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의 맛과 섬] [69] 제주 객주리콩조림
‘객주리’라는 생선을 아시나요. 쥐치라 하는 바다 물고기를 이르는 제주말이다. 나이가 지긋한 제주 삼촌들은 객주리를 포함해 붉바리, 부시리, 벤자리 등 ‘리’로 끝나는 생선은 여름에 맛이 있다고 한다. 쥐치가 작은 지느러미로 헤엄치고, 툭 튀어나온 작은 입으로 먹이를 탐하는 것을 보면 영락없이 복어를 닮았다. 실제 복어목 쥐치과에 속해 복어와 사촌지간이다. 입은 작지만 강한 이빨을 가지고 있어 조개류와 갑각류를 먹고, 해조류도 즐겨 섭취한다. 심지어 가시가 있는 성게와 불청객 해파리도 좋아하는 잡식성 어류다. 우리 바다에서는 쥐치, 말쥐치, 객주리, 날개쥐치, 그물코쥐치 등이 있다. 이 중 쥐치와 말쥐치가 식재료로 많이 쓰인다. 제주에서는 말쥐치를 객주리라 부르는데, 실제로는 진짜 객주리라는 이름을 가진 쥐치가 있다. 이를 ‘월남객주리’라 구분하기도 한다. 말쥐치는 쥐치보다 크고, 객주리는 말쥐치보다 더 크다. 그래서 쥐포를 만들 때 말쥐치와 객주리를 많이 사용한다.
여름을 보내며 입맛이 떨어지고 짭짤한 것이 당긴다면 객주리 음식을 권한다. 제주에는 쥐치회, 쥐치조림, 쥐치된장전골, 쥐치탕 등을 내놓는 객주리 전문집이 있다. 제주 연동 객주리 전문 식당에서 조림을 주문하고 한라산도 부탁했다. 한참 후 조림이 나왔다. 감자를 깔고 양념을 듬뿍 얻는 것이 전라도 조림과 비슷하다. 그런데 딱딱한 콩과 통마늘이 들어 있다. 콩은 육지에서 볼 수 있는 장콩이 아니라 제주산 ‘좀콩’이다. 먼저 콩부터 꺼내 먹어보니 볶아서 넣었다. ‘좀콩’은 껍질이 얇아 살짝 볶아야 한다. 제주 사람들이 객주리 콩조림을 먹기 시작한 것은 오래된 일이 아니다. 본래는 ‘돌우럭 콩조림’을 즐겨 먹었다. 머리가 크고 살이 적은 돌우럭을 반찬으로 먹어야 하니 늘려 먹기 위해 콩을 넣었다. 그런데 1980년대 돌우럭 어획량이 줄어들면서 그 자리를 객주리가 차지했다. 제주에서는 객주리를 잡는 방법도 독특하다. 통영·거제·고성에서는 통발에 홍합을 미끼로 넣어 잡지만, 제주에서는 들망이라는 어구를 이용한다. 새우를 주머니에 가득 담아 들망 가운데 넣고 물속에 넣어 쥐치가 오기를 기다렸다 들어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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