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는 왜 고강도 사교육 금지를 내놓았나

박은하 기자 2021. 8. 10.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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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지난 3월 중국전국인민대표대회 당시 리커창 중국 총리. 리 총리는 전인대에서 “교육이 최고의 공평”이라고 말했다. 베이징|신화연합뉴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학교가 문을 닫으면서 교육격차가 커지는 현상은 전 세계적 고민거리이다. 중국은 이에 의무교육 단계 학생들의 입시 사교육을 전면 금지시키는 강경책으로 대응하고 있다. 교육 불평등 문제가 중국의 앞날과 시진핑(習近平) 공산당 총서기 겸 국가주석의 집권 기반을 흔들만한 위험 요소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 배경이다. 중국 당국이 교육 불평등을 해소하는 대신 교육 내용과 관련해서는 더욱 통제의 고삐를 죄려고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 온라인 관영매체 펑파이는 9일 각지 지방정부의 불법과외 단속 소식을 전했다. 허베이성의 주택과에서 여름방학 기간 돈을 받고 특별과외를 하던 교사 4명이 적발됐으며, 안후이성에서는 별장에 마련된 과외공부방을 시 당국이 급습했다. 지난달 중국 국무원이 발표한 쌍감(雙減) 조치에 대한 후속 조치이다. 쌍감 조치는 유소년들의 숙제와 사교육 부담을 줄이겠다는 조치이다. 따르면 초·중학생을 대상으로 한 예체능을 제외한 방과 후 교습은 금지된다. 사교육 기관 신규 개업은 불가능하며, 기존 사교육 기관은 비영리 기구로 재등록해야 하며, 온·오프라인 교육업체에 해외자본의 IPO(기업공개), 인수합병 및 가맹점 방식으로 투자도 금지된다.

중국 당국의 ‘고강도’ 조치에 사교육 기업과 투자자들은 맥을 못추고 있다. 기업들은 이 같은 조치에 대비해 지난 5월 뉴욕 등 미국 증시에 상장했으나, 쌍감 조치가 발표되자 탈(TAL) 에듀케이션, 뉴오리엔탈 에듀앤테크, 가오투 테크에듀 등 뉴욕에 상장한 교육기업 3곳의 주가가 하루 만에 70% 곤두박질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당국의 조치가 내부에서 강력한 반발에 직면했다고 전했다. 자녀교육을 위해 비싼 부동산 가격을 감당하고 베이징 명문 학군으로 이사 온 학부모들의 원성이 크고, 고위층의 비밀과외만 성행할 것이라는 불신이 높다는 것이다. 하지만 경향신문 취재결과 “당에서 하는 일인데 방법이 없다”, “불평등을 두고만 볼 수는 없다”는 반응도 상당했다. 사교육 업체에서는 교사 해고가 진행 중이다.

중국의 사교육 시장 규모는 1000억달러(115조원)로 평가받는다. 코로나19로 인한 온라인 교육의 확산은 가뜩이나 높았던 중국의 교육열과 결합해 사교육 시장을 팽창시켰다. 중국과학원 빅데이터 연구소에 따르면 초중고등학생의 온라인 사교육 규모는 2013년 85억위안(1조5000억원) 수준에서 지난해 884억위안(15조7000억원)으로 10배 넘게 뛰었다. 구매 연령은 30대 부모(55%)가 가장 많았고, 도시에 거주하는 연수입 20만(3500만원)~50만위안(8800만원)이 주된 고객인 것으로 드러났다. 로이터통신은 사교육 부담이 저출산 현상의 원인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중국의 합계출산율은 2018년 기준 1.69명이다.

미국 외교·안보 전문 매체 더 디플로맷은 중국의 사교육 금지 조치를 젊은층에서 ‘탕핑’과 ‘네이쥐안’이란 말이 유행하는 것에 대한 당국의 해결책으로 분석하기도 했다. 각각 ‘평평하게 드러누워서 아무것도 안 하겠다’, ‘성과없는 무의미한 경쟁’을 의미한다. 불평등에 대한 냉소를 담은 것으로 해석된다.

쌍감 조치는 중국의 ‘내부’를 단속하기 위한 조치이지만 ‘외부’와도 연결돼 있다. 세계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 등도 중국 사교육 업체에 투자한다. 이들 사교육 업계의 힘이 공교육을 압도한다는 위기감 등이다. 중국 국무원은 사교육 금지 정책과 함께 공교육 내실화 방안을 내놓았는데 홍콩, 신장, 티벳 등에 공통 교육과정을 도입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인천대 중국학술원 부원장 조형진 교수는 “중국 내 서민계층에서는 나름 지지를 받을 수 있는 판단에서 추진하는 정책으로 보인다”며 “국가 전반의 통일성을 강화하는 교육정책을 추진하는 가운데 쌍감 정책도 나왔다”고 말했다. 하남석 서울시립대 교수는 “대학입시 등의 불평등 해결 조치까지 내놓지는 않았다”며 “당이나 국가를 우회한 민간이 힘을 갖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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