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나라 탄소 때문에 우린 사라질 수도" 몰디브의 절규
[경향신문]
IPCC 보고서 ‘20년 내 기온 1.5도 상승’ 예측에 곳곳서 우려
파키스탄 등 저소득국 “탄소 배출한 부국에 피해 보상 요구”
앞으로 20년 안에 지구 기온이 1.5도 올라간다는 유엔 보고서가 나오자 세계 곳곳에서 우려가 나왔다. 해수면 상승으로 나라 전체가 수몰 위기에 처한 몰디브를 비롯해 기후위기 피해의 직격탄을 맞은 빈국들은 주요국에 책임을 요구했다.
모하메드 나시드 전 몰디브 대통령는 유엔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가 지구온난화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보고서를 내놓은 9일(현지시간) “다른 국가가 배출한 탄소 때문에 취약 국가들이 지구에서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고 밝혔다. 나시드 전 대통령은 기후위기에 가장 취약한 전 세계 48개국을 대표하는 ‘기후 취약국 포럼(CVF)’을 이끌고 있다.
IPCC 보고서는 앞으로 이상 기후 현상이 더 극심해지고, 2100년까지 해수면이 최대 2m 상승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저소득 국가들은 기후위기의 가장 큰 피해자다. 인도양의 섬나라 몰디브는 국토의 80%가 해발고도 1m 미만이라 해수면이 2m 상승하면 수몰된다. 남태평양의 섬나라들이 2100년 전에 전부 수몰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다른 국가도 폭염, 가뭄, 홍수 등에 시달리기는 마찬가지다. 지난해 50도를 넘나드는 폭염을 겪은 파키스탄의 말리크 아민 아슬람 총리실 기후변화특별보좌관은 “과학이 말하는 일이 실제 우리 눈앞에서 일어나고 있다”면서 “매일 머리를 망치로 맞는 것 같다”고 뉴욕타임스에 말했다.
세계 지도자들은 기후위기 대응을 한목소리로 촉구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번 보고서는 인류에 대한 ‘코드 레드’(심각한 위기에 대한 경고)”라고 말했다. 존 케리 미국 기후특사는 “우리 자신과 미래 세대를 위해 지금과 다른 길을 고르지 않으면 기후위기 충격이 계속 악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엔은 오는 11월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에서 196개국 정상과 함께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6)를 열고 대책을 논의한다. 이 회의에서 세계 각국은 2015년 파리기후협약의 성과와 한계를 짚고 대안을 모색한다. 파리협약은 지구 평균 기온 상승 폭을 1.5도 이하로 제한하는 공동 목표를 세우는 성과를 거뒀지만, 구속력이 없다는 한계도 있었다.
총회에서는 부국의 책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기후위기의 직격탄을 맞은 개발도상국 100개국은 부국에 기후위기 피해에 대한 보상금을 요구하고 있다. 부국들이 기후위기 지원금으로 2020년까지 매년 1000억달러를 개발도상국에 제공하겠다던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나마 부국들이 2018년에 지원했던 789억달러(91조원)의 75%도 보상금이 아닌 대출금이었다고 BBC가 전했다. 그런데도 주요 7개국(G7)은 지난 6월 정상회의에서 1000억달러를 매년 제공하겠다는 약속을 다시 꺼내 눈총을 샀다.
세계 각국이 파리협약을 넘어서는 획기적인 목표치에 합의할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세계 탄소 배출량 1~2위인 중국과 미국의 미온적인 태도는 새 합의 도출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번 총회에서 온실가스의 주범인 석탄화력발전을 중단해야 한다는 압박이 커질 것으로 보이지만, 중국과 미국이 반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환경운동가들은 IPCC 보고서를 토대로 기후변화 대책을 세우지 않는 정부와 기업들에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린피스 노르딕의 카이사 코넨 선임 정치고문은 “IPCC 보고서는 온실가스 배출과 기후변화 사이의 과학적 증거를 보여주는 것”이라면서 “정부와 기업이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그들을 법정에 세울 것”이라고 BBC에 말했다.
김윤나영 기자 nayo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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