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평인 칼럼]정권 교체의 희망이 절망으로 바뀌기 전에
송평인 논설위원 2021. 8. 11. 03:04
국민의힘만으로 대선 승리 장담하며
싸움닭으로 일관한 김종인 이준석
압도적 야권 승세, 넉 달 만에 사라져
재보선 당시의 화합 못 살리면 필패
싸움닭으로 일관한 김종인 이준석
압도적 야권 승세, 넉 달 만에 사라져
재보선 당시의 화합 못 살리면 필패
이준석 국민의힘 당 대표는 리더라는 자의식 자체가 부족한 듯하다. 그는 그제 또 “내가 당 대표가 돼 보니 지금 대통령 선거를 하면 여당에 5%포인트로 진다”고 말했다. 4·7 재·보선 직후 국민의힘만으로 대선 승리가 가능하게 됐다더니 이건 또 무슨 말인가. 4·7 서울시장 보선에서 야권 단일 후보는 여당 후보를 18%포인트 차이로 이겼다. 그로부터 넉 달이 채 지나지 않았다. 5%포인트 차이로 지고 있다면 누구의 책임인가.
윤석열이 지지율이 떨어지긴 했지만 여전히 야권에서 가장 지지율이 높은 후보이니까 국민의힘 밖에 있다면 그에게 책임을 돌릴 수도 있겠다. 그러나 이준석 자신이 갑질하듯 압력을 넣어 윤석열을 국민의힘에 입당시켰다. 그렇다면 야권의 열세는 정말 책임이 있든 없든 국민의힘 당 대표가 책임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평론가가 남 얘기 하듯 하고 있다.
4·7 재·보선 당시 야권의 좋았던 분위기가 나빠지기 시작한 것은 김종인이 안철수에게 감사는커녕 반감을 쏟아내면서부터다. 국민의힘의 서울시장 후보들이 지지부진할 때 안철수가 도전장을 내 판세를 뒤집었고 윤석열이 정치권 밖에서 지원해 승기를 굳혔다. 거의 다 된 승리를 막판에 국민의힘 것으로 가로채 가서는 오히려 성낸 사람이 김종인이다. 그때부터 좋았던 분위기가 나빠지기 시작했다.
안철수가 서울시장이 됐어야 했다고 말하는 게 아니다. 정권 교체를 원하는 유권자에게는 안철수든 오세훈이든 대동소이(大同小異)다.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윤석열이 되든 유승민이 되든 또 다른 누가 되든 대동소이다. 이번 대선은 큰 차이가 중요하지, 작은 차이는 중요하지 않다. 다만 정권 교체가 되려면 야권이 화합하는 분위기여야 한다. 그런 분위기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이준석은 김종인의 기조를 그대로 이어받았다. 안철수와 갈등을 빚고 윤석열과도 갈등을 빚고 있다. 윤석열이 당 밖에 있을 때라도 갈등은 바람직하지 않았는데 당 안으로 들어왔는데도 여전히 갈등을 빚고 있다. 본래의 당내 후보들과도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은 어쩌다 이런 싸움닭을 당 대표로 뽑은 것일까. 많은 사람들이 정권 교체의 희망보다 절망을 말하고 있다.
이준석은 서울 노원병에서 3번 출마해 3번 다 떨어졌다. 그 지역을 잘 아는 사람들 얘기로는 그는 지역구를 관리하는 조직다운 조직을 갖고 있지 않다고 한다. 하는 일이라곤 TV에 패널로 출연하고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오프라인에서 지역 주민과의 정서적 유대는 거의 없다. 어린 시절부터 치열한 경쟁 속에서 커온 데 익숙한 탓인지 늘 ‘내가 이기냐, 네가 이기냐’의 자세다. 봉사자의 마음(servant mind)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그런 자세로 중앙당의 조직인들 잘 끌고 나가겠는가.
물론 정권 교체의 희망이 절망으로 바뀌고 있는 책임을 이준석에게만 돌릴 수는 없다. 윤석열의 책임도 크다. 본인과 가족 검증 과정에서의 팩트 왜곡이나 정치적 화법을 익히는 과정에서의 말꼬리 잡기로 일시적으로 지지율이 떨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그것보다는 대장부처럼 큰 품으로 야권 전체를 아우르는 길을 추구하기보다는 혼자만 국민의힘에 쏙 들어가버림으로써 나머지 야권을 낙동강 오리알로 만들어버렸다는 게 더 큰 문제다.
윤석열과 이준석은 둘 다 그 자리에 있을 만해서 있는 게 아니다. 윤석열은 박근혜와 이명박을 감옥에 보낸 장본인이다. 두 사람을 감옥에 보냈다고 탓하는 게 아니다. 다만 그렇게 하고도 그들이 속했던 정당의 후보로 나선다는 사실이 염치없어 보이고 아이러니하다는 것이다. 최고위원을 지내고 허구한 날 TV에 나오는데도 선거 때마다 떨어진 36세 젊은이가 당 대표가 된 것도 이변이다. 이 모든 것이 ‘정권 교체를 위해서는 못 할 게 없다’는 절치부심(切齒腐心)이 아니라면 이해 불가능하다.
윤석열이 중도층과 탈(脫)진보세력의 지지까지 끌어모으는 후보가 아니었다면 보수 유권자들이 그를 원했을까. 2030세대의 마음을 잡는 데 매진하라고 뽑아준 당 대표가 기존 대표들이 누렸던 권위를 인정받지 못한다고 투정이나 부리고 있으면 뽑아준 사람들이 좋아할까. 자신을 향한 유권자의 기대가 정확히 무엇이었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윤석열이 지지율이 떨어지긴 했지만 여전히 야권에서 가장 지지율이 높은 후보이니까 국민의힘 밖에 있다면 그에게 책임을 돌릴 수도 있겠다. 그러나 이준석 자신이 갑질하듯 압력을 넣어 윤석열을 국민의힘에 입당시켰다. 그렇다면 야권의 열세는 정말 책임이 있든 없든 국민의힘 당 대표가 책임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평론가가 남 얘기 하듯 하고 있다.
4·7 재·보선 당시 야권의 좋았던 분위기가 나빠지기 시작한 것은 김종인이 안철수에게 감사는커녕 반감을 쏟아내면서부터다. 국민의힘의 서울시장 후보들이 지지부진할 때 안철수가 도전장을 내 판세를 뒤집었고 윤석열이 정치권 밖에서 지원해 승기를 굳혔다. 거의 다 된 승리를 막판에 국민의힘 것으로 가로채 가서는 오히려 성낸 사람이 김종인이다. 그때부터 좋았던 분위기가 나빠지기 시작했다.
안철수가 서울시장이 됐어야 했다고 말하는 게 아니다. 정권 교체를 원하는 유권자에게는 안철수든 오세훈이든 대동소이(大同小異)다.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윤석열이 되든 유승민이 되든 또 다른 누가 되든 대동소이다. 이번 대선은 큰 차이가 중요하지, 작은 차이는 중요하지 않다. 다만 정권 교체가 되려면 야권이 화합하는 분위기여야 한다. 그런 분위기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이준석은 김종인의 기조를 그대로 이어받았다. 안철수와 갈등을 빚고 윤석열과도 갈등을 빚고 있다. 윤석열이 당 밖에 있을 때라도 갈등은 바람직하지 않았는데 당 안으로 들어왔는데도 여전히 갈등을 빚고 있다. 본래의 당내 후보들과도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은 어쩌다 이런 싸움닭을 당 대표로 뽑은 것일까. 많은 사람들이 정권 교체의 희망보다 절망을 말하고 있다.
이준석은 서울 노원병에서 3번 출마해 3번 다 떨어졌다. 그 지역을 잘 아는 사람들 얘기로는 그는 지역구를 관리하는 조직다운 조직을 갖고 있지 않다고 한다. 하는 일이라곤 TV에 패널로 출연하고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오프라인에서 지역 주민과의 정서적 유대는 거의 없다. 어린 시절부터 치열한 경쟁 속에서 커온 데 익숙한 탓인지 늘 ‘내가 이기냐, 네가 이기냐’의 자세다. 봉사자의 마음(servant mind)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그런 자세로 중앙당의 조직인들 잘 끌고 나가겠는가.
물론 정권 교체의 희망이 절망으로 바뀌고 있는 책임을 이준석에게만 돌릴 수는 없다. 윤석열의 책임도 크다. 본인과 가족 검증 과정에서의 팩트 왜곡이나 정치적 화법을 익히는 과정에서의 말꼬리 잡기로 일시적으로 지지율이 떨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그것보다는 대장부처럼 큰 품으로 야권 전체를 아우르는 길을 추구하기보다는 혼자만 국민의힘에 쏙 들어가버림으로써 나머지 야권을 낙동강 오리알로 만들어버렸다는 게 더 큰 문제다.
윤석열과 이준석은 둘 다 그 자리에 있을 만해서 있는 게 아니다. 윤석열은 박근혜와 이명박을 감옥에 보낸 장본인이다. 두 사람을 감옥에 보냈다고 탓하는 게 아니다. 다만 그렇게 하고도 그들이 속했던 정당의 후보로 나선다는 사실이 염치없어 보이고 아이러니하다는 것이다. 최고위원을 지내고 허구한 날 TV에 나오는데도 선거 때마다 떨어진 36세 젊은이가 당 대표가 된 것도 이변이다. 이 모든 것이 ‘정권 교체를 위해서는 못 할 게 없다’는 절치부심(切齒腐心)이 아니라면 이해 불가능하다.
윤석열이 중도층과 탈(脫)진보세력의 지지까지 끌어모으는 후보가 아니었다면 보수 유권자들이 그를 원했을까. 2030세대의 마음을 잡는 데 매진하라고 뽑아준 당 대표가 기존 대표들이 누렸던 권위를 인정받지 못한다고 투정이나 부리고 있으면 뽑아준 사람들이 좋아할까. 자신을 향한 유권자의 기대가 정확히 무엇이었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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