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親日 공방 맞붙은 文대통령·최재형
청와대는 10일 국민의힘 대선 주자인 최재형 전 감사원장 측이 문재인 대통령 부친의 과거 경력을 거론해 ‘친일파 논란’이 제기된 데 대해 강한 유감의 뜻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정치 중립 위반 논란을 의식해 야권 대선 후보에 대한 언급을 자제해왔다. 그러나 이날은 이례적으로 청와대 대변인이 나서 최 전 원장을 비판했다. 이에 최 전 원장 측은 입장문을 내고 “국민을 토착 왜구로 몰아세워 국론을 분열시키는 정부·여당과 일부 친여(親與) 매체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을 뿐”이라고 했다. 정치권에선 “최 전 원장이 주도한 월성 원전 1호기 감사 등을 두고 신경전을 벌여온 양측 갈등이 대선 국면에서 표면화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최근 최재형 후보 측이 문 대통령 부친이 함경남도 흥남에서 농업계장을 한 것도 친일파 논란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언급한 것과 관련하여 심각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최 후보 측이 본인의 논란을 해명하면서 대통령을 끌어들인 것은 매우 부적절한 처신임을 명심하기 바란다”면서 “참고로 대통령 부친은 1920년생으로 해방 당시 만 24세였다”고 덧붙였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번 유감 표명에 “대통령 뜻이 반영됐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이 유감 표명을 직접 지시했다는 것이다. 흥남시청 농업계장을 지낸 문 대통령 부친은 1950년 12월 흥남철수 작전 때 북한을 탈출했고, 2년여 후 문 대통령이 태어났다.
양측 충돌은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이 최 전 원장을 겨냥해 “독립운동가 후손 코스프레를 하고 있다”고 공격한 게 발단이 됐다. 앞서 한 언론은 최 전 원장 증조부, 조부의 친일 의혹을 제기했다. 최 전 원장 증조부가 강원 평강군 유진면장을 지냈고 조부는 국방헌금 20원을 헌금하는 등 일제에 충성했다는 주장이었다. 이에 안 의원은 이 보도를 거론하며 “최 전 원장은 증조부와 조부의 친일 행각에 대해 해명과 사과를 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자 최 전 원장 측은 논평을 내고 “선거철이 다가오자 안 의원의 허언증이 또다시 도진 것 아닌가”라며 “허위 주장에 대한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최 전 원장 측의 문 대통령 부친에 대한 언급은 조부와 증조부 친일 논란 보도를 반박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최 전 원장 측은 지난 6일 “일제강점기 당시 지식인들은 각자 위치에서 고뇌하며 살아왔고 특정 직위를 가졌다고 친일로 정의할 수는 없다”며 “그런 식이라면 흥남에서 농업계장을 한 문재인 대통령의 부친도 친일파 논란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했다.
최 전 원장 측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문 대통령이 선친에 대한 간접적 언급에 유감을 표시한 것을 이해할 수 있다”면서도 “국민을 토착 왜구로 몰아세워 국론을 분열시키고 있는 정부·여당과 일부 친여 매체에 대해 그런 식의 기준이라면 심지어 문 대통령의 부친도 친일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사실을 지적했을 뿐”이라고 했다. 이어 백신 부족 사태 등을 언급하며 “문 대통령이 국민 전체에 대해 표시해야 할 유감이 훨씬 많다는 사실도 인식해 주시기 바란다”고 했다.
한 여권 인사는 “문 대통령과 최 전 원장 간에는 월성 원전 감사, 감사위원 인사 등을 두고 감정적 앙금이 많이 쌓였는데, 양측 간 네거티브 공방이 심해지면 상황이 더 격해질 수 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6월 28일 최 전 원장이 제출한 사표를 수리하며 “감사원장의 임기 보장은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기 위한 것으로, 최 원장은 바람직하지 않은 선례를 만들었다”고 했다. 최 전 원장은 임기 6개월을 남겨두고 중도 사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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