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율 정체 극복 위한 노림수? 이낙연측, 이재명에 '1대1 맞짱토론' 전격 제안

김상범 기자 2021. 8. 10.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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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인 이낙연 전 대표가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대산빌딩에서 열린 전국민 주치의제도 도입 범국민운동본부 정책협약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대선 주자인 이낙연 전 대표 측이 10일 선두 후보인 이재명 경기지사에게 ‘1대1 토론’을 전격 제안했다. 이 지사가 앞서 네거티브 중단을 선언하자 ‘따질 것은 따지자’는 취지로 검증전 성격의 토론 방식을 재차 들고 나온 것이다. 이 지사와의 대비 효과를 통해 최근의 지지율 정체를 극복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경선 결과의 윤곽이 얼추 드러날 오는 9월 전국 순회경선을 한달 앞두고 1·2위 주자들의 공방전이 치열하게 전개되는 양상이다.

이 전 대표 캠프 상황본부장인 최인호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에서 “1대1 무제한 검증 맞짱 토론을 제안드린다”라며 “6명의 후보들끼리 모이다 보면 발언할 수 있는 기회들이 사실은 좀 적다. 그래서 필요하면 이낙연·이재명 1대1, 이낙연·정세균 1대1, 정세균·이재명 1대1 이런 식으로 무제한 검증을 위한 맞짱 토론을 제안한다”라고 밝혔다.

사실상 이 지사를 겨냥한 제안이다. 최 의원은 “이재명 후보 측도 네거티브가 아니라 검증을 위한 것이면 당연히 찬성할 것으로 본다”라고 덧붙였다.

이른바 ‘명낙대전’이라 불리며 극한으로 치닫던 이 지사와 이 전 대표 간의 비방전은 지난 8일 이 지사가 네거티브 중단을 선언하면서 잠정 휴전에 들어갔다. 하지만 이후로도 이 전 대표 측 설훈 의원이 ‘경선 불복’을 시사하는 듯한 발언을 하는 등 물밑에서는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 전 대표 측이 1대1 토론을 전격 제안한 것은 이 지사에 대한 검증전을 재점화하겠다는 목적으로 보인다. 다만 지금까지의 ‘장외 공방’에서 벗어나 공개 석상에서 정면승부를 벌이자는 것이다.

이 전 대표에게는 1대1 토론 형식을 취해 이 지사와의 ‘대비 효과’를 얻으려는 목적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대표의 지지율 상승세는 최근 주춤하고 있다. 오는 9월 전국 순회경선 전까지 이 지사를 최대한 따라잡아야 하는 입장이지만, 지지율 횡보를 돌파할 마땅한 모멘텀이 없는 상황이다. 이 전 대표로선 이 지사와의 1대1 토론이 자신이 강점으로 내세우는 ‘품격론’을 선명하게 드러낼 ‘재료’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음주운전 등 도덕성 논란이 다수 제기된 이 지사와 달리, 이 전 대표는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한 입장 등 정무적인 쟁점 외에는 개인 신상에서의 약점이 적다는 자신감도 일부 읽힌다.

이 전 대표로서는 ‘크게 잃을 것 없는’ 포석을 놓은 셈이다. 1대1 토론은 정세균 전 국무총리와 박용진 의원도 제안한 바 있는 데다 표면적으로는 ‘경선 흥행’이라는 취지를 띠고 있어 이 지사 입장에서도 거절하기 힘든 구도다. 박 의원 캠프는 이날 성명을 통해 이 전 대표 측 제안을 “적극 수용하고 환영한다”라며 “건전한 정책 토론의 장을 열어 경선 흥행은 물론 정치문화 발전에도 이바지하기를 각 후보에 제안한다”라고 밝혔다.

이 지사 측은 “또다시 네거티브 공방으로 몰고 가자는 거냐”라며 반발했다. 이 지사 캠프의 박찬대 수석대변인은 기자와 통화하면서 “네거티브 중단을 이미 선언했는데, 다시 진창으로 끌고 가려는 의도”라며 “이 지사는 정책과 비전으로 경선을 진행하자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김상범 기자 ksb123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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