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가석방 후폭풍.."촛불 배신" "정의 파괴" 여 지지층 반발 심상찮다

박홍두 기자 2021. 8. 10.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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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부동산 대책 등과 맞물려 분열 우려
여당 지도부·대선 주자들 자성 목소리

여당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가석방 후폭풍’이 강하게 일고 있다. 문재인 정부를 향한 더불어민주당 지지자들의 “촛불혁명에 대한 배신”이라는 비판이 쏟아지면서다. 대선을 앞두고 지지층 분열 위기까지 높아지자 일부 지도부와 대선 주자들은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당 안팎에선 이 부회장 가석방 건과 부동산 대책, 한·미 연합훈련 시행 등에 대한 여권 행보가 지지층을 출렁이게 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날 이 부회장 가석방 결정이 나자 권리당원을 비롯한 지지자들은 반발했다. 이들은 10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문재인 정부에 뒤통수를 맞았다” “정의와 공정을 파괴했다”고 성토했다. 이는 재벌 범죄에 대한 ‘유전무죄, 무전유죄’식 비판이 아니라 이 부회장이 2017년 촛불집회의 원인이었던 ‘박근혜 전 대통령 국정농단 사건’의 공범이라는 점에서 터져나온 분노라는 해석이 나왔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기자와 통화하면서 “자신들이 세운 정부가 이 부회장을 가석방해줬다는 건 결국 국민의 뜻을 저버린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라며 “여권에서 제대로 이를 막아선 정치인들이 드물었던 점에도 실망스러워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실제 민주당은 법무부의 가석방 결정 이후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당 공식 입장은 이소영 대변인이 전날 가석방 발표 후 “정부가 고심 끝에 가석방을 결정한 만큼 삼성이 백신 확보와 반도체 문제 해결 등에 더욱 적극적인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고 밝힌 것이 전부였다.

분위기가 심각해지자 잠잠했던 지도부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왔다. 이동학 최고위원은 이날 SNS에서 “이 부회장이 없는 삼성이 사상 최고 실적을 내고 있다는 현실을 덮고 코로나19와 경제성장의 논리로 이 부회장이 가석방됐다”며 “이 부회장의 남은 재판에서도 정의와 공정을 확인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밝혔다. 이 최고위원은 “우리는 왜 그토록 집권하려 했을까”라며 “권력은 시장으로 넘어갔다는 한탄이 또렷해지는 중”이라고 토로했다.

대선 주자들 중에선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김두관·박용진 의원이 논평을 내고 “재벌 총수에게 특혜를 준 것”이라고 유감을 표했다. 여권 1위 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를 비롯해 이낙연 전 대표,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국민 여론에 부합하도록 반성, 쇄신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며 신중한 반응만 내놨다. 정부에 각을 세우는 쪽은 되도록 피하려는 의도가 엿보였다.

당내에서는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지지층의 분열과 이반에 대한 걱정이 커지고 있다. 부동산 정책 실패, 백신 수급 논란, 한·미 연합훈련 시행 찬반 등을 놓고 비판 여론이 비등하면서다. 당 고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상당히 격앙된 비판을 하는 지지자들이 많다. 걱정스럽다”고 했다. 한 중진 의원은 “결국 여권 스스로도 ‘딜레마’인 사안에서 지지자들의 평가도 엇갈리고 있는 것”이라며 “삐끗하는 행보를 더 보인다면 민심이 돌아설 수 있다는 위기감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정권심판론까지 연결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한 초선 의원은 “대선에서 (지지자들이) ‘국정농단 세력’이었던 당을 선택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홍두 기자 ph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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