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일단 가석방, 잘하면 사면?.. 정부의 '삼성 이용법'

신은진 기자 2021. 8. 11.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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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가석방 결정을 둘러싸고 재계에서는 다양한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전경련·대한상의·경총 등 주요 경제단체들은 가석방 결정을 일제히 환영하면서도 “사면이 이뤄지지 않은 것은 아쉽다”고 말했습니다. 가석방은 조건부 임시 석방 제도이기 때문에 해외 출장을 갈 때마다 정부의 사전 허가를 받아야 하는 등 여러 가지 제약이 있습니다.

삼성전자가 앞으로 어떤 해외 기업을 M&A하고, 어떤 지역에 공장을 지을지 등은 기업 경영에서 핵심 기밀 사항입니다. 대기업 총수의 해외 출장지를 보면 이런 전략적 결정을 미뤄 짐작할 수 있기 때문에 대기업마다 철저한 보안 사항입니다. 그런데 이 부회장은 앞으로 정부에 해외 출장지와 그 이유에 대해 꼬박꼬박 신고를 하고 나가야 하는 것이죠. 한 재계 고위 인사는 “가석방 신분으로는 주요국에서 비자를 받기도 쉽지 않고, 입국 제한을 하는 나라도 꽤 된다”며 “가택연금 수준으로 풀어줘놓고 ‘고심 끝에 가석방을 한 만큼 백신 확보와 반도체 문제 등에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하라’(더불어민주당 대변인)는 정치권 이야기에 쓴웃음이 나왔다”고 말했습니다. 박범계 법무부장관 말대로 ‘코로나 장기화로 인한 국가적 경제 상황과 글로벌 경제 환경에 대한 고려 차원’이라면 가석방이 아니라 사면을 하는 게 더 맞는다는 것이죠.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도 “가석방은 경영 참여가 여러 가지로 제한된다. 가석방 이후로도 실질적인 총수 부재가 지속된다면 삼성은 전례 없는 과제들에 대처하지 못하고 경쟁력을 잃어갈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그러면서 “미⋅중 분쟁 속에서 세계 1위 반도체 사업을 보유하는 삼성의 경영 판단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을 근거로 들었습니다.

또 이번 가석방 결정은 기업을 대하는 문재인 정부 방식을 잘 보여주고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일단 가석방으로 풀어주고, 좀 더 잘하면 사면도 해줄 수 있다는 식으로 기업의 ‘목줄’을 끝까지 잡고 있다는 것이죠. 익명을 요구한 5대 그룹 고위 임원은 “대통령의 정치적 통치 행위인 ‘사면’ 대신 ‘가석방’을 택함으로, 사면에 대한 정치적 책임까지 삼성에 전가해버린 비겁한 결정”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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