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자발적 동승 '반반택시'..40년된 택시합승금지 규제 넘어

신찬옥 2021. 8. 11. 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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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샌드박스 시행 2년7개월
신사업 창출한 대표 4인
스타코프
전기차 스마트 충전 콘센트
연내 2만개 충전소 설치 추진
홈스토리생활
가사도우미 100명 직접고용
고용안정·서비스 수준 높여
코액터스
청각장애인을 택시기사로
'고요한M' 플랫폼 성공 이끌어
`고요한 M` 플랫폼은 자가용 차량으로 청각장애인 등 취약계층 고용을 돕는 서비스 기업이다. [사진 제공 = 코엑터스]
정부가 신기술·서비스 창출을 위해 도입한 '정보통신기술(ICT) 규제 샌드박스'가 시행된 지 2년7개월이 지났다. 2019년 1월부터 올해 7월까지 총 111건의 과제가 승인됐고, 이 중 65건의 제품과 서비스가 시장에 선보였다. 규제 샌드박스는 국민 편익을 높이고 신규 일자리를 창출하며 이해 관계자 간 상생모델을 만든다던 취지대로 성과를 거뒀을까. 법제도 개선까지 이끌어내며 성공 사례로 꼽힌 4개 기업 대표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스타코프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제로 일반 220V 콘센트에 설치해 간편하게 전기차를 충전할 수 있는 사물인터넷(IoT) 기반 스마트 충전콘센트 '차지콘'을 개발했다. 안태효 스타코프 대표는 "제품을 만들고 보니 과기정통부와 산업통상자원부, 환경부, 국토교통부까지 4개 부처 규제에 걸려서 출시할 수가 없더라. 규제 샌드박스 제도가 아니었다면 지금처럼 사업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 부처와 산하기관을 찾아다니고 청와대 국민청원까지 올리는 등 백방으로 뛰어다녔지만 몇 달씩 지연되기 일쑤였기 때문이다.

제품 개발부터 서비스가 출시되기까지 18개월이 걸렸지만 샌드박스 통과 후 성장세는 가팔랐다. 2020년 2월 서비스를 출시한 뒤 1년6개월 만에 전국에 3000개의 충전소가 설치됐다. 현재 3000곳에 추가로 건설 중인데, 회사 측은 연내 누적 2만개까지 설치해 '업계 1위'를 굳힐 계획이다. 안 대표는 "앞으로 나올 제품은 대부분 '융합기술'일 텐데, 부처 간 장벽을 낮춰 혁신제품들이 효율적으로 개발되고 시장에 출시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2019년 8월 '반반택시'로 자발적 동승 서비스를 시작한 코나투스는 규제 샌드박스 안건 중 법제화(택시운송사업법 개정)를 이끌어낸 첫 사례다. 택시 합승은 법으로 금지되어 있지만, 반반택시는 밤 10시 이후 승객들이 원하면 동승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실증특례를 받았다. 이 사업모델은 코로나로 택시 승객이 줄어든 가운데서도 많게는 하루에 1000콜 이상이 몰릴 정도로 인기를 모았다. 김기동 코나투스 대표는 "40년 가까이 유지되던 규제가 철폐되었다는 것, 코로나 발생 전까지는 승객과 기사들 모두 만족했다는 것, 안전문제는 물론 승객들의 노쇼도 없었다는 점에서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지난 4월에는 모빌리티 업계 1세대인 티원 모빌리티를 인수해 택시업계와의 상생 모델인 '리본택시' 사업도 하고 있다. 리본택시는 택시조합이 사업주체가 되고 코나투스는 택시호출 플랫폼을 제공하는 상생모델이다. 현재 반반택시와 리본택시를 이용하는 전국 택시기사는 12만명, 이 회사 호출 서비스에 가입한 승객회원은 45만명에 달한다. 지금까지 누적 투자 유치금도 90억원을 넘었다. 김 대표는 "택시기사를 직접 모집할 필요 없이 우리 플랫폼과 연계하면 대기업도 간편하게 모빌리티 사업에 진출할 수 있는 오픈 API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홈스토리생활은 가사도우미를 직접 고용해 서비스 품질과 고용 안정성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서비스 '대리주부'를 운영한다. 그러나 이 사업 모델은 가사도우미 직접 고용을 금지하는 근로기준법과 파견법에 발목이 잡혀 있었다. 이봉재 홈스토리생활 부대표는 "현재 100명의 가사매니저를 직접고용했고 작년 대비 50% 성장했다. 규제 샌드박스 제도가 없었다면 지금의 반도 성장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이 회사에 가사매니저로 등록한 회원은 2만5000명, 이 중에서 4대보험을 원하거나 오래 일하고 싶은 이들이 직접고용 대상자다.

이 부대표는 "내년 6월 가사근로자 고용개선 관련법이 시행되면 더 많은 가사매니저님을 모실 수 있게 될 것"이라며 "가사서비스 시장 규모가 6조~7조원에 달한다는데 기존 오프라인 시장을 모바일 플랫폼으로 옮겨오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우아한형제들이 '배달의민족'으로 오프라인 배달 문화를 온라인 위주로 바꿔놓은 것처럼, 가사서비스도 혁신적으로 바꾸겠다는 포부다. 이 회사는 '닥터주부'라는 친환경 가사용품 쇼핑몰도 운영하고 있다.

소셜벤처 코액터스는 규제 샌드박스로 기존 법령체계에서는 새로운 운송면허가 나오지 않아 시도조차 못했던 서비스 길을 열었다. 자가용 차량으로 청각장애인 등 취약계층 고용을 돕는 서비스인데, 지난 1년간 청각장애인 30명을 고용했고 '고요한 M' 플랫폼으로 1만9000명의 승객 회원을 유치했다. 현재는 18명의 기사가 20대의 차량을 운행하고 있다. 송민표 코액터스 대표는 "코로나19로 사업하기 좋은 환경은 아니지만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투자유치가 잘 마무리되면 기존 계획대로 100대까지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승객의 72%는 여성이고 그중 72%가 Z세대다. 승차 환경이 쾌적하고 기사가 말을 걸지 않는 서비스라는 입소문 덕분이다. 하반기에는 '런던택시'라고 불리는 6인승 블랙캡 택시도 도입한다. 슬로프가 옆으로 나와서 휠체어나 유모차에 탑승한 채 그대로 차량에 올라탈 수 있다. 송 대표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이용할 수 있는 차량이다. 장애인 이동권 개선에도 적극 나서는 한편, 장애인 고용률을 30% 이상으로 높이고 싶다"고 말했다.

[신찬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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