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칼럼] 스마트한 개인 발목잡는 '큰 정부'
백신 구매는 그렇게 어려운 일인가
관료들보다 스마트해진 국민에게
4차 산업혁명은 절호의 기회
정부 임무 재정의해 축소하고
개인과 민간의 활동 범위 넓혀야
김태윤 < 한양대 행정학과 교수 >
우리는 20세기 초까지 봉건국가였다. 헐벗음과 노예적 삶을 극복하려고 일본제국주의를 버텼고 근면하고 정직하게 노력했다. 세계 경제 체제에 편입해 산업화에 성공하고 그 일본을 넘어서고 있다. 투쟁하고 협력해 민주화에 성공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평등의식과 자존감은 미국을 넘어선다. 이렇게 우리 국민은 100여 년 만에 스마트한 개인으로 재탄생했다.
마침 초연결, 초지성, 초정밀, 인간다움을 지향하는 4차 산업혁명이라는 시대의식이 이런 스타일의 인재들을 요구하고 있다. 부지런하고 똑똑하고 집중력 있고 자부심 넘치는 개인을 말이다. 우리 모두가 4차 산업혁명의 주체가 될 수 있다. 더 나아가 이 인류 역사상 최초의 스마트한 개인들이 소비자, 주권자, 유권자, 여론형성자, 여론주도자, 사회기획가, 외교관으로 활약해 정치 경제 사회 문화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것이다.
그러나 큰 정부가 우리를 가로막는다. 정부를 구성하는 입법, 사법, 행정, 공공, 준공공 부문은 팽창하는 데만 관심이 있다. 선진, 주도, K-어쩌구, 안전, 안심, 친환경, 국격, 공익 등 아름다운 핑계들을 대지만 본질은 팽창이다. 자신들의 수입과 권한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은 현대사회의 다양하고 복잡한 문제를 해결할 능력도, 의지도 없다. 대부분의 문제는 너무 복잡하고 예민하고 휘발성이 높다. 관료들은 보통 문제를 적당히 왜곡해서 판에 박힌 대책들을 이룰 수 없는 목표와 함께 내놓는다.
관료적 병폐는 정부에 그치지 않고 그 아래의 각종 산하, 소속, 지원 공공 및 준공공 기관에도 그대로 흘러 들어간다. 또 정부 지원을 받는 다양한 분야의 개인들도 마찬가지가 된다. 스타트업은 정부가 요구하는 양식을 채우고 공무원의 취향에 맞는 지원서를 작성하는 데 골몰한다. 교수, 문화예술인, 과학기술자 역시 마찬가지다. 정부의 작고 편협하고 불합리한 틀 안에 위대한 개인들이 몸을 꾸겨서 맞춰가고 있는 형국이다.
정부는 실패를 거듭하면서도 반성하지도, 교훈을 얻으려 하지도 않는다. 원전 경제성 평가는 원전 운영을 위해 꽉 짜여진 행정 절차다. 관료제가 그것을 준수하지 않으면 국민이 정부를 어떻게 믿나? 백신 도입과 접종 과정에서도 국민을 기만하고 업신여겼다. 우리나라 백신 접종률은 완전접종 기준 15%에 불과하다. 게다가 모더나 도입이 어려워졌다고 한다. 구매도 못하나? 한편 자기들이 초조하니 노인들을 접종 거부자라고 부른다. 현명한 노인들이 이런저런 생각 속에 불확실한 백신 접종을 망설이는 것은 당연하다.
청해부대가 군사작전을 포기하고 왜 엉뚱한 서아프리카로 갔는지, 그리하여 전투력 대부분을 어떻게 잃게 됐는지? 아파트 특별공급은 국민이 당연히 누려야 할 이득을 공공부문 전체가 협잡해 가로챈 것이다. 온갖 비리의 온상인 LH부터 정부 부처 그리고 공공이라는 글자가 들어가는 수많은 엉뚱한 기관이 숟가락을 얹었다. 그리고선 그저 국민들이 잊기만을 바라고 있나 보다.
작은 정부란 공무원 수나 재정 규모가 작은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정부가 하는 일이 적어서 민간의 장이 넓디넓은 것을 의미한다. 정부가 산업을 기획했던 우리나라 특유의 과거가 있었다. 언론, 교육, 방송, 금융, 주택공급, 통신 분야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이미 수십 년 전에 판도가 바뀌었고 이제는 시장의 개개인이 정부청사의 관료들보다 지식과 정보와 국제 감각이 높고 깊다.
산업들을 짓눌러온 후진적인 규제들은 이제는 신흥기술 기업들을 가로막고 있어 폐해가 새삼스레 더 커졌다. 각종 국립, 공립, 국영, 공영 기관들은 그 임무를 다했으니 더 이상 존립할 필요가 없다. 정부 부처 역시 임무를 재정의하고 단순화해 국가 전략과 원칙에의 기여를 심화해야 한다. 제대로 할 수 있는 일만 해야 한다. 특정 고객에게만 봉사하는 부처와 실·국을 통폐합하는 것은 당연하다.
계층구조를 혁파해 명령 계통을 단순하고 투명하게 혁신해야 한다. 관리하는 자리를 대폭 줄이고 조사연구하고 토론하며, 국민에게 서비스하는 자리를 늘려야 한다. 스마트한 개인들이 정부 눈치 보지 않고 마음껏 자기 실력을 발휘해야만 자율과 창의가 연쇄 폭발할 것이다. 비로소 풍요와 자유와 정의가 넘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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