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대선 주자들, 경선준비위 권한 싸고 티격태격

박순봉 기자 2021. 8. 10.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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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김재원, 경준위에 ‘월권’ 비판
원희룡 “이 대표 관심 끊어라”
이 대표, 휴가 중 김·원에 반격
후보 선출까지 대립 이어질 듯

최재형, 언론중재법 개정 반대 1인 시위 국민의힘 대선 주자인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10일 국회 앞에서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반대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대화 나누는 원희룡·장기표 국민의힘 대선 주자인 원희룡 제주지사(오른쪽)와 장기표 김해을 당협위원장이 10일 청와대 인근에서 열린 비상시국국민회의 창립대회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이 대선 경선을 앞두고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준석 대표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 간 신경전이 양측 지원세력 간 싸움으로 확전됐고, 다른 대선 주자도 참전했다. 갈등의 밑바닥에는 이준석 대 윤석열, ‘투스톤’의 힘싸움이 흐르고 있다.

국민의힘은 10일 대선 경선준비위원회(경준위) 권한을 두고 쪼개졌다. 윤 전 총장을 우회 지원하는 김재원 최고위원은 이날 경준위가 ‘월권’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MBC 라디오에서 이 대표가 언론에 공개한 대선 주자 간 ‘부동산 토론회’는 최고위원회의에서 다시 논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김 최고위원은 또 이 대표를 향해 “대선 후보들이 당에 들어오자마자 물어뜯었다”고 했다.

원희룡 제주지사도 이 대표에게 대선 경선에 “관심을 끊으라”고 했다. 원 지사는 경준위에서 대선 경선 프로그램으로 논의된 뮤직비디오 촬영과 당대표의 압박 면접 등을 거론하며 “경준위의 월권”이라고 비판했다. 대선 주자 간 경쟁보다 당대표와 ‘1위 주자’ 간 갈등이 주목받자, ‘윤석열 때리기’에서 ‘이준석 때리기’로 방향을 선회해 싸움에 끼어든 것으로도 해석된다.

휴가 중인 이 대표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김 최고위원에겐 “최고위원회의에서 의결될 때 아무 말 없다가 갑자기 모르는 이야기인 것처럼 이야기해도 안 된다”고, 원 지사에겐 “(직접) 후보 겸 심판 하시겠느냐”고 대응했다.

경준위는 이날 ‘이준석 안’을 반영해 경선 일정을 발표했다. 서병수 경준위원장은 “경선 룰 이외의 모든 일정과 내용에 관해 전권을 위임받았다”고 밝혔다. 경준위는 오는 18일과 25일 후보자 정책 토론회를 열고, 1~2차 컷오프 과정에 압박 면접과 토론회를 포함시키기로 했다. 본경선 때도 10회의 토론회를 한다. 오는 30~31일 후보 등록을 받는다. 8명을 추리는 1차 컷오프는 다음달 15일, 4명을 가려내는 2차 컷오프는 10월8일 발표한다.

당내 갈등이 복합적으로 표출됐지만, 근본 원인은 이 대표와 윤 전 총장의 힘싸움이다. 경준위에 이 대표 뜻이 반영되는 것으로 비치면서 갈등의 중심에 경준위가 서게 됐다. 경준위는 대선 주자들이 모두 모이는 봉사활동, 회의 등을 기획했다. 이 행사들은 이 대표가 주관했고 윤 전 총장은 모두 불참했다.

이 대표는 대선 후보가 공식 선출되는 11월9일까지 ‘이준석의 시간’ 동안 존재감을 키우려 한다. 윤 전 총장도 ‘후보의 시간’을 기다리며 물러서지 않고 있다. 이 대표는 각종 행사를 기획하며 ‘경선 흥행’을 외치고 있다. 역전의 그림이 될 수 있는 다양한 기회를 마련할 가능성이 크다. 반면 윤 전 총장 측은 ‘경선은 이미 끝났다’는 입장이어서 여러 주자가 모이는 행사들에 참여할 인센티브가 없다고 본다.

박순봉 기자 gabg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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