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태평양 섬나라.. 물에 잠기고, 태풍 맞고, 염분에도 말라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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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온난화로 해수면 상승 위기에 처한 태평양 섬나라들이 '시한부 선고'를 받았다.
21세기 말이면 투발루나 바누아투, 키리바시, 마셜제도처럼 해발고도 1~3m인 야트막한 섬나라들은 바닷물에 잠겨 지도에서도 영영 사라진다는 의미다.
영국 시사주간 이코노미스트는 이날 "태평양 섬나라들이 물에 잠기지 않는다 할지라도 머잖아 사람이 살 수 없게 된다는 건 자명한 사실"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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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이변 최전선' 태평양 섬나라, 수몰 현실화
바닷물 범람·잦은 폭풍우·식량난에 생존 위기
온실가스 80% 배출 부국 책임론 "지원 나서야"
지구온난화로 해수면 상승 위기에 처한 태평양 섬나라들이 ‘시한부 선고’를 받았다. 남은 시간은 길어야 80년 남짓. 9일(현지시간) 유엔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가 발표한 6차 보고서는 지구촌이 똘똘 뭉쳐 ‘2050년 탄소중립’을 이룬다 해도, 2081~2100년 지구 평균 기온은 1~1.8도, 해수면은 최대 55㎝ 상승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온실가스를 더 배출할 경우는 따져볼 것도 없다. 21세기 말이면 투발루나 바누아투, 키리바시, 마셜제도처럼 해발고도 1~3m인 야트막한 섬나라들은 바닷물에 잠겨 지도에서도 영영 사라진다는 의미다.
실제 그곳들은 이미 극심한 기상이변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수몰만 걱정해도 될 상태가 아니라는 위기감이 가득하다. 설상가상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기후변화 대응마저 힘들게 만들고 있다. 영국 시사주간 이코노미스트는 이날 “태평양 섬나라들이 물에 잠기지 않는다 할지라도 머잖아 사람이 살 수 없게 된다는 건 자명한 사실”이라고 진단했다.
해수면 상승은 섬을 집어삼키기 전에 먼저 황폐화시킨다. 바닷물 범람으로 저지대가 침수되고, 지하수엔 염분이 스며들어 사람이 마실 수 없게 된다. 바나나와 파파야 등 농작물을 수확하는 것도 불가능해진다. 식수난과 식량난이 초래된다는 얘기다. 게다가 기상이변 탓에 바닷물 범람은 더 잦아지고 있다. 해수 담수화 시설도 역부족이다. 마이클 월시 키리바시 전 경제고문은 “섬이 가라앉기 전에 사람과 농작물이 갈증으로 죽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나날이 맹위를 더해가는 폭풍과 홍수 등은 또 다른 재앙이다. 사틴드라 프라사드 주유엔 피지 대사는 “과거 50~100년에 한 번꼴이었던 기록적 폭풍우가 이젠 10년 주기로 태평양 섬나라를 휩쓴다”며 “극한 날씨를 더 자주 겪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예컨대 바누아투는 지난해 4월 사이클론 ‘해럴드’로 주택 2만1,000여 채가 파괴됐고, 31만 인구의 절반 이상이 피해를 봤다. 2015년엔 초강력 사이클론 ‘팸’ 때문에 건물 80~90%가 무너졌다. “국민 대다수가 노숙자로 전락하고, 지역 사회 하나가 통째로 붕괴됐다”는 평가까지 나왔던, ‘사상 최악의 자연재해’였다.
한마디로 태평양 섬나라들은 목이 말라서든, 태풍에 휩쓸려서든, 언젠가 바다에 가라앉든, 머지않은 미래에 닥칠 ‘종말’의 순간을 기다려야 하는 처지다. 섬 수명 연장을 위해 키리바시는 해안 준설 공사 계획을 세우고, 투발루도 간척 사업에 착수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코로나19로 관광수익이 줄고 경제난이 심화하며 진척이 더디다.
‘장기적 대안은 이주’뿐이라는 냉혹한 진단도 나온다. 실제 섬 주민들의 이탈도 늘고 있다. 과거 미국이 신탁통치를 했던 마셜제도에선 최근 20년간 주민 3분의 1 이상이 미국으로 떠났다. 섬 2개를 잃은 키리바시는 2014년 피지에 땅 24㎢를 매입했다. 섬 주민들이 완전히 떠나면 향후 국가 지위를 어떻게 유지할지에 대한 본격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부국들의 책임을 묻는 목소리도 커진다. 주요 20개국(G20)이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 80%를 차지하는데, 고작 0.23%의 책임만 있는 태평양 지역이 가장 먼저, 가장 혹독한 피해를 겪는 건 ‘기후불평등’이라는 비판이다. 기후행동단체 ‘350.org’ 태평양지부 책임자 조지프 시쿨루는 “태평양 지역은 기후변화 강조를 위한 ‘탄광 속 카나리아’ 같은 존재로 이용됐다. 이젠 기후위기 최전선 지역을 중심에 두고 대응책을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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