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은폐 도운 여성운동가·참모 사임에도 버티는 쿠오모

박지영 2021. 8. 1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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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드루 쿠오모 미국 뉴욕주지사 성추행 사건의 파장이 전방위로 옮겨가고 있다.

유명 여성 인권운동가가 성추행 은폐에 동조하는 위선으로 거센 비판에 직면해 사임했고, 최측근 보좌관 역시 정치적 생명이 끝났다고 판단해 자리에서 물러났다.

전날엔 성추행 의혹 방어를 주도했던 쿠오모의 수석보좌관 멜리사 드로사도 사퇴했다.

대응을 도왔던 인권운동가는 물론 최측근 보좌관도 자신의 곁을 떠났지만, 쿠오모가 스스로 주지사 자리에서 물러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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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 운동 주도' 캐플린 거센 비판에 추락
수석보좌관도 "정치적 생명 끝났다" 판단
버티기 돌입한 쿠오모.. 하원은 탄핵 속도 내
성추문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가 5월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욕=AP 연합뉴스

앤드루 쿠오모 미국 뉴욕주지사 성추행 사건의 파장이 전방위로 옮겨가고 있다. 유명 여성 인권운동가가 성추행 은폐에 동조하는 위선으로 거센 비판에 직면해 사임했고, 최측근 보좌관 역시 정치적 생명이 끝났다고 판단해 자리에서 물러났다. 하지만 쿠오모 본인만은 사실이 아니라며 끝까지 부인하고 있다. 이에 자진 사퇴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한 뉴욕주 의회 하원은 탄핵 조사 개시를 서두르고 있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9일(현지시간) 여성인권단체 타임스업의 이사회 의장 로버타 캐플린이 쿠오모의 성추문 대응을 도왔다는 이유로 사임했다고 전했다. 지난 2월 쿠오모의 전 보좌관이었던 린지 보일런이 처음으로 성추행 사실을 폭로하자, 쿠오모 측은 보일런의 폭로 동기와 주장의 신빙성을 문제 삼는 성명 초안을 작성했다. 성명이 공개되진 않았지만, 캐플린은 이를 검토·수정해준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 사회는 발칵 뒤집혔다. 캐플린이 2017년 시작된 미투운동을 지원하고, 같은 해 여성인권단체인 타임스업 결성을 주도하는 등 미국 여성운동의 리더 격인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2019년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명예훼손으로 피소된 칼럼니스트 진 캐럴의 변호를 맡기도 했다.

당장 성범죄 피해자들부터 타임스업이 자신을 배신했다며 9일 공개서한을 보냈다. 이들은 “타임스업이 모든 생존자들에게 실패를 안겨주고 있다”며 이사회 구성원 전체에 대한 제3자의 조사를 요구했다. 이사회는 “캐플린의 사임은 올바르고 적절한 일이었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로버타 캐플린 타임스업 이사회 의장. AP 연합뉴스 자료사진

비판에 직면한 건 캐플린뿐만이 아니다. 미국 최대 성소수자 권리 단체인 휴먼라이츠캠페인(HRC) 대표 알폰소 데이비드도 거센 사퇴 요구를 받고 있다. 데이비드 역시 문제가 된 쿠오모의 성명을 검토해줬다는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검찰 보고서에까지 해당 내용이 등장했지만, 데이비드는 “쿠오모의 성 비위 사건을 전혀 알지 못했다”며 반박했다.

전날엔 성추행 의혹 방어를 주도했던 쿠오모의 수석보좌관 멜리사 드로사도 사퇴했다. 드로사의 한 측근은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에 “드로사가 쿠오모의 정치생명이 사실상 끝났다고 판단했다”며 사퇴 이유를 알렸다. 신문은 아직 쿠오모 곁을 지키는 참모들이 “원자폭탄 같다”며 드로사 사임에 큰 충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대응을 도왔던 인권운동가는 물론 최측근 보좌관도 자신의 곁을 떠났지만, 쿠오모가 스스로 주지사 자리에서 물러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한 측근은 “그는 조사 결과를 부인하고 있다”며 “지금은 쿠오모와 이야기하는 것조차 시간 낭비일 것”이라며 사퇴 의사가 전혀 없다고 WP에 말했다.

이에 하원의 탄핵 조사 움직임도 점점 가시화되고 있다. 일단 13일과 23일 비공개회의를 열 예정이다. 공화당 소속인 키스 브라운 뉴욕주 하원의원은 “민주당과 공화당 사이 분열은 없다”며 “가능한 빨리 탄핵 절차를 진행하는 데 동의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주 AP통신의 조사에 따르면 뉴욕주 하원의원 150명 중 86명이 탄핵에 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탄핵이 이뤄지면 쿠오모는 즉시 지사직을 상실하며, 상원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있다면 앞으로 뉴욕주에서 어떤 공직도 맡을 수 없게 된다.

박지영 기자 jy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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