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K TECH REVIEW] 화면 밖으로 튀어나올 듯! 웹툰, 고정관념을 깨부수다

오대석 2021. 8. 11. 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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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 경계 허문
카카오웹툰의 진격
영상·움직이는 그림 활용해
작품 탐색을 더 즐겁게 하고
AI로 사용자 맞춤 작품 추천
'독자 만날 기회' 폭넓게 제공
곳곳에 첨단 신기술 적용
영상 용량이 사진한장 크기
태국·대만이어 韓서도 대박
카카오웹툰 서비스 중 승리호 이미지. [사진 제공 =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인생작' 발견하는 과정마저 즐겁다! 예고편이 진짜 '띵작'이네."

만화는 늘 변해왔다. 종이 만화도 출판기술 발전과 함께 성장해왔지만 인터넷과 모바일 혁명을 거치면서 변화 폭이 더욱 커졌다. 웹툰으로 넘어오며 구조와 그림체, 스토리 전개까지 변화가 일어났다. 웹툰 플랫폼은 편리함과 재미를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발전해왔다. 하지만 지난 몇 년 동안 산업 성장에 비례해 감상 경험이 높아지지는 못했다. 작품 수가 비약적으로 증가하며 이용자가 취향에 맞는 작품을 발견하는 것도 더 어려워졌다. 어린 시절 동네마다 있던 대여점이나 만화방에서 만화책을 훑어보며 마음에 드는 작품을 발견하는 재미는 웹툰 플랫폼에선 느끼기 힘들다.

그렇다면 지금 잘 성장하고 있다고 기존 웹툰 플랫폼이 앞으로도 그대로 유지돼야 할까. 기술을 통해 감상 경험을 더욱 높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순위판 같은 웹툰 플랫폼에 '작품 발견의 기회'를 늘려 이용자에겐 더 다양한 즐거움을, 작가에겐 더 많은 성공 가능성을 제공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카카오웹툰은 이렇게 '만화의 어제와 내일'을 담기 위한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고민 끝에 만들어진 플랫폼이다. 유천종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웹툰디자인센터장은 최근 매일경제와 만나 "카카오웹툰 핵심을 한마디로 얘기하라면 '발견'"이라며 "더 많은 작품이 발견되려면 이용자들이 작품 탐색을 많이 하도록 탐색 과정을 즐겁게 해줘야 한다. 감상의 즐거움에 탐색의 즐거움까지 더한 작품으로 봐달라"고 했다. 유 센터장은 다음웹툰 시절부터 웹툰 서비스 디자인을 이끌어왔으며, 이달 출시된 카카오웹툰의 사용자경험(UX) 디자인부터 브랜드, 지식재산경험(IPX)에 이르는 디자인 전반을 총괄했다.

자신을 "카카오웹툰 이용자들처럼 '웹툰을 좋아하는 사람'으로 봐줬으면 좋겠다"고 소개한 유 센터장은 2년 전부터 카카오웹툰 개발을 시작했다고 했다. 그는 "다음웹툰 모바일 웹은 10년 넘게 노후화돼 개편 필요성이 절실했다"며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가 인기몰이를 한 뒤 원작 웹툰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커지고 신규 이용자들도 대거 유입됐는데, 데이터를 보니 불편한 사용성 탓에 해당 작품만 보고 빠져나가는 경우가 많더라"고 회상했다. 그는 "그때부터 '어떻게 하면 다른 작품도 더 보게 할 수 있을까' '다음웹툰에 충성 고객을 만들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시작됐고, 그 결과가 카카오웹툰으로 이어졌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카카오웹툰이 출범한 것은 단순히 사용성 개선 때문이 아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다음웹툰 업그레이드판이 아닌 오랜 개발 끝에 만든 야심작 '카카오웹툰'을 내놓은 것은 한국 콘텐츠 '격'을 높이기 위해서다. 이진수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대표와 유 센터장 모두 일본과 미국 등 세계 각지에서 웹툰 산업을 휩쓸고 있는 'K스토리'의 글로벌 위상을 반영한 새로운 지식재산 감상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

유 센터장은 "한국에서 처음 나온 웹툰이 드라마, 영화, 게임으로 굉장히 많이 만들어지면서 위상이 예전보다 훨씬 높아졌다"며 "하지만 여전히 '웹툰은 아이들이 보는 캐주얼 콘텐츠'라는 시선이 있었다. 한국 웹툰이 전 세계에서 얼마나 큰 인기를 얻을 수 있는지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진수 대표도 기존 방식으로는 웹툰이 영화나 음악 같은 콘텐츠보다 떨어져 보인다는 점을 고민해와 곧바로 작업이 이뤄졌다"며 "시각에 초점을 맞춰 작품들이 이용자의 선택을 받기 위한 탐색 단계에서 1~2초 안에 충분한 흥미와 정보를 전달하는 데 집중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고민과 문제의식을 담은 카카오웹툰은 '움직이는 그림'과 '영상' 등으로 웹툰 감상의 경계를 허물어 재미를 극대화했다. 크고 작은 섬네일(그림)을 나열하는 기존 방식은 지난 20년간 모두가 관성적으로 사용했지만 한계도 명확했다. 몇 초의 짧은 시간 안에 대여점에서 새 만화책 표지와 내용을 훑어보며 탐색했던 재미와 정보량을 줄 수는 없을까. 이 같은 고민은 섬네일 등 곳곳에 자리 잡은 '움직이는 그림'과 '영상'으로 해결했다.

유 센터장은 "만화책을 고를 때 그림체가 맞는지 보고 접근한다는 점에 착안해 표지처럼 큰 대표 이미지를 통해 만화책을 고르는 느낌을 주려고 했다"며 "여기에 캐릭터 애니메이션과 티저영상을 추가해 이용자 시선을 잡고, 문자가 주는 정보량의 한계를 벗어나 작품 장르나 세계관을 빠르게 보여주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웹툰은 항상 정적이어야 한다는 경계를 허물고 싶었다. 게임에서 대기시간에도 캐릭터가 살아 숨쉬는 듯한 경험을 제공하는 것에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카카오웹툰 서비스 중 아비무쌍 이미지. [사진 제공 =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카카오웹툰의 새로운 사용자경험에선 '기회의 균등'도 빼놓을 수 없다. 이는 서비스 초기부터 단순 흥미뿐 아니라 역사나 사회적 의미를 담은 수작들을 다수 배출해온 '다음웹툰'의 전통과도 무관하지 않다. 상하좌우 어느 방향으로 움직여도 새로운 작품을 추천받을 수 있는 '인피니트(INFINITE)' 방식이 적극적으로 활용된 것도 이를 위해서다. 이 때문에 카카오웹툰 추천작품에선 고정된 상단과 하단이 정해져 있는 게 아니라 화면을 넘길 때마다 추천작품이 물레방아처럼 돌아간다. 유 센터장은 "늘 기회의 균등을 생각했다. 이전처럼 '잘 팔리는 작품'만 위에 올라가는 게 아니라 다양한 작품이 동일하게 노출돼 기회를 얻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부분 다른 웹툰 플랫폼을 보면 상단과 하단이 정해져 있는데, 하단으로 내려갈수록 작품이 선택받을 가능성이 떨어진다"며 "첫 화면에 모든 것을 넣으려고 하다 보니 정보량만 많아지고 이용자에게 선택 압박을 떠넘기게 된다"고 지적했다. 고도화된 인공지능(AI) 추천을 적극 활용한 점도 더 많은 작품이 더 많은 이용자에게 발견되게 하기 위해서다. 카카오웹툰은 연관 작품 추천뿐 아니라 그림체 기반 추천, 키워드 기반 추천처럼 개인화된 맞춤형 작품 추천을 제공한다. 유 센터장은 "인간이 직접 추천작을 설정할 경우 개인의 취향이 반영될 우려가 있다"며 "더욱이 다음웹툰과 카카오페이지의 웹툰 작품이 합쳐지다 보니 작품 수가 많아져 인간이 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고 말했다.

첨단기술은 카카오웹툰의 경험과 가치를 구현하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 이미지 중심의 웹툰 플랫폼에 기존 방식으로 영상과 동적 요소들을 도입하면 데이터 소비량이 커질 수 있다. 그러나 카카오웹툰은 영상 하나의 용량을 사진 한 장 수준으로 대폭 줄이는 최적화 기술이 적용됐다.

기존에 없는 새로운 방식을 택한 카카오웹툰의 모험은 출시와 함께 국내외에서 좋은 성적표를 얻고 있다. 지난 1일 국내에 출시된 지 이틀 만에 거래액 10억원을 달성했다. 기존 다음웹툰 대비 인당 열람 건수와 구매전환율이 2.5배 증가했다. 지난 6월 초 먼저 공개된 태국과 대만에서도 신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특히 태국은 출시 4일 만에 하루 거래액 3억7000만원을 달성하는 등 상승세가 무섭다. 태국 iOS 앱스토어 매출에서 만화 분야 1위를 차지했으며,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도 3위에 올랐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내년까지 여러 국가에 카카오웹툰을 출시해 한국 웹툰의 교두보로 만들 계획이다.

다음웹툰을 오래 이용해온 일부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카카오웹툰이 기존과 생소하다거나 더 불편해졌다는 불만도 있다. 서비스를 크게 개편할 때마다 따라붙는 성장통이다. 유 센터장은 "익숙함의 문제인지 사용성 개선의 문제인지 구분해 이용자의 목소리를 듣고 있다"며 "카카오웹툰은 이제 시작이다. 피드백을 바탕으로 계속 진일보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쉬운 길을 선택할 수 있는데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것은 웹툰을 너무 좋아해 웹툰산업 발전에 기여하고 싶기 때문"이라며 "웹툰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응원해달라"고 했다.

[오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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