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아기 건질 때가 가장 슬퍼" 직장까지 버린 인니 강 지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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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2년 전 안정적인 직장을 버렸다.
그가 굳이 강 지킴이로 나선 것은 유년의 기억 때문이다.
"어렸을 때 물이 깨끗한 중부자바주(州) 푸르워르조에 살았어요. 종종 강에서 놀고 목욕도 했지만 이제 강이 너무 더러워져서 할 수 없죠. 그 아름다운 기억을 남겨준 강에게 보답하고 싶었어요." 그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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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퇴사하고 매일 강 청소
"아름다운 유년 선사한 강에 보답"
"이대로면 끔찍한 재난 닥칠 것"
그는 2년 전 안정적인 직장을 버렸다. 대신 매일 강으로 출근한다. 이른 아침부터 늦은 저녁까지 지류를 따라 걷지만 산책이 아니다. 강 속으로 들어가 쓰레기를 치운다. 강변 주민들에겐 강 보호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강을 깨끗하게 유지하는 방법을 가르친다. 뜻을 함께하는 주민들과 대대적인 강 청소도 한다. "자연에 조금이나마 보답하고 싶다"는 것이다. 안타라통신이 수도 자카르타를 관통하는 칠리웅(Ciliwung)강 지킴이 수파르노 주마르(49)씨 사연을 전했다.
수파르노씨는 2019년 6월 직장을 그만뒀다. 직접 조사한 칠리웅강 관련 자료가 완성되자 미련 없이 사표를 던진 것이다. 부모와 아내는 "잘 살고 있는데 왜 쓸데없는 일을 하느냐"라고 말렸고, 자녀들은 "생활의 질이 떨어질 것"이라고 걱정했다. 주변에선 "미친 놈"이라고 욕했다. 가족과 지인들은 그를 응원하는 대신 포기했다.
그가 굳이 강 지킴이로 나선 것은 유년의 기억 때문이다. "어렸을 때 물이 깨끗한 중부자바주(州) 푸르워르조에 살았어요. 종종 강에서 놀고 목욕도 했지만 이제 강이 너무 더러워져서 할 수 없죠. 그 아름다운 기억을 남겨준 강에게 보답하고 싶었어요." 그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덧붙였다. "강이 손상되면 홍수는 당연한 결과죠. 강이 죽으면 농작물도 자랄 수 없어요. 주거 안전과 식량 안보가 위협받죠. 이대로 두면 얼마나 끔찍한 재난이 닥칠지 사람들은 잘 몰라요."
그의 바람은 강이 본래 기능을 회복하는 것이다. 칠리웅강 생태복원 태스크포스(TF)라는 직함과 강 지킴이라는 별칭이 그는 자랑스럽다. 강을 청소하고 주변 주민들에게 쓰레기 투척 금지 등 환경의 중요성을 알리는 평범한 일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하고 싶어하지 않기 때문에 그는 더 열심이다. 그가 보살피는 칠리웅강은 수도 자카르타 남쪽 보고르에서 발원해 자카르타를 관통한 뒤 북쪽 바다로 빠져나간다. 자카르타 홍수의 주원인으로 지목되며 총 길이는 120㎞에 달한다.
일은 갈수록 힘들어진다. 쓰레기 양이 너무 많아서 매일 치워도 끝이 없기 때문이다.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과 스티로폼, 천, 아기 기저귀 등에 더해 최근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일회용 마스크가 강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
가장 슬프고 두려운 일은 따로 있다. 강물에 버려진 신생아 시신을 건질 때다. 그는 "강에서 죽은 아기 몇 명을 발견했는데 인간이 동물보다 끔찍한 존재라는 사실에 치를 떨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동물은 쓰레기도, 자기 새끼도 강에 버리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인도네시아 환경산림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인도네시아 전체 강의 절반 이상(59%)이 심하게 오염됐다. 전체의 79.5%가 심하게 오염됐던 2015년과 비교하면 그나마 나아졌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수파르노씨는 현재 시와 지방정부의 연사로 초청돼 여러 환경 프로젝트를 주도하고 있다. 그의 활약은 작지만 위대하다.
자카르타= 고찬유 특파원 jutda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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