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도 "권력비판 막기 위한 악법"..與는 이달 말 처리 강행
여야가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두고 공방을 펼쳤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은 언론사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을 부과한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문화예술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강행 처리했다. 야당 의원들은 법안 처리 절차가 적법하지 않았고 내용에 대해서도 언론자유를 옥죈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간사인 이달곤 의원은 "기본적으로 소위 의견이 합리적, 합법적, 통상적으로 국회 운영원리에 맞게 됐다고 보지 않는다"며 "언론에 대한 규제 악법으로 대안 문건도 보지 않고 여당 일방적으로 이뤄졌기 때문에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안은 민주주의 제4부를 다루는 것인만큼 신중하게 합의를 해야 한다"며 "국회는 상임위 중심으로 열어야 한다. 그것이 21대 국회의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같은 당 김예지 의원은 언론 관계자가 전달한 '박정희, 전두환 시대에도 없던 악법이다. 문체위는 논의를 중단하라'는 발언을 거론했다. 김 의원은 "현장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않고 속도전으로 밀어붙일 경우 파장이 막대할 것이라는 것을 임대차 3법 등 법안을 통해 경험한 바 있다"며 "숙의 과정이 더 필요할 것 같다"고 주장했다.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은 소위 의결이 원천 무효라며 재회부를 요구했다. 김 의원은 "심도 있게 토의돼도 부족한데 내용도 여야 의견조차 이해되고 있는지 모를 정도다. 우리 위원회가 얼마나 창피한 일이냐"며 "제대로된 소위 심사가 아니기 때문에 소위 의결은 원천 무효이고 다시 회부해서 심도 있게 논의해야 한다고 본다"고 요구했다.
같은 당 윤상현 의원은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보면서 좀 원론적인 질문을 하고 싶다"며 "민주화를 위해 가장 열심히 싸운 민주당의 고귀한 가치를 스스로 부정하는 법안"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언론자유, 민주화를 위해 가장 열심히 싸우고 주도해온 정당이 누군가. 바로 민주당"이라며 "지금까지 민주당이 싸워오고 투쟁해온 고귀한 가치를 스스로 부정하는 법안이 되지 않을까 염려된다"고 우려했다.
그는 "내용, 가치, 절차를 한 번 생각해 봐라. 민주당스럽지 않다"며 "언론 오보에 대한 책임 부과, 사실상 언론 통제"라며 "이게 민주당의 가치에 맞나"라고 반문했다.
이어 "민주당의 정권을 위한 법안이 아니라 권력자를 위한 법안이 될까 우려된다"며 "어느 당이 집권하든 이 법안에 대한 유혹을 못 떨친다. 우리 언론 환경을 권력의 바람에 따라 넘어지는 풀 같이 만드는 게 한국을 위해 필요할까라는 원초적 질문을 드리고 싶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민주당 간사인 박정 의원은 그러나 "소위 진행 과정이 매끄럽지 못한 점, 야당이 불필요한 오해, 불편드린 점에 대해 유감을 표했다"며 "논의 과정에서 합의를 못했기 때문에 대안 의결이 아니라 논의한 안에 대해 의결을 한 것임을 밝힌다"고 반박했다.
같은 당 김승원 의원은 "27일 소위는 5번째 소위였고 아침부터 밤 늦게까지 박정 소위원장이 읽으면서 조문을 정독하시고 양 당사자 의견도 들어서 3회독을 했다"며 "각 쟁점에 대해서 논의해서 합의에 가능한지 불가능한 어떤 면이 있는지 논의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승수 의원은 "전문가들은 고의·중과실 입증 책임이 언론사에 있는 걸로 아는데 여당 의원들의 말을 들어보면 다르다. 이런 법안이 의결됐다"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김승수 의원이 거론한 고의·중과실 추정 조항은 개정안의 30조 3항으로 신설하는 내용이다. △취재 과정에서 법률을 위반해 보도한 경우 △기사 제목을 왜곡하는 경우 △시각자료로 기사 내용을 왜곡하는 경우 등 6가지를 언론사의 고의·중과실 행위로 추정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앞서 이 조항을 두고 민법상 대원칙인 원고의 피해 입증 책임을 언론사에 전가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김승원 의원은 김승수 의원의 지적에 대해 "당연히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원고가 사후 사실을 입증하면 고의·중과실이 추정되고, 추정되면 언론사는 다른 사실도 있다고 반증해서 고의·중과실을 깨뜨릴 수 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개정안에 아무리 고의·중과실 추정 규정을 넣어도 언론이 사실보도를 하면 전혀 징벌적 손해 문제가 되지 않고 설령 오보해도 진실하다고 믿는 데 충분한 취재를 하고, 크로스체크 하면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이달곤 의원은 민주당 박정, 김승원 의원에게 재차 입증 책임 주체를 물으며 "여당 안에서 합의가 안 된 것"이라며 "여러 분의 전문가와 공개 세미나에서 입증 책임을 언론사에 맡겼다고 주장하는 조항"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조항을 6가지 사항에 대한 입증 책임을 원고가 한다로 바꾸면 된다"며 "그동안 언론에서 제기하는 문제 제기에 대해 왜 지금까지 한마디도 안 했냐"라고 했다.
이 의원은 정부와 수석전문위원에게도 입증 책임 주체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이상헌 문체위 전문위원은 "입증 책임은 두 가지 사안이 복합적으로 들어가 있어서 오해의 소지가 있다"며 "1~6호 사이 요건에 관한 사실관계의 주장 내지 입증은 원고에 있고, 그로 인해 고의·중과실이 추정되고 나면 고의 또는 중과실이 없다는 주장의 입증 책임은 전환돼서 언론사가 지는 걸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황희 문체부 장관은 "입증 기준이라는 말이 적절한데, 입증 책임에 관해선 오히려 원고 측에 입증 책임을 완화하는 근거를 법률로 규정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고 의견을 밝혔다.
이은주 정의당 원내대변인은 의총 후 브리핑을 갖고 "오늘부터 문체위에서 심의하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평범한 시민이 언론보도로 인해 받게 될 피해를 막는 일에는 무기력한 반면, 우리 사회의 주요 권력 집단에겐 자신들에 대한 비판적 보도를 막을 목적으로 악용할 수 있는 수단을 제공한다"며 "나아가 헌법에 보장된 표현 및 언론의 자유를 제한할 우려 역시 크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현재 상태의 민주당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반대하며 이 법이 그대로 상임위를 통과해 본회의에 상정될 경우 반대할 것임을 밝힌다"며 "현재 민주당의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언론노조를 비롯해 언론 시민단체들 상당수도 반대하고 있다. 이처럼 사회적 컨센서스를 만들지 못하는 법을 졸속 강행 처리하겠다는 민주당의 방식에도 동의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아울러 "정작 중요한 개혁과제라 할 수 있는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지역신문 육성을 위한 지역신문발전기금 확대, 편집위원회 설치와 편집규약 제정을 의무화하는 신문법 개정안 등은 국민의힘을 핑계로 현재의 기득권을 유지 온존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대변인은 "민주당은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개혁이라고 말하지만, 무조건 개혁이라는 레떼르를 붙이면 악법도 좋은 법이 된다는 식의 민주당의 오만은 시민의 개혁의지를 꺾고 개혁을 하찮은 권력 추구행위로 변질시키고 있다"며 "지금 민주당이 하는 일은 미래에 우리가 가져야 할 민주주의의 토대를 무너뜨리는 일이고, 바로 이 점이 정의당이 경고하는 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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