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후보' 여전히 안개 속인 AL 사이영 레이스[슬로우볼]
[뉴스엔 안형준 기자]
2021시즌 메이저리그는 후반기 일정이 한창이다. 트레이드 데드라인을 지나며 각 구단들은 남은 두 달을 어떻게 보낼지 구상을 마쳤다. 이제는 성적을 쌓는 일만 남았다.
팀 성적 뿐 아니라 개인 성적도 마찬가지. 각종 타이틀 경쟁, 수상 경쟁도 이제 본격적으로 치열해질 전망이다. 메이저리그는 올시즌 초반 '마운드 위 스테로이드'라 불릴 정도의 심각한 이물질 논란을 겪었다. 그만큼 리그 최고의 투수에게 주어지는 사이영상의 영광이 누구에게 돌아갈지도 관심사다.
내셔널리그는 대략적인 윤곽이 보인다. 제이콥 디그롬(NYM)의 이탈로 절대강자가 사라졌지만 경쟁을 주도하는 그룹이 있다. 하지만 아메리칸리그는 여전히 안개 속이다(이하 기록 8/10 기준).
평균자책점 1위는 랜스 린(CWS)이다. 린은 20경기에 선발등판해 114.2이닝을 투구하며 10승 3패, 평균자책점 2.04, 130탈삼진을 기록했다. 카일 깁슨이 내셔널리그로 떠나며 평균자책점 2위가 로비 레이(TOR, ERA 2.90)가 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린의 성적은 압도적이다.
하지만 린은 이닝 수가 부족하다. 114.2이닝은 규정이닝(CWS 113이닝)을 간신히 넘어선 수치. 부상 등으로 그리 많은 이닝을 소화하지 못한 것이 걸림돌이다. 남은 시즌 동안 한 번만 부상자 명단에 올라도 규정이닝 충족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1점대 평균자책점 등 압도적인, 상징성이 있는 성적을 거두지 못한다면 부족한 이닝 수는 사이영상 경쟁에서 큰 감점 요인이 된다.
린의 팀 동료인 카를로스 로돈도 마찬가지. 19경기에서 109.2이닝을 소화하며 9승 5패, 평균자책점 2.38, 160탈삼진을 기록한 로돈은 올시즌 아메리칸리그에서 가장 강력한 선발투수 중 하나다. 하지만 로돈은 현재 규정이닝 미달 상태. 오는 13일 뉴욕 양키스전에서 규정이닝에 진입할 가능성이 높지만 간신히 규정이닝을 따라가는 상황이라면 린보다도 낮은 점수일 수 밖에 없다.
이들을 제외하면 평균자책점이 전부 높다. 평균자책점 2위인 레이는 22경기에서 130.1이닝, 9승 5패, 159탈삼진, 평균자책점 2.90을 기록했다. 충분히 좋은 성적이지만 평균자책점도 3점대에 근접했고 '2점대'라는 것 외에는 경쟁자들보다 부족한 면이 있다. 피안타율이 0.213으로 리그 3위지만 2위에게 종합적인 측면에서는 오히려 밀린다.
피안타율 2위는 바로 0.211을 기록 중인 게릿 콜(NYY)이다. 콜은 22경기 130.1이닝에서 10승 6패, 평균자책점 3.11, 176탈삼진을 기록했다. 레이보다 부족한 것은 평균자책점 뿐이다. 레이는 한 번도 하지 못한 완투도 두 번이나 해냈다. 콜은 WHIP 0.99로 아메리칸리그에서 유일하게 1.00 미만을 기록 중이다. 콜이 평균자책점을 2점대로 끌어내릴 수만 있다면 레이보다 많은 표를 얻을 확률이 높다.
평균자책점 3점대 초반인 투수들도 얼마든지 사이영상을 노릴 수 있는 상황이다. 평균자책점 4위인 크리스 배싯(OAK)은 23경기에서 144이닝, 11승 3패, 평균자책점 3.19, 147탈삼진을 기록했다. 탈삼진 능력이 아주 뛰어나지는 않지만 아메리칸리그에서 가장 많은 이닝을 던졌고 다승도 공동 1위다(류현진과 함께 11승). 0.786의 승률 역시 리그 1위다. 안정적인 투수인 만큼 충분히 큰 꿈을 꿀 수 있다.
토론토 블루제이스로 이적한 호세 베리오스(22G 133.2IP, 8-5, ERA 3.23, 139K)와 오클랜드의 션 마네아(22G 127IP, 8-7, ERA 3.26, 141K)도 긴 이닝을 몰아서 던질 수 있는 선수들인 만큼 얼마든지 위협적인 후보로 올라설 수 있다. 22경기에서 126.2이닝을 투구하며 11승 5패, 평균자책점 3.62, 103탈삼진을 기록한 류현진도 아직 경쟁에서 완전히 밀렸다고 볼 수 없다.
'절대강자'도 확실하게 앞서있는 선두그룹도 없는 만큼 남은 기간 동안 누구든 사이영상에 다가설 수 있다. 이제껏 '사이영 급' 에이스로 주목받지 못했던 선수들 가운데 수상자가 나올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다.
끝날 때까지 끝난게 아닌 불확실성은 야구가 가진 가장 큰 묘미 중 하나다. 쉽게 향방을 예측할 수 없는 아메리칸리그 사이영 레이스가 과연 어떻게 흘러갈지 주목된다.(자료사진=랜스 린)
뉴스엔 안형준 markaj@
사진=ⓒ GettyImages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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