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연휴에 접종 황당..통보없이 일정 두번이나 바꿔" 대혼란
화이자·모더나 백신의 2차 접종을 2주씩 뒤로 미룬다고 정부가 9일 발표하자 서울 강남구 한 내과에 수십통 전화가 쏟아졌다. 추석 연휴 기간인 다음 달 18~22일로 2차 접종일이 변경된 것을 확인한 예약자들이 “추석 연휴에 병원 문을 여느냐”고 문의한 것이다. 추석 연휴에 문을 닫을 예정이었던 이 병원 측은 “연휴 기간 접종과 관련해 정부나 지자체로부터 안내받은 것이 없어 당혹스럽다”며 “질병관리청에 전화해도 대기가 길어 통화를 못 했다”고 했다.
정부가 모더나 백신 공급 차질로 인해 충분한 사전 안내 없이 급박하게 2차 접종 일정을 연기하면서 큰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오는 16일부터 9월까지 2차 접종 일정이 2주 늦춰진 사람은 총 2511만명에 이른다.
지난 9일 오전 화이자 잔여 백신으로 1차 접종을 마친 직장인 고모(29)씨는 접종 일정이 두 차례나 바뀌었다. 고씨가 이날 오전 병원에서 받은 안내문에는 2차 접종 일정이 9월 6일로 표시돼 있었는데, 오후에 질병관리청 앱으로 다시 확인해보니 9월 20일로 연기됐다. 이 때는 추석 연휴 기간이다. 고씨는 “병원에서 추석에는 휴원할 것 같다고 해 접종 날짜를 바꿀 수 있는지 물었더니 ‘권한이 없다’는 답만 들었다”고 했다. 그런데 고씨가 10일 오전 다시 앱에 접속해보니 이번에는 접종 날짜가 9월 23일로 또 바뀌어 있었다. 정부가 대부분 병원이 문을 닫는 추석 연휴 기간을 고려하지 않고 접종 일정을 일괄적으로 2주 뒤로 미뤘다가 혼선이 빚어지자 병원 휴진일을 고려해 접종일을 또 미룬 것이다. 고씨는 “어떻게 사전 통보 한 번 없이 두 번이나 접종 일정을 바꿀 수 있느냐”고 했다.
하지만 고씨의 접종 일정은 한 번 더 조정될 예정이다. 접종 간격이 6주 이상으로 벌어지면서 최장 6주 안에 맞도록 한 국내 권고 사항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은 10일 오후에야 “2차 접종일이 휴진일인 경우 자동적으로 접종일이 다음 날로 연기된다”며 “(연기로 인해 접종 간격이) 6주를 초과해 예약되는 경우에는 일괄 6주 이내로 조정하는 방안을 준비 중에 있다”고 안내했다.
접종을 마치고 학사 일정에 맞춰 출국하려 했던 해외 유학생들도 날벼락을 맞았다. 캐나다에서 유학 중인 이모(24)씨는 잔여 백신을 예약해 원래 이달 23일 화이자 백신 2차 접종이 예정돼 있었지만 9월 6일로 일정이 밀렸다. 이씨는 “접종 2주 후 출국하면 자가 격리 면제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9월 7일 학사 일정 시작에 맞춰 접종 예약을 했는데 이제 학기 시작에 맞춰 출국하는 것 자체가 어려워졌다”라고 말했다. 다음 달 2일 학기가 시작된다는 미국 유학생 김모(20)씨도 이달 16일로 예정돼 있던 2차 접종이 30일로 연기되면서 “비행기 티켓을 28일로 끊었는데 일정이 다 뒤틀려 당황스럽다”고 했다. 김씨의 아버지(50)는 “질병관리청에 민원을 넣으니 ‘보건소에서 도와 줄 것’이라고 해 보건소에 찾아가니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한다”며 “두 기관이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고 했다. 추진단은 이날 “개인 사정이 있는 경우 콜센터와 위탁의료기관, 보건소를 통해 5~6주 접종 간격 안에서 예약을 변경할 수 있도록 현재 조치를 취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초등학교 3~6학년 담당 교직원과 중학교 교직원의 접종 간격도 3주에서 5주로 늘어나면서 2학기 수업 파행이 우려되고 있다. 강릉의 한 초등학교 교사 조모(25)씨는 오는 24일 화이자 백신 2차 접종을 받을 계획이었지만 9월 7일로 미뤄지면서 문제가 생겼다. 조씨가 백신을 맞는 동안 수업을 대신할 선생님을 찾지 못한 것이다. 조씨는 “원래 동료 선생님들 모두 방학 중 백신 접종을 마칠 계획이었는데, 갑자기 접종일이 개학 후로 밀리면서 학교가 공황 상태에 빠졌다”면서 “한 번에 여러 교사가 병가를 낼 수 없어 백신 접종 다음 날도 수업에 들어가야 한다”고 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10일 입장문을 내고 “교육부가 전면 등교를 위해 교직원 백신 접종을 차질 없이 완료하겠다며 ‘2학기 학사 운영 방안’을 내놓은 날, 교직원 백신 접종 일정이 일방적으로 연기됐다”며 “개학 후 접종에 직면한 학교와 교원들은 수업 결손과 학사 파행을 걱정해야 할 형편”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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