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조작보도에 최대 5배 배상' 언론중재법 심의..여야 격돌

탁지영·유설희 기자 2021. 8. 10.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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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10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여야가 10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허위·조작보도를 한 언론사에게 손해액의 최대 5배의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을 지우는 내용 등을 담은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에 관한 법률’(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놓고 공방을 벌였으나 끝내 접점을 찾지 못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27일 문체위 법안소위에서 법안을 강행 처리했다. 국민의힘은 강행 처리가 상임위 운영 절차에 맞지 않고 고의·중과실 추정, 징벌적 손해배상 조항 등 법안 내용에도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8월 임시국회에서 언론중재법을 반드시 처리하겠다는 입장인 반면 국민의힘은 쟁점이 많아 이달 처리할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언론중재법이 8월 국회의 뇌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문체위 간사인 이달곤 의원은 이날 전체회의에서 “(지난 법안소위에서) 여당 안에서도 합의되지 않았고 대안이라고 할 만한 문서가 존재하지 않았다”며 “합리적·합법적·통상적으로 국회의 운영 원리에 맞게 됐다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도 “야당의 주장이 어느 정도 받아들여진 것인지, 정부안도 어느 정도 반영된 것인지 애매한 상태에서 대안이 마련된 것으로 간주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같은 지적에 민주당 문체위 간사인 박정 의원은 “소위 진행 과정이 다소 매끄럽게 진행되지 못한 점, 야당이 불필요한 오해와 불편을 드린 점에 대해 유감을 표시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박 의원은 “소위에서 민주당 대안을 가지고 7시간에 걸쳐 하나하나 축조심사를 했지만 범위가 좁혀지지 않았다”며 “이견이 있을 때 표결하는 건 당연하지 않나. 계속 반대한다고 해서 이 법이 통과되지 않는다는 것은 민주적이라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김승원 민주당 의원도 “지난 법안소위에서 소위원장이 조문을 정독하고 양 당사자의 의견도 들으며 3회독을 했다”고 말했다. 전용기 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6월9일 정청래 의원이 처음으로 발의한 후 1년간 야당이 발의한 법안은 하나도 없었다”며 “야당에서도 상임위에서 논의할 수 있게끔 대안을 가져왔어야 하지 않나. 그래야 더 발전된 논의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고의·중과실 입증 책임 조항에 대해서 격론이 오갔다. 개정안에는 언론 보도 등이 ‘취재 과정에서 법률을 위반하여 보도한 경우’ ‘제목과 기사 내용을 다르게 할 경우’ ‘사진·삽화·영상 등 시각자료로 기사 내용을 왜곡하는 경우’ 등에 해당할 경우 언론사에 고의·중과실이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민법상 입증 책임을 원고가 지도록 하는데 해당 조항은 피고인 언론사가 고위·중과실이 없다고 입증하도록 떠넘겼다고 주장했다. 이달곤 국민의힘 의원은 “이 조항은 빼야 한다”고 말했다.

범여권 의원들은 이 조항 역시 원고가 입증 책임을 지도록 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은 “민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피해자 원고가 입증 책임을 지는 건 변하지 않는다”라며 “다만 어느 정도 원고가 입증을 하면 과실과 착오가 있었음을 추정하도록 판사에게 판단할 근거를 마련해주고, 판사가 다시 한 번 피고인 언론사에 묻는다면 반증이 나오지 않겠나. 입증과 반증이 오고 가는 가운데 최종적으로 재판관이 결론을 짓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승원 민주당 의원도 “법문만 읽어봐도 원고가 입증을 해야 한다는 걸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징벌적 손해배상과 언론사 매출액 기준으로 손해배상액을 산정하는 조항에서도 간극을 좁히지 못했다. 개정안은 고의·중과실로 허위·조작보도를 한 언론사에게 손해액의 최대 5배의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을 물게 했다. 또 언론의 위법행위로 피해를 입었을 때 손해배상액은 보도에 이르게 된 경위, 보도로 인한 피해 정도뿐 아니라 언론사 전년도 매출액의 1만분의 1에서 1000분의 1을 곱해 산정하도록 했다.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은 “언론중재위원회도 손해배상액 산정액을 높이고 있다. 정말로 가짜뉴스를 없애려면 다른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달곤 국민의힘 의원은 “1만분의 1, 1000분의 1이라는 숫자가 어디서 나왔냐”라고 따져물었다.

김의겸 의원은 “징벌적 손해배상으로 가기까지 세 가지 잠금장치가 있다”며 “의도성이 있는 허위 조작 보도여야 하고, 명백한 고의와 중대한 과실이 있어야 하고, 고위공직자의 경우 악의가 있음까지 입증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정 민주당 의원은 “영향력 있는 언론 매체가 허위 조작 보도를 했을 때 더 많은 피해가 갈 수 있기 때문에 비례성의 원칙을 따져야 한다고 해서 정한 것”이라고 답했다.

민주당은 언론중재법을 8월 임시국회에서 반드시 처리할 ‘주력 법안’으로 삼고 있다. ‘선거를 앞둔 정치적 언론개혁 아니냐’는 국민의힘 지적에 박정 의원은 “이 법은 4·7 재보궐 선거가 있기 전부터 말씀드렸다. 재보궐 이후 전당대회 등 일정으로 미뤄진 것”이라며 “대선 전에 이걸 꼭 하려 한다는 국민의힘 주장은 잘 납득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9월 정기국회로 가야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달곤 국민의힘 의원은 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에게 “국민의힘 대안은 9월 정기국회에 가야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탁지영·유설희 기자 g0g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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