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범의 아이들도 월반할까..런던과 리우 사이의 갈림길
[스포츠경향]
글로벌 잔치인 올림픽은 축구 선수들에게 성인 무대로 발돋움하는 마지막 시험대다.
숱한 샛별들이 올림픽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알린 뒤 월드컵 본선 무대까지 밟는 월반 코스를 내달렸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 세상에 처음 이름을 알렸던 박지성이 2002 한·일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으로 자리매김한 것이 대표적이다.
한국 축구가 첫 메달의 기쁨을 누린 2012 런던올림픽에선 와일드카드를 제외한 15명의 멤버 가운데 무려 10명이 2014 브라질월드컵에 참가하는 기쁨을 누리기도 했다. 기성용(서울)과 김보경(전북), 구자철(무적) 등 일부 선수가 올림픽 이전에 국가대표로 이미 검증됐다는 점을 감안해도 놀라운 성과다.
8강에서 멈춘 2016 리우올림픽에선 황희찬(라이프치히)과 정승현(김천상무) 등 2명만 러시아월드컵의 부름을 받았기에 비교된다. 빼어난 재능을 갖춘 이들이 ‘골짜기 세대’라는 오명을 벗지 못한 이유이기도 했다.
자연스레 2020 도쿄올림픽에 참가했던 선수들이 2022 카타르월드컵에서 월반에 성공할지도 관심은 모은다.
김학범의 아이들이라는 애칭을 얻은 이들은 이번 대회에서 리우올림픽과 똑같은 8강으로 마감했다. 성적만 따진다면 런던 대회와 같은 대박은 쉽지 않지만, 이미 A매치를 경험한 선수들이 다수 존재한다는 게 변수다.
축구 전문가들은 파울루 벤투 축구대표팀 감독이 오는 23일 발표할 카타르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2연전(이라크·레바논) 소집 명단을 주목하고 있다. 이번 최종예선 2연전은 모두 홈경기로 치러진다는 점에서 선수들의 기량을 확인하기 쉽다. 벤투 감독을 비롯한 대표팀 코칭스태프는 올림픽 멤버들이 복귀한 K리그1 현장을 누비며 옥석 가리기를 시작했다.
월반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한 것은 역시 올림픽에서 좋은 활약을 펼친 선수들이다. 왼발잡이 에이스로 훨훨 날았던 이동경과 이동준(이상 울산)은 K리그1에 복귀해서도 연일 득점포를 가동하고 있다. A매치 경험이 있는 두 선수가 최종예선에서도 같은 활약을 이어간다면 월드컵 본선 무대에 초대되는 꿈을 이룰 수 있다. 그러나 올림픽에서 부진했던 일부 선수들도 최종예선이 끝날 때까지 1년이라는 시간이 있는 만큼 반전의 기회는 충분하다는 평가다.
런던올림픽에서 지휘봉을 잡았던 홍명보 울산 현대 감독은 “올림픽을 다녀온 선수들은 연령별 무대가 끝났고, 이제 새 무대에 도전하는 시간”이라며 “올림픽을 통해 한 단계 발전한 만큼 앞으로도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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