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돋보기] 韓 데이터 활용 최고라도.."법률체계 미흡, 중복규제 우려"
[아이뉴스24 박진영 기자] "우리 사회·경제 모든 분야에서 데이터가 생산·이용되고 있지만, 데이터의 보호와 활용에 관한 법률체계는 충분히 정비되지 못한 실정이다"
데이터는 산업화 시대의 원유(原油)에 비유될 정도로 가치와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 때문에 지난해 '데이터3법' 개정을 통해 기업들의 가명정보 활성화와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법률체계를 정비했다.
다만, 개인정보에 포함되지 않는 데이터는 여전히 각 분야별로 개별 법률의 적용을 받고 있어 데이터 활용과 보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처장 김만흠)는 10일 '인공지능 시대의 데이터 자산 보호와 활용 세미나를 개최했다.
현재, 각 산업별로 데이터 보호와 활용과 관련해 논의되는 법안으로 크게 ▲저작권법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부정경쟁방지법) ▲중소기업 스마트제조 혁신 지원에 관한 법률 ▲산업의 디지털 전환 및 지능화 촉진에 관한 법률 등이 있다.
이들 법안은 산업 개별적으로 적용돼 중복보호·중복규제의 문제를 갖고 있으며, 법률체계의 불확실성이 크다는 지적을 받았다.
'저작권법' 개정안에는 대량의 정보를 분석해 추가적인 정보나 가치를 생성하기 위한 것으로 저작물에 표현된 사상이나 감정을 향유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저작권 침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예외사항을 명시적으로 규정했다. 즉, 로봇이 데이터를 활용·분석하는 경우에는 저작권 침해에 해당하지 않아 기업들의 데이터 활용을 촉진할 수 있다.
반면, '부정경쟁방지법' 개정안에서는 상당량 축적·관리되고 있는 데이터를 기술적·영업적으로 무단 이용할 경우 부정경쟁 행위에 해당된다고 규정했다. 데이터가 저작물인지 여부와 상관 없이 데이터를 무단이용할 경우 부정경쟁 행위에 해당된다는 의미로, 이를 통해 데이터를 보호하겠다는 취지다.
또 최근 데이터 전반의 법률체계 정립을 위해 '데이터 기본법안', '데이터재산권의 보호 등에 관한 법률안' 등이 발의됐지만 후속 논의가 더딘상황이다.
이날 세미나 주제발표를 맡은 정상조 교수(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는 "동일한 데이터를 5개 부처가 각기 다른 5개 법안을 낸 상황"이라면서, "중복보호는 데이터 활용을 어렵게 하고, 자칫 중복규제로 비춰질 수 있는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업들이 데이터를 활용해 인공지능 기술을 고도화하려면, 법률안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현재 발의된 법안들은 시장과 기술 혁신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면서, "각 부처들이 합의를 통해 법안의 내용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데이터 기본법과 같이 데이터 전반을 아우를 수 있는 법안의 필요성도 제시됐다.
정준화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데이터는 자원, 재산, 자산이라고들 표현하지만, 이 중 어느 하나로 특정짓기 어려운 한계가 있다. 데이터는 별다른 수식어 없이 그 자체로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현재 데이터 보호와 활용은 영역별 입법 방식을 취하고 있는 상황이다. 데이터는 영역별 결합의 가치가 큰 분야인 만큼 산업을 넘나들 수 있도록 데이터 전반을 아우르는 공통적인 규범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한편, 데이터를 자산으로 규정하거나 법적으로 규율하려는 시도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그보다는 기업들이 데이터를 잘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적 논의가 우선되어야 한다는 의견이다.
권세화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정책실장은 "'데이터 자산'의 개념을 법·제도적으로 명문화하는 것은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면서, "데이터는 비경합성, 비배제성, 복제가능성, 다양성, 관계성, 중복성 등으로 인해 개인과 데이터 사이의 물권적 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것이 일반적인 이론"이라고 밝혔다.
이어 "빅데이터·AI 등 신기술 분야의 안전한 활용을 위해서는 섣부른 사전 규제 보다는 기술·서비스 발전을 촉진시키고, 민간차원의 자율규제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효과적이다"라면서, "과도한 규제보다는 자율적 테두리 안에서 데이터 보호와 활용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박진영 기자(sunlight@inews24.com)▶네이버 채널에서 '아이뉴스24'를 구독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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