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돈 쓰러 갔던 메타버스, 이젠 돈 벌러 가는 세상 됐죠"
'로블록스'에 뛰어든 개발자
5천만개 게임 올리며 큰 수익
네이버 '제페토' 크리에이터
전세계 2억명 상대로 돈 벌어
메타버스 하나의 소우주될 것
기업은 하루 빨리 받아들이고
개인은 N잡러 거듭나야 생존
제일 궁금한 질문을 먼저 던졌다. 이승환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팀장은 "지난 2년간 수백 번은 들은 질문인데 갈수록 대답하기가 어려워진다"며 웃었다. 이 팀장은 국내에 '메타버스'라는 용어조차 생소하던 2019년부터 이 분야를 연구해온 전문가다. 중앙부처와 공공기관, 여러 대학과 협회는 물론 국내 대표기업들이 미지의 '메타버스 세상'에 뛰어들기 위해 이 남자를 찾는다.
이 팀장은 "어떤 분이 4차 산업혁명을 한마디로 '연결'이라고 하시던데, 메타버스는 '가상과 현실 사이 경계의 소멸'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지금 시작된 메타버스 세상은 이미 경계가 없어졌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경제활동으로 비유하니 그 변화를 체감할 수 있었다. 이전까지는 '돈 쓰러 가는 세상'이었지만 지금은 '돈 벌러 가는 세상'이 됐다는 것이다. 세계적인 메타버스 플랫폼 로블록스에는 800만명의 개발자가 5000만개의 게임을 업로드해 막대한 수입을 올린다. 네이버가 만든 제페토에서도 인기 크리에이터들이 전 세계 2억명 이용자들을 상대로 돈을 번다.
혹자는 말만 메타버스지 옛날 싸이월드 미니홈피 꾸미던 것 아니냐고 한다. 애들이나 하는 유치한 게임, 시간 낭비로 보는 사람도 있다. 이 팀장은 이를 착각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인터넷과 모바일 세상이 열리던 때를 떠올려보라. 메타버스는 훨씬 더 혁명적인 변화를 몰고 올 것"이라며 "페이스북이 5년 안에 메타버스 세상이 열린다고 보고 '올인'을 선언했다. 이제 앞만 보고 달려야 할 '전면전'이자 속도전"이라고 했다.
메타버스 혁명 초입기,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이 팀장은 기업과 개인으로 나누어 '꿀팁'을 줬다. 이미 다수의 고객을 확보한 기업이라면 하루라도 빨리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전환해야 한다. 이 플랫폼은 몇 년 안에 하나의 완전한 소우주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존 리치티엘로 유니티 최고경영자(CEO)는 이를 두고 "메타버스는 다양한 사람이 운영하는 공간 속을 서로 방문하며 살아가는 일종의 '소우주' 같은 것이 될 것"이라고 표현한 바 있다. 이 팀장은 "이미 포트나이트라는 행성에 3억5000만명, 제페토와 마인크래프트 행성에 각각 2억명, 로블록스에 1억5000만명이 산다. 이들은 하루에도 수십 번씩 물리적 지구와 가상 행성을 오가며 살고 있다"면서 "소행성을 확보한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 사이의 격차는 따라잡을 수 없을 만큼 커질 것"이라고 봤다.
개인들은 자연스럽게 'N잡러'로 거듭나야 한다. 예를 들어 대한민국 A출판사에서 책을 낸 작가라면 이제는 수십, 수백 개 가상 행성에서 e북을 발간해 수입을 올릴 수 있다. 현실 지구에서는 백수 신세라도 다른 행성에서는 화가, 또 다른 행성에서는 작곡가로 활동하며 백만장자가 될 수도 있다. 이 팀장은 "지금은 혁명 초입기여서 가장 단순한 모델이 거래되고 있지만, 앞으로 모든 창작품이 모듈화돼 '플랫폼'에 올라가게 될 것"이라며 "즐겨보는 웹툰 캐릭터들이 제페토 세상에서 나와 함께 뛰어다닌다. 영화 '레디플레이어 원'에서처럼 상상도 못했던 일들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국내 기업 중에서는 네이버와 SK텔레콤을 필두로 많은 기업이 메타버스 산업 진출을 저울질하고 있다. 이 팀장은 카카오와 한글과컴퓨터그룹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했다. 이 팀장은 "카톡 채팅방을 3D로 구현하면 그게 메타버스다. 탭 하나만 추가하면 된다. 버튼을 누르면 가상공간으로 이동하고, 대화방에 입력하던 것을 말로 이야기하는 식"이라면서 "카카오뱅크는 지금은 상상도 안 되는 형태의 가상뱅크로 재탄생해 대체불가토큰(NFT) 같은 가상자산을 거래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변신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한컴그룹에 대해서는 "최근 가장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플랫폼과 소프트웨어를 잘 아는 회사여서 플랫폼 위에 금융과 쇼핑 등을 얹으면 훌륭한 메타버스 사업 모델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 팀장은 최근 '메타버스 비긴즈'(굿모닝미디어)라는 책을 냈다. 그는 "메타버스가 왜 '인간×시간×공간의 혁명'인지, 새로운 도전이자 기회인지를 알려드리고 싶었다. 메타버스 관련 책들이 많이 나왔는데, 긍정적인 측면은 물론 어두운 그림자, 정부의 역할 등을 충실히 담아냈다는 점에서 차별화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한양대 경영학부를 졸업한 이 팀장은 카이스트에서 IT경영 석사를 마치고 한양대에서 경영정보시스템 전공으로 경영학 박사를 받았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 KT경제경영연구소, 삼성경제연구소에서 IT 전략과 정책 연구를 담당했고 기획재정부, 교육부 등 정부 부처 자문위원을 맡고 있다.
[신찬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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