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중산층도 이건 못참아... 시진핑이 사교육 막자 대놓고 반기

베이징/박수찬 특파원 2021. 8. 10. 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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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초강력 사교육 근절책에 불만
일러스트=김도원 화백

중국 베이징에서 사는 학부모 장모(38)씨는 1년 전 솽스이(雙十一·11월 11일 중국의 연중 최대 온라인 세일) 때 초등학교 2학년인 자녀를 위해 2년치 온라인 영어 수강권을 2만위안(약 350만원)에 샀다. 정가보다 30% 이상 싸게 사서 기뻐했다고 한다. 하지만 지난달 중국 당국이 학원 사교육을 사실상 금지하겠다고 밝히면서 무용지물이 됐다.

장씨는 본지 인터뷰에서 “서비스가 계속될지 몰라 (교육) 회사에 환불을 요청했다”며 “지금은 일대일 과외교사를 찾고 있다”고 했다. 그는 아내와 맞벌이를 하고 아파트도 보유해 스스로 중산층이라고 생각한다. 장씨는 “과외 비용도 만만치 않지만 괜찮은 교사를 구하기도 쉽지 않다”며 “지금처럼 경쟁이 심한데 사교육이 사라지겠느냐”고 했다.

지난달 24일 중국 공산당과 국무원(행정부)이 합동으로 국·영·수 등 학과 과목을 가르치는 교육 기관의 영리 추구를 금지하겠다는 조치를 발표한 이후 중국에서 반발이 나오고 있다. 특히 자녀를 좋은 중·고등학교, 대학에 보내기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온 중산층 사이에서 불만이 크다. 중국에서 중앙 정부 정책에 공개적 반대 여론이 나오는 것은 이례적이다.

중국 매체 관찰자망 주필 출신인 언론인 마첸쭈(馬前卒)는 지난 1일 인터넷 방송을 통해 “정부가 교육 기업들의 사교육 서비스를 중단시킨다고 해도 중국인들은 다음 달이면 각종 개인 사교육 양태를 만들어 낼 것”이라고 했다. 마씨는 “정부는 학교·지역 간 교육 격차가 얼마나 큰지를 공개하고 몇 년 안에 어떻게 베이징 하이뎬(海淀)구와 서부 산간 지역의 교육 격차를 없앨지 시간표부터 제시해야 한다”고 했다. 베이징 하이뎬구는 명문대가 밀집해 있는 곳으로 교육열이 높기로 유명한 지역이다. 마첸주의 동영상에는 6만5000여 명이 ‘좋아요’를 눌렀다.

중국 소셜미디어인 웨이보에도 노골적으로 정부 정책의 비판하는 글이 적지 않다. 한 네티즌은 “부자들은 지금도 월 4만위안(약 700만원)씩 주고 가정교사를 고용하지만 일반인들은 어떻게 하느냐”며 “결국 강사의 질이 불투명한 교육 암시장에 몰리게 될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피라미드 최상위층에 있는 사람이 엘리트 교육을 누리고, 저소득층 아이들은 싼 노동력으로 활용하려는 것”이라고 했다.

중국 정부는 사교육 억제책을 통해 학부모의 사교육 부담을 줄이고 출산율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정책이 사교육이 보편화된 중국에서 ‘지와(鷄娃) 부모’들의 경쟁만 부추길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지와 부모는 아이[娃]에게 닭[鷄] 피를 주사한다는 뜻에서 유래한 인터넷 유행어로, 아이의 공부와 각종 과외 활동 등을 챙기는 중산층 부모를 뜻한다. 닭 피 주사는 정신을 맑게 한다는 과거 중국의 민간요법 중 하나다. 2017년 HSBC은행 조사에 따르면 중국 부모 가운데 사교육을 하고 있거나 과거 했다고 답한 사람은 93%로 전 세계 평균(63%)보다 30%포인트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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