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 25년' 한창현 "첫 주연 '인턴파서블', 절대 못 잊을 것 같아요" [인터뷰 종합]
[OSEN=연휘선 기자] 연기 인생 25년 만에 드디어 처음으로 주연 자리를 꿰찼다. '인턴파서블'로 드디어 캐릭터 이름을 얻은 남자, 배우 한창현의 이야기다.
한창현은 최근 JTBC 웹드라마 '인턴파서블’에서 딸 김지우(진아진 분)와 함께 취업 시장에서 경쟁하는 김진국 역으로 열연했다. '인턴파서블’은 중년 실직자 아빠와 장기 취업준비생 딸이 같은 회사 면접장에서 경쟁자로 만나 단 하나의 정직원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부녀의 이야기를 그린 격정 오피스 코미디 드라마다.
그는 작품을 마친 소감에 대해 "너무 아쉬웠다. 4부작이지 않나. 보통 웹드라마가 8부작~20부작까지 가는데 4부작이라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 주인공 연기는 처음이지 않나. 그래서 사실 대본 받았을 때도 제가 분석도 하고 그런 게 있었어야 하는데 많이 아쉬운 기억이 많다"고 밝혔다.
특히 '인턴파서블’은 한창현의 첫 주연 작품으로 의미가 컸다. 이와 관련 그는 "섭외 연락을 받고 대본을 봤다. 단순하게 생각했다. 저는 25년 동안 큰 역할이란 걸 한번도 안 맡았다. 대본 받고 하루동안 방치 했는데 다음 날 대본을 보고 '주인공’이라고 하더라. 저는 한번도 안 맡아봐서 깜짝 놀랐다. 너무 기쁜 마음으로, 내가 주인공? 어안이 벙벙했다. 많이 떨리기도 했다. 진짜 감격했다. 오랫동안 연기생활 하니까 이런 날도 온다고 생각했다"라며 당시의 감격을 털어놨다.
그는 "제작진이 '잘생긴 사람’을 뽑자고 그들만의 회의를 가졌다고 하더라"라고 너스레를 떨며 "1부 정도 찍는 첫날 PD님한테 여쭤봤다. 어떻게 저를 뽑았는지. 저는 상상을 못했다. 일단 저란 배우를 찾았다고 하더라. 찾은 계기가 돌고래 유괴단이라는 광고 프로덕션이 있는데 거기서 제가 찍은 7분짜리 광고를 보고 섭외 연락을 주셨다"라고 섭외 계기를 설명했다. 이어 "25년 동안 찾으러만 다녔지 연락 받은 건 처음이었다. 저는 이 작품을 못 잊을 것 같다"라며 감격했다.
그도 그럴 것이 오랜 무명을 버티며 최근까지도 다양한 일을 부업으로 하며 배우로서 버텨온 한창현이다. 그는 "전문적으로 배우만 하는 사람들은 힘들 거다. 제 주변이 다 그렇다. 제 아는 형은 아이들 가르치면서 출연하고, 제 후배 중에는 아르바이트 하면서 출연하고 사실 저도 7년 동안을 아르바이트 하면서 연기했다"라고 털어놨다.
한창현은 서울 을지로 방산시장에서만 7년을 일했고, 한 인테리어 회사 물류창고에서도 상하차 작업을 했다. 출연작이 많아지며 아르바이트를 쉴 때도 있었지만, 코로나19로 촬영이 뜸해진 지난 1년 동안은 자가용을 이용한 택배작업을 이어가기도 했다고. 이에 어렵게 거머쥔 '인턴파서블' 주연의 자리가 그에겐 더욱 뜻깊었다.
가족들 반응도 좋아 더욱 의미 있었다. 한창현은 "딸 하나, 아들 하나 남매가 있다"고 자녀를 밝힌 뒤 "둘 다 재미있다고 해주더라. 특히 아들은 작품 속 제 행동들이 웃겼는지 많이 웃으면서 좋아해줬다"라며 기뻐했다. 오랜 무명을 함께 해준 아내는 한창현의 연기를 함께 분석해주기도 했다. 그는 "아내도 같이 봤는데 아무래도 김진국은 제가 지금까지 해오지 않은 코미디가 가미된 캐릭터였다. 그런데 같이 본 아내가 '자기도 저런 역할 잘 하네'라며 '이제 저런 역할도 할 수 있겠다'라고 평가해줬다. 연기적인 측면에서 인정해준 반응이라 더 기뻤다"라고 말했다.
실제 한창현은 tvN 드라마 '비밀의 숲'에서 검사, 웹드라마 '7일만 로맨스' 시즌2 등에 엔터테인먼트 대표 등으로 출연하며 지적이고 정제된 모습을 보여줬다. 한창현은 "진짜 검사, 변호사, 의사 등 '사'자 직업을 연기로 많이 해봤다. 실제 제 성격도 굳이 따지자면 그런 모습이 더 강하긴 하다. 김진국 같은 유쾌한 모습과 비교하자면 정제된 모습이 7, 천진한 모습이 3일 거다"라고 웃으면서도 "그렇지만 배우는 무슨 역할이든 해야 한다. 그만큼 제 안에 다양한 모습이 있으니 무엇이든 할 수 있다"라고 자신있게 말했다.
그런 한창현에게도 '인턴파서블'에서 쉽지 않은 장면은 있었다. 바로 걸그룹 오마이걸의 '던던 댄스'를 따라하는 노래방 장면. 한창현은 "댄스 장면 정말 힘들더라"라고 혀를 내두르며 "제작진이 연습 기간을 일주일 줬다. 처음엔 블랙핑크 '뚜두뚜두’였다. 그런데 너무 어려워 보여서 제가 다른 거로 하고 싶다고 요구를 했다. 세 가지 후보를 주셨다. 그 중에 오마이걸 '던던 댄스'에 도전할 수 있을 것 같아 정말 땀 흘려 가면서 열심히 연습하고 촬영했다"라며 웃었다.
더불어 그는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는 장면에 대해 "아버지를 대변하는 역할이었는데 1화에 면접 보는 장면에서 '비록 중고 신입이긴 하지만’이라고 운을 떼면서 자신감을 밝히는 장면이 있다. 그 대사 칠 때 장면들이 정말 기억에 남는다. 정확하게 전달을 해야 하지만 전달의 목적이 50대 퇴직하는 아버지들을 대변해주는 그런 장문의 대사였다. 그 장면이 제일 기억에 남는다. 요즘 은퇴 시간이 빠르다. 제 친구들 연에 1~2회 만나는데 쉰 다섯이 되면 퇴직을 하는데 고민을 많이 하더라. 수중에 모아놓은 돈도 많이 없고 교육비로 쓰고 쓰다 보니 많이 없다고. 있는 친구들이야 있겠지만 그런 걸 보면 마음이 아프다"라고 회상했다.
더불어 한창현은 자신과 같은 안정적인 기량을 가진 무명의 배우들을 응원했다. 그는 "기회가 많이 주어졌으면 좋겠다. 주변에 연기 잘하는 형님들 사는 거 보면 힘들게 사신다. 그런 연기 잘하는 분들이 도태되지 않고 적재적소에 쓰였으면 좋겠다. 왜 안쓰지 싶다. 왜 이렇게 기회를 안 주지 하는 생각들을 지금까지도 하고 있다. '힘이 없어서? 기회가 없어서? 운이 없어서? 정말 그런가?'라는 생각들을 많이 했다. 너무 썩히기 아까운 인재들이 많다. 그런 사람들을 발굴해서 좋은 드라마나 영화에 쓰였으면 좋겠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코로나19가 터지고 전화가 안 왔다. 1년 동안 저 뿐만 아니라 '어떻게 지내냐, 연락 같은 거 오냐’라는 말 많이 들었다. 그래서 1년 동안은 힘들게 일하지 않았나 싶다"라고 말했다.
나아가 한창현은 지금까지의 25년에서 한 걸음 나아간 또 다른 배우 인생 25년을 그렸다. 그는 "25년이 금방 가긴 했는데 주인공까진 아니더라도 조연으로도 입지를 다지고 싶다. 미래를 볼 수 없으니 불안하긴 해도 김진국 주인공 맡았을 때 잘 될 수도 있지만 그것보다는 불안함이 아직은 많이 있었다. 그 과거가 다시 또 25년의 시작이 되지 않을까 모르는 거니까. 첫 술에 어떻게 배부르겠나. 그러나 바람은 있으니까 주인공이 아니더라도 조연으로서의 단단한 입지을 다져서 앞으로 25년을 그렇게 살아갔으면, 배우로서 살아갔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웹드라마 '좋좋소'를 통해 떠오르는 신예 진아진을 치켜세우며 자연스럽게 그와의 호흡에도 적응하고, 블랙핑크 로제의 노래를 들으며 1시간 씩 눈물과 감정 연기를 연습하는 배우. 정제된 이미지 이면에 반전 매력을 숨긴 그의 행보를 응원한다. / monamie@osen.co.kr
[사진] OSEN 민경훈 기자 /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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