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타 변이 기승인데 화이자·모더나 백신 접종간격 6주로 늘려도 될까
정부가 제약사 모더나가 개발한 메신저리보핵산(mRNA)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 백신 수급 불안을 이유로 모더나 백신과 함께 제약사 화이자와 바이오엔테크가 개발한 mRNA 백신의 접종 간격을 3~4주에서 6주로 한시적으로 미루기로 했다. mRNA 백신의 접종 간격을 임상에서 정한 3~4주보다 늘리면 항체가 더 많이 생성된다는 연구는 있지만 아직 동료 과학자들의 검증을 받은 것은 아니다. 오히려 백신을 2회 접종해야 효과가 높아지는 델타 변이바이러스의 등장으로 백신 접종 간격을 줄이는 국가도 나오고 있다.
정부는 접종 간격을 6주로 늘리는 것은 다른 국가에서도 시행하고 있는 조치라고 밝혔다. 10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독일은 접종간격을 화이자 3~6주와 모더나 4~6주로, 영국은 화이자·모더나 모두 8주, 캐나다는 화이자·모더나 최대 16주로 접종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고위험군 접종률이 낮고 백신 수급 상황이 어려운 경우 화이자·모더나를 최대 12주 간격으로 접종할 수 있도록 했지만 '예외'라는 단서를 달고 있다.
● "접종간격 늘리면 항체 더 많이 생성"...아직 동료 평가 거치지 않은 연구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의 접종 간격을 늘렸을 경우 예방 효과와 관련해 동료평가를 거친 명확한 연구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10일 영국 BBC와 가디언에 따르면 수전 던시 옥스퍼드대 교수팀은 “화이자 백신의 1차 접종과 2차 접종 사이 간격이 길어지면 면역 체계가 항체를 더 많이 생성하게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팀의 연구결과는 지난달 23일 국제학술지 셀의 사전논문공개 사이트에 발표돼 아직 동료평가를 거치지 않았다.
연구팀은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 직원 503명을 둘로 나눠 3주 간격과 10주 간격으로 화이자 백신을 맞게 한 후 항체와 면역세포 반응을 살폈다. 그 결과 둘 모두 강한 면역 반응을 보였지만 10주 간격일 때 세포 감염을 막는 중화항체 생성량이 더 많았다. 접종 간격이 길어지면 면역세포인 T세포는 줄었으나 면역 기억을 지원하는 도움 T세포의 비율은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몸이 코로나19에 대한 면역을 기억해 더욱 오래 면역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서 버밍엄대 연구팀도 5월 화이자 백신 2차 접종을 받은 80세 이상 환자를 대상으로 코로나19 항체 농도를 조사한 결과 12주 간격으로 접종받은 이들의 항체 반응이 3주 간격으로 접종한 이들에 비해 3.5배 높다는 것을 확인한 연구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3주 간격으로 접종한 99명과 12주 간격으로 접종한 73명을 비교한 연구다. 이 연구도 동료 심사를 받고 있다.
● 델타 변이가 관건...세계 각국은 접종 간격 줄여
문제는 이같은 연구가 백신 회피 능력을 보이는 델타 변이바이러스가 유행하기 전에 이뤄진 연구라는 점이다. 그동안 1차 접종만으로도 바이러스에 강한 효과가 있다는 것을 토대로 접종 간격을 늘려왔다. 그러나 화이자 백신은 1회 접종시 델타 변이바이러스에 35.6% 효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나는 등 변이바이러스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2회 접종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때문에 접종간격을 길게 설정했던 국가들은 오히려 접종 간격을 줄이고 있는 상황이다. 영국도 임상을 통해 접종 간격이 길수록 좋다는 연구결과를 얻었지만 정작 지난달 접종 간격을 12주에서 8주로 줄였다. 던시 교수는 “사람들은 2회 접종을 받기를 원하고 델타 변이가 많기 때문에 8주가 최적의 시간으로 보인다”며 “가능한 한 최상의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균형을 이루는 시간”이라고 말했다. 이어 “8주로 정한 결정은 백신 공급과 방역 조치 완화 등 다른 요인과 균형을 맞추는 것”이라고 말했다.
나딤 자하위 영국 백신담당 정무장관도 “우리는 델타 변이에서 더 많은 사람을 보호하기 위해 접종 간격을 12주에서 8주로 단축하라는 백신 및 예방접종에 관한 합동 위원회(JCVI)의 조언을 따랐다”며 “최신 연구들은 이 간격이 강력한 면역반응을 보이고 우리 결정을 뒷받침한다는 걸 보여준다”고 말했다.
주별로 접종간격을 정하는 캐나다도 접종 간격을 줄이고 있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는 9일 7주였던 mRNA 백신 접종간격을 4주로 줄였다. 퀘백주도 8주에서 4~8주로 백신 접종 예약을 가능토록 했다.
[조승한 기자 shinj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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