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강혜정 대표 "'모가디슈·인질' 동시 출격..극장가 구원투수 됐으면"

김지은 2021. 8. 1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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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류승완 감독과 영화제작사 '외유내강' 설립
"팬데믹으로 영화산업 직격탄..새판 짜야"
"극장에서 봐야 하는 영화라는 확신 줘야"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영화 제작사 외유내강 강혜정 대표가 9일 오후 서울 강동구 암사동 외유내강 사무실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1.08.11. bjko@newsis.com

[서울=뉴시스] 김지은 기자 = 올여름 기대작으로 꼽히는 한국 영화 '모가디슈'와 '인질'을 만든 영화제작사 외유내강. '부당거래', '베테랑' 등 흥행작을 숱하게 배출한 국내 대표 제작사지만 어느 때보다 업계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여름 성수기에 두 편의 영화를 개봉시키는 것도 전례가 없는데, 코로나19 시국에 정면돌파를 선택하는 용단을 내렸기 때문이다. 한국영화 텐트폴(성수기 대작)이 여름 시장에 개봉해야 영화산업이 제대로 작동할 선순환 구조가 이어질 것이라는 대의에 공감한 결정이다.

극심한 침체기에 빠진 극장가에 구원투수로 등판한 강혜정 대표를 만나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강 대표는 최근 서울시 강동구 암사동 사무실에서 진행된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용기인지, 객기인지 여전히 모르겠지만 링 위에 올라온 이상 쉽게 물러서지는 않겠다는 마음이다"고 토로했다.

이어 "텐트폴은 내가 들어가고 싶다고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가장 승산 있는 작품을 내세우는 것인데 우리 영화 2편이 나란히 뽑혀 영광스러운 측면도 있다"며 "우리끼리 치고받고 싸우는 것인가 싶기도 하지만 '모가디슈'가 롱런을 한다고 하면 '인질'은 새 시장을 열면서 라이징할 수 있을 것 같다. 윈윈하기를 바란다"고 기대했다.

강 대표는 매일 자정이 되면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접속해 '모가디슈' 관객 추이를 살핀다. 그는 "장기 레이스를 펼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팬데믹(범유행) 이후 '모가디슈'가 극장에서 처음 보는 영화라고 말씀해주시는 분도 많다. 레이스가 어디까지 갈지는 끝나 봐야 알 것이다"고 다부진 모습을 보였다.

외유내강은 류승완 감독과 아내인 강혜정 대표가 2005년 설립한 영화사로, '부당거래', '베를린' 등 여러 작품을 함께 만들고 흥행시켰다.

[서울=뉴시스] 영화 모가디슈 메인 포스터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2021.08.07.photo@newsis.com


극장가 최대 성수기인 지난달 28일 개봉한 '모가디슈'는 류 감독의 신작으로 1991년 소말리아 내전 당시 수도 모가디슈에 고립됐던 남북한 대사관 공관원의 탈출을 모티브로 한 영화다.

애초 '모가디슈'를 공동 제작한 덱스터스튜디오의 김용화 감독이 준비했지만 류 감독에 연출을 부탁하면서 협업이 성사됐다.

강 대표는 "1991년 소말리아 내전 당시 상황은 사건 자체가 워낙 드라마틱해서 우리도 관심이 있었는데 김용화 감독이 이 이야기를 준비하고 있어서 포기하고 있었다"며 "그런데 덱스터에서 시나리오 제안이 왔다. IP(지식재산권)는 덱스터가 가지는 구조에서 공동 작업에 들어가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원안은 김 감독님 연출 스타일이 묻어났다. 따뜻한 드라마가 좀 더 가미된 느낌이었다"며 "류 감독은 탈출에 좀 더 포커스를 맞췄고 지금의 결과물이 나왔다. (남북한 인물을) 이념이 아닌 휴머니즘으로 이야기할 수 있겠다 싶었다"고 부연했다.

코로나19 사태 전 모로코에서 4개월간 100% 현지 로케이션 촬영으로 제작된 '모가디슈'는 총제작비 250억여원이 투입됐다. 팬데믹 후 극장에서 개봉하는 첫 200억원대 한국 영화다. 손익분기점 600만 이상이지만 앞서 총제작비 50% 회수 전까지 매출 전액을 지원하겠다는 상영관협회의 방침으로 300만까지 채우면 한숨 돌릴 수 있다.

강 대표는 "솔직하게 코로나가 이 정도로 심각할 줄 알았다면 개봉할 마음을 먹었겠느냐는 생각이 들기는 한다"며 "300만이 들자고 200억 대작을 만들 수는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극장에 가는 두려움을 맞닥뜨리니까 새판을 짜야겠다는 마음이 절실해지더라"며 "이제는 극장과 영화가 어떻게 관객을 만나야 하는지 고민해야 하는 시기다. 마블도 고전하고 있는 걸 보면서 팬데믹 이후 영화산업 종사자들이 숙제를 받았다고 느낀다"고 털어놨다.

[서울=뉴시스] 영화 인질 메인포스터 . (사진=㈜외유내강 제공).2021.07.23.photo@newsis.com


'모가디슈'에 이어 이달 18일 출격하는 '인질'은 '부당거래' '베테랑' 등으로 최고의 호흡을 인정받은 외유내강과 황정민이 재회한 작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황정민이 '외유내강은 영화 동반자'라고 언급했다고 하자 강 대표는 "말과 행동이 같은 끈끈한 파트너지만 그래서 실수할까 봐 두려운 상대"라고 표현했다.

"황정민 배우는 연극 공연도 하는데 연출자 만큼의 안목이 있어요. '인질'에서도 기획에 황정민 이름이 올라갈 정도로 신인배우 오디션부터 작품 전반적으로 많은 기여를 해주셨어요. 영화의 책임감, 주인의식을 가지고 자기 역할을 명확히 아는 배우예요. 사실 배우들 개런티가 천정부지로 올라가고 있는 상황인데 인센티브를 받으면 더 보람 있다고 하는 배우는 흔치 않죠. 제작자로서의 감각이 있다고 생각해요."

류 감독이 대표 연출자로 자리 잡고 있지만 신인 감독을 발굴하는 작업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인질'의 필감성 감독은 외유내강이 선택한 세 번째 신인 감독이기도 하다.

강 대표는 "과거 싸이더스에서 오랜 연출부 생활을 해서 알고는 있었는데 우리 회사에 시나리오를 들고 노크를 했다"며 "원안이 흥미로웠고 길이도 적당했다. 확신이 들었다"고 돌이켰다.

이어 "좋은 영화를 많이 보고 눈높이가 높은 감독도 필요하지만 조언을 잘 든는 귀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필 감독은 소통할 때 상대방의 얘기를 듣고 이를 접목하고 자기 것으로 만드는 능력이 탁월하다. 신인에게는 열린 태도가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관대함에 류 감독도 나도 많이 놀랐다"고 했다.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영화 제작사 외유내강 강혜정 대표가 9일 오후 서울 강동구 암사동 외유내강 사무실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1.08.11. bjko@newsis.com

영화 제작 및 유통 플랫폼의 무게추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으로 움직이고 있지만 외유내강은 여전히 극장 개봉을 고수하고 있다.

강 대표는 이에 대해 "극장만 고집한다기보다는 우선은 극장에서 관객들이 신뢰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들어야겠다는 포부는 있다"면서 "다양한 형태의 콘텐츠 제작을 검토하고는 있으나 아직은 구체화한 OTT나 다른 플랫폼 콘텐츠 제작은 없다"고 했다.

이어 "'티켓값이 아깝지 않은 영화를 만든다'는 생각을 신조처럼 붙잡고 있었는데 이제는 2시간이라는 시간과 돈을 투자해서 극장에서 만나고 체험하고 싶은 신뢰를 주는 작품을 만들어야겠다는 책임감이 생긴다"며 "극장에서 승부를 보고 싶고, 극장용 영화를 만드는 영화인으로 남고 싶은 바람은 있다. 더더욱 팬데믹 이후에는 극장에서 볼 만한, 극장에서 봐야 하는 영화라는 확신을 줘야 한다"고 각오를 다졌다.

"'모가디슈'와 '인질'이 개봉하는 지금은 제가 알던 시장이 아니에요. 어떤 결과를 받게 될지는 저도 너무 궁금해요. 밀려서 개봉하다 보니 여기까지 왔는데 일장일단이 있겠죠. 일단은 생각하지 않고 지금 할 수 있는 것을 돌아보려고 합니다."

국내 주요 영화제작사의 대표이자 영화인으로 궁극적으로 바라는 지점은 극장가가 코로나 이전의 활기를 되찾는 것이다.

강 대표는 "제일 시급한 건 '모가디슈'와 '인질'이 흥행하는 것이지만 더 크게는 관객들에게 가장 친숙했던 문화공간인 극장이 사라진 것을 회복하고 싶다"며 "한국 관객들이 우리 영화가 제일 재밌다는 감각을 깨워줄 수 있다면 만족할 것 같다. 그러기 위해 계속 좋은 작품을 선보이겠다"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kje132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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