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왜?' BBC, 여성 짧은 머리 · 집게손가락 논란 조명
도쿄올림픽 양궁 3관왕인 안산을 둘러싸고 빚어진 논쟁과 관련해 영국 BBC 방송이 최근 한국에서 일고 있는 '남혐·여혐' 이슈를 집중 조명했습니다.
BBC는 안산을 둘러싼 '숏컷 논란'과 GS25의 '집게손가락 논란' 등을 소개하며 한국에서 종종 '페미니스트'라는 지칭과 함께 여성들이 남성혐오자로 매도되는 현상을 주목했습니다.
BBC는 이런 논란 대부분이 한국 젊은 남성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촉발된다며 동기가 여성에 대한 피해의식이라고 진단했습니다.
나아가 방송은 젊은 한국 여성들이 이런 분위기 속에서도 서로 연대하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그런 남성들의 단적인 사례로 BBC는 한 누리꾼이 올린 글을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게시물에는 "금메달을 따서 좋지만, 머리가 짧아 페미니스트 같다. 페미니스트가 맞다면 지지를 철회한다. 모든 페미니스트는 죽어 마땅하다"라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안산을 둘러싼 숏컷 논란 이후 한국 여성 수천 명은 소셜미디어에 짧은 머리 사진을 올려 응원과 연대의 뜻을 표했습니다.
트위터에서 숏컷 캠페인을 벌인 한지영 씨는 BBC 인터뷰에서 "남자들이 많은 커뮤니티라면 모두 한두 개도 아닌 대량의 여성 혐오 발언이 올라오는 것을 봤다"며 캠페인을 시작한 취지를 밝혔습니다.
한 씨는 "이러한 집단 공격은 남성이 여성의 몸을 통제할 수 있고 여성은 페미니스트로서 정체성을 숨겨야 한다는 메시지를 보낸다"면서 "이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할 효과적 방법을 생각하다가 다수 여성이 숏컷 사진을 올리면서 여성 선수들을 응원하는 해시태그 캠페인을 생각해냈다"고 덧붙였습니다.
BBC는 숏컷의 상징은 젊은 여성들이 긴 머리를 자르고 화장을 하지 않는 방식으로 전통적인 미의 기준에 도전했던 2018년 탈코르셋 운동과 연관이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한국 미투운동과 관련한 책을 쓰고 있는 정하원 작가는 "탈코르셋 운동 때부터 젊은 페미니스트들 사이에선 짧은 머리가 일종의 정치적 선언 같은 것이 됐다"면서 "이런 여성권적 자각이 이들이 선을 넘었다고 생각하던 일부 남성들로부터 강한 반발을 끌어낸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BBC는 숏컷 논란이 일기 몇 주 전에 이슈가 된 집게손가락 논란에 대해서도 자세히 분석했습니다.
GS25, 제네시스 BBQ, 교촌 등은 광고에 내보낸 집게손가락이 급진 여성주의 커뮤니티 '메갈리아'에서 한국 남성의 성기 크기를 비하하는 데 사용한 그림과 유사하다는 이유로 공격을 받았습니다.
논란이 된 기업들은 불매운동이 시작되자 해당 광고를 내리고 결국 사과까지 했습니다.
BBC는 기업의 공개 사과 때문에 배후에 있던 이들이 대담해져 공세가 숏컷 논란으로까지 확산했다고 진단했습니다.
정하원 작가는 "그 사람들이 다음 표적인 안산에게로 넘어갔다"며 "안산은 그들이 싫어하는 많은 것들을 표상하는 젊은 올림픽 선수였다"고 주장했습니다.
정 작가는 안산이 숏컷을 하고 여대에 다니며 일부 누리꾼들이 남성 혐오 용어라고 자의적으로 규정한 표현을 썼다는 게 그 이유였다고 설명했습니다.
BBC는 논쟁에 가세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젊은 남성이지만, 나이 든 남성과 일부 여성도 포함돼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들은 여성의 성공이 남성의 희생을 바탕으로 이뤄졌다는 신조를 지키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런 현상의 원인은 한국 사회에서 좋은 대학과 직장을 둘러싼 경쟁이 치열하다는 점에서 찾았습니다.
그러면서 일부 남성이 그 과정에서 여성들 때문에 불공정하게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했습니다.
BBC는 남성의 군 복무, 여대가 10여 곳 있지만 남대는 없다는 사실 등을 들어 일부 남성들이 수시로 꺼내는 남성권 증진 주장도 소개했습니다.
그러나 BBC는 한국 여성들의 임금이 남성의 63%에 불과하고 한국은 선진국 중 남녀 임금 격차가 가장 크다는 게 현실이라고 꼬집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김영아 기자youngah@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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