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세력 확장 가속화, 6개 주 점령.. "수도 카불도 위태롭다"

김진욱 2021. 8. 10.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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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이 이달 말 아프가니스탄에서 완전히 철군하는 가운데, 무장조직 탈레반이 점령지역을 점점 더 넓혀가고 있다.

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 외신은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탈레반이 이날 오후 아프간 북부 사망간주의 주도(州都) 아이바크를 점령했다고 전했다.

아프간의 한 고위 관료는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에 "탈레반에 반대하는 모든 정치 세력이 공통의 전쟁 계획 아래에 단합하지 않는다면 카불은 수주 내로 함락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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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 9일 아이바크 점령.. 나흘 새 주도 6곳 휩쓸어
아이바크, 수도 카불과 300km 거리.. "수주 내 함락" 
아동 피해 줄 이어.. "3일간  27명 사망·136명 부상"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탈레반 소속 군인들이 9일 아프가니스탄 북부 쿤두즈에서 검문을 하고 있다. 쿤두즈=AP 연합뉴스

미군이 이달 말 아프가니스탄에서 완전히 철군하는 가운데, 무장조직 탈레반이 점령지역을 점점 더 넓혀가고 있다. 수도 카불도 더는 안전하지 않아 풍전등화의 상황에 놓였다는 진단이 나온다. 하지만 미국은 아프간 정부군의 역할만을 강조할 뿐 철군에 따른 후폭풍을 방기하는 모습이다. 지난 1975년 미군의 베트남 최종 철수 이후 벌어졌던 혼란이 아프간에서 재연될 것이라는 우려가 끊이지 않는다.

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 외신은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탈레반이 이날 오후 아프간 북부 사망간주의 주도(州都) 아이바크를 점령했다고 전했다. 세파툴라 사망가니 사망간주 부주지사는 AFP통신에 “아이바크는 완전히 탈레반 통제로 넘어갔다”며 주정부가 민간인 보호를 위해 군 병력을 철수시키자, 탈레반이 도시에 무혈입성했다고 밝혔다.

탈레반은 미군 철수를 앞두고 최근 세력이 급성장 중이다. 6일 남서주 님로즈주 주도 자란지를 점령한 데 이어 7일엔 자우주잔주 주도 셰베르간을, 8일에는 쿤두즈주 주도 쿤두즈와 사르에풀주 주도 사르에풀, 타크하루주 주도 탈로칸을 잇따라 손에 넣었다. 이날 아이바크 점령까지 포함하면 4일 새 아프간 34개 주 가운데 6개 주의 주도를 점령한 것이다.

아프간 정부군에 있어 아이바크 상실은 뼈아픈 결과다. 아이바크는 수도 카불과 북부 지역을 잇는 고속도로가 지나는 교통의 요충지다. 특히 탈레반이 북부 지역을 중심으로 세를 불리고 있다는 점에서, 북부 최대 도시 중 한곳인 발크주 주도 마자르이샤리프도 큰 위협에 처했다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는 지적했다. 게다가 아이바크는 카불과도 고속도로로 300㎞도 떨어져 있지 않은 곳이다. 아프간의 한 고위 관료는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에 “탈레반에 반대하는 모든 정치 세력이 공통의 전쟁 계획 아래에 단합하지 않는다면 카불은 수주 내로 함락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고래 싸움 속 고달픔은 민간인, 특히 어린이의 몫이다. 유엔아동기금(유니세프)은 이날 성명을 통해 “아프간에서 아동에 대한 중대범죄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며 “3일간 최소 27명의 아동이 숨졌다”고 밝혔다. 희생된 아이들은 정부군과 탈레반이 격돌하는 칸다하르 등 3개 주에서 숨졌고, 부상한 어린이도 136명에 달한다고 유니세프는 덧붙였다. 서맨서 모트 유니세프 아프간 활동가는 BBC방송에 “아프간은 오랜 기간 어린이들에게 최악의 장소 중 하나였으나, 최근 수주간 상황이 훨씬 더 나빠졌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아프간 혼란에 일정 부분 책임이 있는 미국은 무관심으로 일관하고 있다.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아프간 치안 상황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지 않고 있다”면서도 “전장에서 큰 변화를 만들 능력이 아프간군에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또 “실현 가능한 범위에서 미국이 가진 권한 내 지원을 계속할 것이지만, (지원을) 항상 실현할 순 없다는 점도 인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사실상 아슈라프 가니 아프간 대통령이 이끄는 정부군에 책임을 돌리면서 미군은 개입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시한 셈이다. 커비 대변인은 ‘아프간군이 탈레반에 맞서지 않으면 미군이 무엇을 할 수 있느냐’는 질문도 “많지 않다”고만 답했다.

김진욱 기자 kimjinu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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