련까지 대폭 축소되다 보니 군 안팎에선 국가로부터 버림받는 군대가 되고 있다는 불만이 터져 나온다. 설상가상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의 ‘하명’ 논란에다 박지원 국정원장의 동조, 범여권 국회의원 74명의 한·미연합훈련 연기 성명 등으로 불거진 비판여론을 의식해 정부가 어렵사리 훈련 강행을 결정한 터다. 따라서 연합훈련의 형해화(形骸化)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작지 않다.
신 의원은 이번 한·미연합훈련 축소 결정을 두고 “한·미연합훈련이 북한의 요구에 의해서 남북 간에 ‘종속변수’가 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남겼다”고 지적했다. 앞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동생인 김여정 부부장은 지난 1일 예정된 한·미연합훈련이 실시되면 “북남관계의 앞길을 흐리게 하는 재미없는 전주곡이 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신 의원은 “2018년에 한·미연합훈련을 중단한 것은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요구했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주도적인 결정이었다”면서 “그런데 이번에는 김정은의 요구에 의해서 훈련을 대폭 축소한 것처럼 보인다. 북한의 요구에 의해 우리의 안보 주권이 심각하게 흔들린 아주 나쁜 선례가 될 것 같다”고 진단했다.
북한의 요구를 들어주기 위해 동맹의 기본정신을 흔들었다는 비판도 제기했다. 신 의원은 “한·미동맹은 한·미상호방위조약에 기초한 거다. 여기에 가장 핵심이 연합방위체계를 만들고, 그 방위체계를 훈련을 통해 시험해 보는 거다. 동맹의 실질적인 가치가 거기에 있다”면서 “서로 생명을 보장한다는 그 정신이 다른 요소에 의해 흔들린다는 것은 곧 동맹이 흔들린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연합훈련 연기와 축소가 반복되면서 한·미가 공조하는 ‘원팀’의 균열도 거론했다. “2018년 이후 미군은 한반도에서 한번도 정상적인 기동훈련을 하지 못했고, 이는 한국군도 마찬가지”라며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따라 전쟁수행은 한·미가 100% 손을 맞잡고 하는 건데 그 하나의 팀이 깨진 것이다. 겉으로 보기엔 멀쩡해 보이지만 속으로는 팀플레이가 작동하지 않는다고 보면 된다”고 평가했다.
김 전 본부장도 이번 훈련 축소가 “한·미동맹 기능 자체가 와해되는 방향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우려했다. 그는 “대한민국을 지키는 기본시스템이 한·미연합방위체계를 통해 유지된다. 한·미연합군은 같은 지휘관 아래, 같은 작전개념을 갖고 함께 싸우는 방법을 고민한다. 이를 뒷받침하는 것이 훈련이다. 그런 점에서 한·미연합훈련은 단순한 훈련이 아니다. 동맹을 유지하는 연결고리이자 핵심 축”이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어 “연합훈련 목표 중 하나는 한·미가 유사시 최소의 희생으로 전쟁을 마무리 짓기 위한 것이다. 훈련이 안 된 부대를 전쟁터로 내보내는 것은 장병만 위태롭게 하는 것이 아니다. 훈련이 안 된 군대는 국민을 구할 수 없다”면서 훈련 축소를 안타까워했다.
‘한·미연합훈련 축소에 따른 전쟁수행능력’을 묻자 신 의원은 “확실하게 떨어질 것”이라고 단언한 뒤, “아무리 군사훈련 기법이 발달하더라도 CPX와 FTX, 이 두가지가 결합되지 않고는 연합훈련은 완전체를 이룰 수 없다”고 강조했다. CPX는 지휘관 및 참모가 지휘소인 벙커에서 주요 판단과 결심을 하는 훈련이다. FTX는 그러한 판단과 결심이 현장에서 적절하게 이뤄지는가를 확인하는 것이다.
그는 “이전에 한·미는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하는 CPX에다 FTX를 병행해서 훈련을 했다. 많은 예산이 투입됐다. 지금 국방부는 그렇게 하지 않아도 한·미연합전투태세가 잘 유지될 수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옛날에 했던 훈련은 마냥 혈세만 낭비했다는 거냐. 말이 안 되는 얘기”라고 군 당국을 겨냥했다. 또 “그렇게 따지면 훈련이란 게 동일한데 한국군은 왜 따로 대부대 실기동 타격훈련을 할까. 앉아서 컴퓨터 훈련만으로 다 충족된다면 그럴 필요가 없지 않으냐. 미국과 일본이,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가 연합훈련을 계속 확대하는 것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그 사람들이 엉뚱한 짓 하는 거냐”고 따졌다.
김 전 본부장도 “한·미 양국군의 지휘관과 참모들은 연합훈련을 통해 ‘어떻게 싸울 것인가’(How to Fight)를 공유한다”면서 “문제는 연합훈련이 시뮬레이션을 이용한 지휘소연습으로 대체돼 ‘반쪽짜리’ 훈련으로 전락한 것이 벌써 4년이나 흘렀다는 점이다. 전투와 관련한 한·미 간 현장 공유 자체가 거의 없어졌다고 볼 수 있다. 어떻게 작전을 펼칠지도, 작전개념을 공유하지도 않는데 싸울 수 있나. 연합군으로의 의미가 없을뿐더러 전쟁수행능력 확보도 불가능하다”고 분석했다.
임 전 부사령관은 “최근에 연합사에서 수년을 근무했어도 연합훈련을 한 번 안 해본 중령, 대령이 수두룩하다”면서 “이들 중에 누군가는 나중에 사단장, 군단장도 하고 합참 작전본부장도 할 건데 연합작전계획을 수립해 연습한 경험이 없으니 실전에서 어떻게 전쟁을 수행하겠나. 이런 식으로 훈련을 하면 병사들을 전쟁터 나가서 죽으라고 하는 것과 다름없다”며 시뮬레이션만으로 치러지는 연합훈련을 걱정스러워했다.
◆향후 훈련 재개 시 전쟁수행능력 복원 가능할까
작전통들의 평가는 다소 엇갈렸다. 신 의원은 “CPX와 FTX를 함께 수행하는 훈련을 재개해 1년에서 1년 반 정도의 시간이 흐른다면 다시 정상적인 한·미연합훈련체계를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낙관했다. 하지만 한국의 정치상황에 따라 한·미연합훈련이 부침을 겪는 비정상적인 상황이 지속될수록 한·미동맹의 신뢰와 영속성에 상처를 입힐 것으로 내다봤다. 김 전 본부장도 연합훈련이 정상화되면 전쟁수행능력 확보는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그는 “미군은 지속적으로 한·미연합훈련의 중요성을 계속 얘기해와 결국 우리의 의지에 따라 회복 여부가 판가름날 것”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임 전 사령관은 “훈련 수준의 퀼리티가 문제다. 전에 했던 만큼 가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한두 번 해서 바로 복원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부정적 입장을 피력했다.
박병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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