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주한미군 철수 요구하며 3곳 통신선 중단.. 靑은 "상황주시"
최지선 기자 2021. 8. 11. 03:01
北, 한미훈련 첫날 "대가 치를것"
평택 미군기지에 착륙하는 美정찰기 한미 연합훈련 사전연습이 시작된 10일 경기 평택시 주한미군 오산공군기지에서 고공정찰기 U-2S가 착륙하고 있다. 한미는 13일까지 본훈련의 사전연습 격인 위기관리참모훈련(CMST)을 진행한 뒤 16∼26일 본훈련을 진행한다. 규모는 이전보다 크게 축소됐다. 평택=뉴스1 |
북한이 한미 연합훈련을 위한 사전연습이 시작된 10일 오후 판문점과 동·서해 군 통신선의 남북 연락채널을 통한 정기 통화 수신을 거부하면서 지난달 27일 복원된 3곳의 남북 간 통신선을 14일 만에 일방적으로 다시 단절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은 이날 오전 8시경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에게 위임해 “대가를 치를 것”이라는 담화를 발표한 뒤 통신 연락을 중단했다. 북한은 담화에서 한미 훈련 실시를 “배신적 처사”라고 주장하면서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불만을 표출했다. 특히 김여정이 이날 훈련뿐 아니라 주한미군 철수까지 처음으로 요구하며 한미동맹 균열을 시도했는데도 청와대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열지 않은 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만 밝혀 안일하게 대처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 주한미군 철수까지 요구
통일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만 해도 북한이 전화를 받았던 판문점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연락채널의 오후 5시 마감 통화 때 북한이 응답하지 않았다. 동·서해 군 통신선도 4시 마감 통화 때는 북한이 수신을 거부해 통화가 이뤄지지 않았다. 신호는 가지만 북측이 응답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남북은 연락통신선 복원 이후 정기적으로 하루 2번 오전 9시 업무 개시, 오후 업무 마감 통화를 해왔다.
북한이 마감 통화 수신을 거부한 것은 이날 김여정 담화에 대한 후속 조치로 보인다. 김여정은 김 위원장의 위임을 받았다고 밝힌 이날 담화에서 한미 연합훈련을 “반드시 대가를 치를 자멸적인 행동”이라고 규정했다. 김여정은 미국에 대해서도 “미국 행정부가 떠들어대는 ‘전제조건 없는 대화’란 침략적 본심을 가리기 위한 위선에 불과하다”면서 중대한 대북 적대시정책 철회가 없다면 대화 요청에 응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특히 “미군이 남조선에 주둔하고 있는 한 조선반도 정세를 주기적으로 악화시키는 화근은 절대로 제거되지 않을 것”이라며 연합훈련 중단뿐 아니라 주한미군 철수까지 요구했다.
주한미군 주둔은 김 위원장의 할아버지인 김일성 주석과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대외적으로 용인해 왔던 것이라 배경이 주목된다. 김정일은 2000년 남북 정상회담에서 주한미군 주둔에 동의했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2018년 9월 대북특사단장으로 방북한 뒤 “김 위원장은 종전선언이 한미동맹 약화나 주한미군 철수와 상관없다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전한 바 있다. 주한미군 철수를 강하게 주장할 생각이 없다는 뜻으로 풀이됐다. 하지만 김 위원장의 의중이 담긴 이번 담화로 우리 측 설명이 뒤집힌 것. 정 장관은 같은 해 3월 방북 때는 김 위원장이 연합훈련에 대해 “(어려움을) 잘 알고 있다. 이해한다”고 답했다고 전했지만 이 역시 북한의 한미 훈련 중단 주장으로 괴리가 드러났다.
미국에 종전선언 등 대화 재개를 설득해 온 문재인 정부의 부담은 더욱 커지게 됐다. 종전선언이 주한미군 철수를 정당화하는 논리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미국이 한국 말을 믿지 못하게 해서 한미동맹을 흔들려는 북한의 전략”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이날 김여정 담화를 조선중앙TV를 통해 주민들에게도 공개했다.
○ 靑 “북 의도 파악”… ‘당혹’
청와대는 이날 북한이 정기 통화에 응하지 않은 것과 관련해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면서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북한의 의도 등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며 “더 입장을 밝힐 것이 없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통신선 불통 전까지 이날 북한이 담화를 발표한 뒤에도 “북한 측이 기존 입장을 밝힌 것”이라는 태도였다. 특히 이날 오전 통신선 통화가 정상적으로 진행됐고, 과거와 달리 문 대통령에 대한 노골적인 비난 표현은 자제했다는 점 등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북한이 군사적 긴장을 높일 가능성을 낮게 분석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대남 비난 수위는 조절하면서 대미 압박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북한이 정기 통화에 응하지 않으면서 청와대는 당혹스러운 모양새다. 통신선 복원 이후 14일 만에 남북관계가 위기를 맞으면서 또다시 하반기 남북 대화를 재개하려던 경색 국면이 길어지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
○ 주한미군 철수까지 요구
통일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만 해도 북한이 전화를 받았던 판문점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연락채널의 오후 5시 마감 통화 때 북한이 응답하지 않았다. 동·서해 군 통신선도 4시 마감 통화 때는 북한이 수신을 거부해 통화가 이뤄지지 않았다. 신호는 가지만 북측이 응답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남북은 연락통신선 복원 이후 정기적으로 하루 2번 오전 9시 업무 개시, 오후 업무 마감 통화를 해왔다.
북한이 마감 통화 수신을 거부한 것은 이날 김여정 담화에 대한 후속 조치로 보인다. 김여정은 김 위원장의 위임을 받았다고 밝힌 이날 담화에서 한미 연합훈련을 “반드시 대가를 치를 자멸적인 행동”이라고 규정했다. 김여정은 미국에 대해서도 “미국 행정부가 떠들어대는 ‘전제조건 없는 대화’란 침략적 본심을 가리기 위한 위선에 불과하다”면서 중대한 대북 적대시정책 철회가 없다면 대화 요청에 응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특히 “미군이 남조선에 주둔하고 있는 한 조선반도 정세를 주기적으로 악화시키는 화근은 절대로 제거되지 않을 것”이라며 연합훈련 중단뿐 아니라 주한미군 철수까지 요구했다.
주한미군 주둔은 김 위원장의 할아버지인 김일성 주석과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도 대외적으로 용인해 왔던 것이라 배경이 주목된다. 김정일은 2000년 남북 정상회담에서 주한미군 주둔에 동의했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2018년 9월 대북특사단장으로 방북한 뒤 “김 위원장은 종전선언이 한미동맹 약화나 주한미군 철수와 상관없다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전한 바 있다. 주한미군 철수를 강하게 주장할 생각이 없다는 뜻으로 풀이됐다. 하지만 김 위원장의 의중이 담긴 이번 담화로 우리 측 설명이 뒤집힌 것. 정 장관은 같은 해 3월 방북 때는 김 위원장이 연합훈련에 대해 “(어려움을) 잘 알고 있다. 이해한다”고 답했다고 전했지만 이 역시 북한의 한미 훈련 중단 주장으로 괴리가 드러났다.
미국에 종전선언 등 대화 재개를 설득해 온 문재인 정부의 부담은 더욱 커지게 됐다. 종전선언이 주한미군 철수를 정당화하는 논리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미국이 한국 말을 믿지 못하게 해서 한미동맹을 흔들려는 북한의 전략”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이날 김여정 담화를 조선중앙TV를 통해 주민들에게도 공개했다.
○ 靑 “북 의도 파악”… ‘당혹’
청와대는 이날 북한이 정기 통화에 응하지 않은 것과 관련해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면서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북한의 의도 등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며 “더 입장을 밝힐 것이 없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통신선 불통 전까지 이날 북한이 담화를 발표한 뒤에도 “북한 측이 기존 입장을 밝힌 것”이라는 태도였다. 특히 이날 오전 통신선 통화가 정상적으로 진행됐고, 과거와 달리 문 대통령에 대한 노골적인 비난 표현은 자제했다는 점 등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북한이 군사적 긴장을 높일 가능성을 낮게 분석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대남 비난 수위는 조절하면서 대미 압박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북한이 정기 통화에 응하지 않으면서 청와대는 당혹스러운 모양새다. 통신선 복원 이후 14일 만에 남북관계가 위기를 맞으면서 또다시 하반기 남북 대화를 재개하려던 경색 국면이 길어지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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