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백신여권 소지 의무화에 '가짜 증명서' 판매 성행

윤기은 기자 2021. 8. 10.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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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한 여성이 지난 6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로마의 한 식당에 출입하기 위해 그랜패스(백신 접종 증명)를 보여주고 있다. 로마|로이터연합뉴스


다중이용시설 입장을 위해 코로나19 백신 접종증명서 제출이 의무화된 유럽이나 미국에서 위조 접종증명서 판매가 성행하고 있다. 각국 수사당국이 단속에 나섰지만 보안 수준이 높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웹에서 거래가 이뤄져 단속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탈리아 언론 코리에레델라세라는 9일(현지시간) 이탈리아 경찰이 온라인 메신저 텔레그램을 통해 위조 그린패스(백신 접종 증명)를 판매한 4명을 검거했다고 보도했다. 경찰 수사에 따르면 지금까지 확인된 위조 그린패스 판매 텔레그램 채널은 32곳이다. 위조 그린패스는 한장 당 150~500유로(약 20만~67만원)에 팔렸다. 텔레그램 채널에는 수천명이 가입해 있었으며 시중에는 약 500장의 그린패스가 유통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텔레그램 측에 요청해 위조 그린패스가 팔리던 채널들을 폐쇄했다.

최근 코로나19 델타 변이바이러스가 급속히 번진 탓에 이탈리아 정부는 그린패스를 의무적으로 제시해야 하는 다중이용시설의 범위를 점점 넓혀왔다. 지난 6일부터 체육관, 수영장, 박물관, 영화관, 식당 등에서 그린패스 제시가 의무화됐다. 9월1일부터는 기차, 버스, 비행기 등 교통수단에 탑승하기 위해 그린패스를 반드시 보여줘야 한다. 이탈리아의 백신 접종률은 지난 8일 기준 65.7%다.

미국에서도 대면 수업에 참석 요건으로 백신 접종증명서 제출을 의무화하는 대학이 많아지자 일부 학생들은 SNS를 통해 위조 증명서를 구입하고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인스타그램에서 코로나19 백신 증명서가 1장에 25~200달러(약 3만원~23만원)에 판매되고 있다. 이 때문에 테네시주의 밴더빌트 대학 등 일부 대학은 제출된 접종증명서 기록의 진위를 확인할 때까지 재학생 등록을 연기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최근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서 발급한 것처럼 위조한 백신 접종증명서가 온라인 상거래 사이트 아마존, 이베이 등에서 팔리기도 했다. 대부분의 다중이용시설 입장에 앞서 그린패스 확인을 의무화하는 프랑스, 독일 등에서도 가짜 백신증명서를 유통하거나 사용한 사람들이 적발됐다. 프랑스에서는 그린패스를 위조하면 최대 4만5000유로(약 6000만원)의 벌금형이나 3년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다.

이들 국가에서 일부 시민들은 건강상의 우려나 종교적 이유로 백신 접종을 거부하고 있다. 미국 설문조사업체 모닝컨설트는 지난달 미국인 30%, 프랑스인 21%, 영국인 13%가 백신 접종을 꺼리고 있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정부가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에 반대하며 백신 접종증명서 제출 의무화 규정에 반대하는 사람들도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당국이 위조 증명서가 거래되는 채널이나 단체 채팅방을 폐쇄해도 새로운 채널이나 방이 다시 만들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위조 백신 접종증명서가 보안이 높은 텔레그램이나 특정 프로그램을 사용해야 열리는 다크웹 등에서 판매된다는 점도 수사당국이 판매자와 구매자를 추적하기 어렵게 하는 원인이다. 거래자의 신분을 확인할 수 없는 암호화폐로 거래가 이뤄지는 경우도 있다.

러시아 사이버 보안회사 카스퍼스키의 드미트리 갈로프 연구원은 위조 백신 접종증명서를 구매해도 인증되지 않는 경우가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탈리아 경찰도 위조된 QR코드는 인식이 안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미국은 연방차원의 디지털 증명서가 없으며 CDC가 발급하는 종이 접종증명서는 위조가 쉬운 상황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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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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